옛날이야기에 나타난 도깨비의 모습은 다양한데, 얼굴 생김은 괴물형이고 머리에는 뿔이 하나 돋아 있다. 눈과 코와 입이 특히 크고, 큰 송곳니 두 개가 빠져 나왔으며, 수염은 붉은 색이고, 몸에는 털이 숭숭 돋아있다. 그러나 언제나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동물의 모습, 선비나 농부 또는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신이한 모자나 감투를 쓰거나 등거리를 입어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도깨비는 어둡고 조용한 곳의 동굴이나 빈 집, 빈 절, 우물, 옛 성, 계곡, 고목 나무, 공동묘지 등에 자주 나타난다. 도깨비가 나타나는 시간은 주로 밤인데, 동이 트거나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 또는 닭 우는 소리가 나면 사라진다.
 
  도깨비는 타고난 장난꾸러기이다. 그래서 남의 제사 음식을 먹어치우는가 하면, 하룻밤 사이에 잔칫집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또 남의 집 쇠솥 뚜껑을 종이처럼 꾸겨서 솥 안에 넣어 넣어놓기도 한다. 
  도깨비는 고지식하고, 생각하는 바가 단순하며 건망증이 심하다.

  옛날에 한 농사꾼이 열심히 일하며 돈이 생기면 항아리에 넣곤 하였다. 몇 년 뒤에는 모은 돈이 꽤 많았다. 그는 밤이면 벽장에 감춰둔 항아리를 꺼내어 돈을 세어보곤 하였다.

  어느 날, 그가 돈을 세고 있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한 남자가 자기는 건너 마을에 사는 김 서방인데, 돈 한 냥만 꿔 주면 다음 날 밤에 갚겠다고 하였다. 그는 방바닥에 돈이 있었으므로 거절하지 못하고 김 서방에게 한 냥을 꾸어주었다.
 
  이튿날 밤, 김 서방은 전날 밤에 꾼 돈이라면서 그에게 한 냥을 주었다. 그 다음 날 밤에도, 또 그 다음 날 밤에도 김 서방은 꾼 돈이라면서 한 냥을 가져왔다. 이 일이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는 김 서방이 도깨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돈으로 좋은 논을 샀다.

    어느 날, 김 서방이 전과 같이  돈 한 냥을 주고 가자 그는 혼잣말로, 돈 한 냥을 꾸어갔으니 이자를 열 배로 쳐도 한 냥씩 열흘만 갚으면 되는데, 몇 년 동안 갚는 것을 보면 김 서방의 건망증도 보통이 아니라고 하였다. 잠시 후, 다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내다보니, 김 서방이 창문 앞에 서서, 자기가 건망증이 심하여 돈을 매일 갚았으니, 이자를 열 배로 쳐서 열 냥만 받고, 나머지 돈은 돌려 달라고 하였다. 그가 논을 샀기 때문에 돈이 없으니, 논을 떠갈 테면 떠가라고 하였다.
 
  그날 밤, 도깨비들이 떼로 몰려와 그 논을 떠가려고 네 귀퉁이 말뚝을 박고 별 짓을 다 해 보았으나, 논을 떠 갈 수는 없었다. 동이 터 오자, 화가 난 도깨비들은 논에 돌멩이를 잔뜩 던져놓고 가 버렸다. 이를 본 그가 "논에 돌멩이 넣으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아나보군. 쇠똥이라면 몰라도 돌멩이는 무섭지 않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 날 아침에 그가 논에 가 보니, 돌멩이는 하나도 없고 쇠똥이 가득하였다. 그 후 그는 부자가 되었다.

  위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부자가 된 것은 도깨비의 건망증과 단순한 사고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주인공이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며 저축을 많이 하였기 때문이라고 하는 의식이 깔려 있다. 도깨비는 주인공이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며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이기에 자기의 건망증과 단순 사고를 빙자하여 그를 도와 부자가 되게 해 준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땅은 도깨비도 못 떠간다는 말이 나왔다.

  옛날에 한 남자가 내에서 게를 잡고 있었다. 그 때 한 남자가 와서 메밀묵을 먹고 싶으니, 메밀묵 한 동고리를 쒀다 주면 게를 많이 잡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는 내일 메밀묵을 한 동고리 쑤어다 줄 터이니, 오늘 게를 많이 잡게 해 달라고 하였다. 그 남자는 자기가 내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게를 몰아줄 터이니, 뒤따라오면서 게를 주워담으라고 하였다. 그가 그의 뒤를 따라가니, 쇠똥 같은 것이 떠내려왔다. 그가 이상히 여겨 주워 보니, 모두 큰 게였다. 그는 그날 게를 많이 잡았다.

    이튿날, 그가 다시 게를 잡고 있는데, 그 남자가 와서 묵을 쑤어 왔느냐고 물었다. 그가 오늘 하루 더 게를 많이 잡게 해 주면 내일은 꼭 묵을 쑤어다 주겠다고 하였다. 그 남자가 대답하고 내를 거슬러 올라간 뒤에 게가 둥둥 떠내려 왔다. 그가 기뻐하며 게를 집에 바구니에 가득 담아 가지고 와서 보니 모두 쇠똥이었다.

  위 이야기에서 그 남자가 도깨비인 것을 안 주인공은 그 남자와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이용만 하려고 하다가 도깨비에게 골탕을 먹고 말았다. 이것은 도깨비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사람, 의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골탕을 먹이거나 벌을 준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도깨비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는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다니므로, 그것을 얻기만 하면 부자가 된다고 한다.

  옛날에 한 나무꾼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그가 낙엽을 긁고 있는데, 개암 하나가 눈에 띄였다. 그는 그것을 아버지를 드리겠다며 주머니에 넣고, 다시 나오자 어머니를 드리겠다며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개암이 보이자 아내를 주겠다고 하고, 그 다음에 자기 것이라고 하며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나무를 해 가지고 오다가 날이 저물어 빈 집으로 들어갔다. 밤중에 도깨비들이 떼를 지어 들어오므로, 그는 무서워서 다락에 숨었다. 그가 다락 문틈으로 내다보니, 도깨비들이 이상한 방망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밥 나와라 똑딱!" 하면 밥이 나오고, "술 나와라 똑딱!" 하면 술이 나왔다. 도깨비들은 그 음식과 술을 배불리 먹은 뒤에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배가 고픈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개암 하나를 꺼내어 깨물었다. 개암 껍질 깨지는 소리가 크게 나니, 도깨비들은 천둥 소리라며 몹시 당황하였다. 그가 다시 개암을 깨무니, 도깨비들은 하느님이 노하셔서 천둥치는 것이라며 방망이를 그대로 두고 황급히 도망하였다.

  그가 그 방망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두드리며 금과 은과 돈을 비롯하여 필요한 것을 나오라고 하니, 그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그는 큰 부자가 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욕심쟁이 부자가 그를 찾아와 부자가 된 연유를 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부자는 도깨비를 만나 방망이를 얻을 욕심에서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부자는 개암 하나가 나오자 "이것은 내가 먹어야지." 하고 주머니에 넣고, 그 다음에는 아내와 아이를 주겠다고 하고, 그 다음에야 아버지와 어머니께 드리겠다며 주머니에 넣었다. 부자가 날이 저문 뒤에 빈 집 다락에 숨어 있으니, 도깨비들이 와서 방망이를 두드리며 술과 음식을 나오게 한 뒤에 실컷 먹고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그 때, 부자가 개암을 내어 깨무니, 도깨비들은 다락으로 올라와 부자를 끌어낸 뒤,  지난번에 속아서 빼앗긴 방망이를 내놓으라며 그를 때렸다. 그래서 부자는 도깨비한테 매만 맞고 돌아왔다.
             

  위 이야기에서 마음씨 착하고 효성이 지극한 나무꾼은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를 얻어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탐욕스런 부자는 도깨비한테 매만 맞았다. 이를 보면, 도깨비는 신통력이 있는 도깨비방망이를 가지고 다니는데,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하며 효성이 지극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주어 부자가 되게 해 준다. 그러나 탐욕스런 사람에게는 벌을 내린다. 이 이야기에는 도깨비가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지만,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고 하는 의식이 깔려 있다. 이런 의식은 [혹부리 영감] 이야기에도 나타난다.     
  신통력을 지닌 도깨비는 무서워하는 것이 없을까?

  옛날에 한 젊은 여인이 과부가 되어 몇 년을 살고 보니, 남자 생각이 간절하였다. 어느 날 밤에 한 남자가 그녀의 집에 찾아와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그 남자를 반갑게 맞이하여 술과 음식을 대접한 뒤에 즐거운 밤을 보냈다. 그 후로 그 남자는 밤마다 찾아와 그녀와 즐거운 시간을 가진 뒤에 새벽에 돌아가곤 하였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마을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시댁 어른들이 알까보아 겁이 나기도 하고, 그 남자가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남자를 멀리하려고 하였으나, 그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밤마다 찾아왔다. 어느 날, 그녀가 그에게 무서워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남자는 개의 피를 무서워한다고 하면서 그녀에게 무서운 것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녀는 떡을 무서워한다고 건성으로 대답하였다.
  이튿날, 그녀는 개를 잡아 개의 피를 대문과 방문을 비롯하여 집안 곳곳에 뿌려 놓았다. 그날 밤에 그 남자는 개의 피를 보고 집에 들어오지는 못하고 욕을 하면서 떡을 집 안으로 던졌다. 그녀가 돈이라면 몰라도 떡은 무섭지 않다고 하니, 이번에는 돈을 던졌다. 그 후로 그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위 이야기에서 도깨비는 여성을 좋아하고, 개의 피를 무서워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말의 피를 무서워한다. 이 이야기에서도 도깨비는 단순한 사고 때문에 과부에게 이용당하고 만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고, 생각이 단순하며 건망증이 심하다, 그러나 신통력을 지니고 있어서 착한 사람에게 복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 벌을 준다. 이것은 민중들이 자기들의 사는 모습과 바람을 도깨비에게 투영한 것이라 하겠다.

          <농지개량 제186호(서울 : 농지개량조합연합회, 1999. 8)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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