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 서재에 꽂혀 있던 《비전의 사람》(이재철 지음, 홍성사, 2005)을 다시 읽었다. 그중 일본의 나가노 미키(長尾卷)와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 목사의 사랑과 헌신적인 섬김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20세기 초에 나가노 미키는 목사 안수를 받은 직후에 일본 북쪽의 가나사와에 천막을 치고 개척교회를 설립하였다. 그는 아내와 아기만을 앉혀놓고 설교하며 열심히 전도하였다. 당시는 민간신앙이 뿌리 깊은 시기였으므로, 1년이 지나도록 한 사람의 교인도 얻지 못하였다. 그는 5년이 지나도록 단 한 사람의 교인도 얻지 못하였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내와 아이를 앉혀놓고 열심히 설교하였다.

   어느 날 저녁 예배 시간에 한 청년이 천막을 젖히고 들어왔다. 그는 감격하여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설교하였다. 예배가 끝난 뒤에 청년과 함께 앉아 식사할 때 청년이 갑자기 ‘욱-’ 하더니 핏덩이를 토해냈다. 그는 폐병 환자인 그 청년이 쏟아놓은 핏덩이를 자기 손으로 치우고, 다시 상을 차린 뒤에 식사를 계속하였다.

   그 청년은 유명 정치인의 사생아로 어린 시절부터 기를 펴지 못한 채 외롭게 자랐다. 우연히 복음을 접한 뒤로 새로운 빛과 희망을 느껴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신학교 재학 중 폐결핵이 발견되었다. 당시는 폐결핵이 불치병으로 인식되던 때였으므로, 완치한 뒤에 복학하는 조건으로 신학교에서 강제 휴학 처분을 당하였다. 다니던 교회로부터는 병이 낫기 전까지는 교회 출석을 삼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도 차츰 외면하였다.

   그 청년은 폐병 환자인 자신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주는 크리스천을 만나 보기를 원했으나 전혀 만날 수 없었다. 깊은 영적 어둠에 빠진 청년은 예수도, 성경도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하였다. 자살을 결심한 그 청년은 나가노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자살하기 전에 그를 만나 보기로 하였다. 그도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대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 세상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나가노 목사는 그 청년을 자기 집에 데리고 살면서 가족처럼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주님의 은혜와 나가노 목사 부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에 청년은 폐결핵이 완치되었다. 청년은 신학교에 복학하여 졸업하고 목사가 된 뒤에 고베와 도쿄에서 많은 빈민을 위해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았다. 그가 선행으로 널리 알려진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이다.

   가가와 목사는 빈민들이 변비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항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굳어진 변을 후벼내는 일을 수없이 하였고, 항문에 자기 입을 대고 차돌같이 굳어 있는 변을 침으로 녹여 빨아내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저는 배운 대로 합니다. 제 선생님은 제가 토해낸 폐결핵 핏덩이를 닦아 주셨습니다. 그분이 제게 해 주신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가가와 목사는 중국으로 가서 중국의 빈민들을 위해서도 똑같은 삶을 살았다. 이에 감동한 장제스(장개석)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송미령) 여사가 그를 모셔다가 성경 공부를 하였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중국에 와 있던 일본 군인과 민간인 200만 명이 일본으로 돌아갈 때 다른 나라에 있던 일본인과는 달리 테러를 당하지 않고 귀국하였다. 이것은 가가와 목사의 희생과 봉사에 대해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던 장 총통이 ‘일본인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물자를 약탈하는 일을 금한다’라는 포고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실천한 두 분 목사님의 섬김과 봉사는 장 총통을 감동시켜 민족 구원의 결실을 가져왔다. 두 목사님은 사람들에게 섬김과 봉사 정신을 일깨웠고, 많은 일본인을 테러 없이 귀국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두 목사의 사랑과 섬김을 통한 전도 이야기에 나는 큰 감동을 느꼈다. 이분들과 같이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 희생, 봉사 정신을 지니고 살면서 전도하면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도 깨닫게 해 주었다.

   크리스천 중에는 전도하여 많은 사람을 교회로 이끈 사람도 있지만, 평생 한두 명밖에 전도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 수에 연연하지 말고 예수님의 사랑을 몸에 익혀 섬김과 봉사를 실천하면서 전도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독교연합신문 1830호(2026. 10. 18.)>

   금년(2026)은 내가 결혼한 지 60주년, 즉 회혼(回婚)이 되는 해이다. 나는 우리 부부가 회혼을 맞기까지 건강하게 지내도록 보살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나의 결혼생활에 지침이 되는 설교 말씀을 해 주신 목사님의 말씀을 떠올려 본다.

   나는 결혼한 지 4년 되던 해에 기독교 재단에서 세운 야간대학에 편입학하여 공부하였다. 그 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예배드렸다. 그 시간에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있는 분이 오셔서 설교하셨다. 그래서 나는 유명 인사의 귀한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어느 날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님께서 설교 말씀을 해주셨다. 목사님은 결혼식 주례를 해 준 신혼부부가 신혼여행 후 인사하러 와서 했다는 말을 소개하셨다. 신부가 먼저 “목사님, 이 사람과 혼인하고 보니 제가 밑졌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하자, 신랑도 지지 않고 자기가 밑졌다고 하더라고 하셨다. 무엇을 밑졌냐고 물으니, 그들은 자기가 배우자보다 외모, 교양, 학력, 직장, 가정환경 등이 나으므로 밑졌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이런 말을 여러 신혼부부한테 들은 목사님은 이들의 생각을 고쳐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진지하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결혼생활에서 자기가 배우자에게 밑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기가 손해를 보았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고, 이런 생각은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배우자가 자기를 혼인 상대로 택해 준 것을 감사하며, 만일 그가 나와 결혼해 주지 않았으면 내가 노처녀·노총각으로 살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하여라.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마음이 평온해질 것이고, 하나님은 그런 가정에 복을 내려 주실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하곤 하였다고 하셨다. 이 말씀은 나에게 진한 감동과 함께 깨달음을 주었다.

   그 뒤로 나는 한동안 이 말씀을 곱씹어 생각한 뒤에 아내에게 그 말씀을 전하면서 나와 결혼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였다. 나의 진심 어린 말과 행동을 본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하였다. 얼마 뒤에 처가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저녁 식사 후에 장모님께서 전과 같이 딸 자랑을 하시면서 나에게 장가 잘든 줄 알라고 하셨다. 나는 공손한 태도로 “예쁘고 똑똑한 딸을 잘 길러 제 아내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님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런 뒤에 다른 방으로 가서 처남들과 대화하였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으니, 내가 옆방으로 간 뒤에 장모님께서는 “네 칭찬과 자랑을 하면 꼭 그에 대응하는 말을 하던 최 서방이 오늘은 웬일이냐”고 물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가 나의 태도가 달라진 경위를 말씀드렸다고 한다. 그 후로 장모님은 나에게 딸을 자랑하는 말씀은 하시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칭찬하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내가 생각을 바꾸니, 아내는 물론 장모님의 태도도 달라지셨다.

    그날 목사님이 들려주신 신혼부부와의 대화는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인용한 예화였다. 그러나 그 예화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잘난체하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내 생활의 신조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부족함이 많은 나와 결혼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변하지 않았고, 아내 역시 그런 마음을 지니고 살아왔다. 그래서 회혼을 맞는 오늘까지 서로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살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은 불만이나 원망을 멀리 떠나게 하고,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평온한 마음은 불안이나 슬픔을 물리쳐 행복을 얻게 한다. 평생을 함께하는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마음의 평온과 함께 행복을 얻게 된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진리를 일깨워 실천하게 해 주신 곽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회혼을 맞는 오늘에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젊은 시절에 들은 목사님의 설교가 60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 잊히지 않는 것은 그날의 울림이 컸고, 내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에 감동을 일으켜 나를 행복의 문으로 안내하는 말씀을 들려주신 목사님과 귀한 말씀을 듣게 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마음 깊이 감사한다. <기독교연합신문> 제1827호(2026. 9. 27)

   며칠 전에 유튜브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톨스토이의 「두 노인」을 듣다가 직접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에 읽었을 터인데 기억은 희미하고, 서재에는 책이 없기에 연구실에서 가까운 중고서점 알라딘에 갔다.

   여러 출판사에서 간행된 톨스토이의 단편집에 「두 사람의 순례자」 또는 「두 노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작품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으므로, 도서출판 ‘풀잎’에서 2013년에 간행한 《톨스토이 단편선》을 사 가지고 와서 읽었다.

   부유한 농부 '예핌'과 풍요롭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엘리사'는 예루살렘 성지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예핌'은 엄격하고 완고한 사람으로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며 나쁜 말을 한 적이 없고, 마을 장로를 두 번이나 착오 없이 해낸 사람이었다. '엘리사'는 목수 일을 하다가 나이가 든 뒤에 꿀벌 치는 일을 하였다. 그는 인정 많고 활달하였으며 술과 담배도 하고, 노래하는 것을 즐겼다.

   두 사람은 오래전에 약속하고도 차일피일 미루어 오던 성지순례 여행을 떠났다. 두 노인이 달포 이상 걸어 소러시아 지방에 이르니 주민들이 앞다투어 숙소를 제공하고 먹을 것을 주었다. 그다음 마을에서는 흉년으로 마을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어서 잠자리는 제공받았으나 먹을 것은 돈을 내고 사서 먹어야 했다. 그다음 마을 앞에 이르렀을 때 '엘리사'는 몹시 목이 말라 한 농가로 물을 얻어먹으러 갔다. 동행한 '예핌'은 다음 마을에서 그를 기다리겠다며 먼저 갔다.

   그 농가의 젊은 주인 부부는 먹지 못한 데다가 과로로 병이 들어 쓰러져 있고, 두 아이와 노모는 여러 날 굶어서 기운이 빠져 죽어가고 있었다. '엘리사'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빵을 물에 불려 먹게 한 뒤, 그 집의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고 이웃집에 가 보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 역시 굶고 있어 도와 줄 형편이 못되었다. 그는 가게에 가서 옥수수와 소금, 밀가루와 버터를 사다가 보리죽을 만들어 온 식구에게 먹였다.

   그는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그들을 보살펴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 그가 떠나려다가 생각해 보니, 그대로 두고 가면 다시 굶어서 죽을 것 같아 살아갈 방도를 마련해 주고 떠나기로 하였다. 그는 여행비를 털어 농부가 부자에게 잡힌 목초지와 경작지를 찾아주고, 보리를 수확하는 봄까지 먹을 밀가루와 젖소, 일을 할 말 한 필과 수레 등을 사서 주었다. 그리고 길을 떠나 부지런히 '예핌'을 따라가면서 남은 돈을 헤아려 보니, 남은 돈이 얼마 안 되므로 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핌'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예수님의 생애와 관련이 있는 여러 곳을 순례하였다. 그는 성묘(聖廟)에 참배할 때와 성묘 성당에 갔을 때 맨 앞자리에서 '엘리사'가 머리에 환한 빛을 받으며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환상을 본 것인데도 '엘리사'가 자기보다 먼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내 정성은 받아주셨는지 몰라도 엘리사의 정성은 받아주신 거야!’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잔잔한 감동을 느낀 나는 이 작품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예핌'은 겉으로는 완벽한 신앙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만의 의무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반면에 '엘리사'는 부족하고 허술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지닌 참된 신앙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은 단순한 성지순례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한 신앙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기독교인인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이켜 본다.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고 있고, 성경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실천하였는가를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드리고, 헌금을 하고, 여러 가지 친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형식적 의무이다. 이런 의무 수행도 중요하지만,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실천이 더 중요함을 이 작품은 일깨워 주고 있다. <기독교연합신문> 제1822호, 202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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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부모님들은 하는 일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 자녀는 부모가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일을 하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움에 기를 펴지 못한 채 움츠리고 지내게 된다. 목회자 자녀는 부모님이 하시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수준 높은 기대에 큰 부담을 느끼며 지내기도 한다.

   전에 무속 조사를 할 때 만났던 당시 59세 여자 무당은 신혼 때 신병을 앓아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 그런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 ‘무당 딸’이라는 놀림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면서 제발 무당 노릇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는 딸이 겪는 아픔을 생각하여 무당일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또 신병이 와서 죽을 지경이 되어 다시 무당 일을 하였다. 이렇게 무당일 폐업과 개업을 몇 차례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딸이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자기를 이해해 준다고 하였다. 무당을 우상 숭배의 화신으로 여겨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에서 겪은 그의 심적 갈등과 고통, 어린 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자란 딸의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 역시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이에 비하여 목회자의 자녀는 부모가 하는 일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내가 아는 소도시 작은 교회 목사의 두 아들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많은 친구를 교회로 인도하였다. 두 아들의 전도로 교회학교 학생의 수가 늘어 가는 것을 본 목사는 교회학교 교육을 철저히 하면서 그들을 신앙적으로 잘 길렀다. 그들은 잘 자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하고, 취업하기도 하였다. 대학생과 취업한 청년들은 가끔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후배들에게 간식을 사주며 격려한다고 한다. 군에 입대한 청년은 군부대에서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잘 한다고 하니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다.

  이처럼 목회자 자녀 중에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하시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대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이는 부모님이 목회에 온정신을 쏟느라고 자녀에게 마음을 쓰지 못하거나, 권위적으로 대하며 경건한 생활을 강요하여 생긴 일일 것이다. 이런 경우 자녀는 반발하게 되고, 심하면 탈선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기 자녀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목회자가 무슨 낯으로 설교하느냐는 조롱을 받게 된다.

   전에 내가 가르친 대학 2학년 남학생은 캠퍼스 안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도 제1교시 강의에 지각하는 날이 많았다. 학우들의 말을 들으니, 그는 술 마시고 늦잠을 자는 날이 많아 지각한다고 하였다. 어떤 학우는 그가 목사 아들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며 비판적인 말을 하였다. 나는 그를 연구실로 불러 상담하였다.

   그는 시골교회 목사인 아버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마음속에 가득하였다. 아버지가 교인들은 부드럽게 대하면서 자식들에게는 권위적으로 대하고, 무섭게 호통을 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저항심이 생겨 커졌고, 고등학교 때에는 반항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주일 아침에는 교인들을 만나는 게 싫어서 토요일 밤에 술을 마시고 몸이 아프다며 일어나지 않은 날도 있었다고 하였다.

   그의 말을 다 들은 뒤에 나는 “우리 어머니가 시골교회 전도사로 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므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나는 지금도 내 언행이 어머니의 목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누를 끼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언행을 조심하며 살고 있다.” 나는 이 말을 한 뒤에 그에게 ‘아버지를 이해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할 것과 아버지 목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부담을 드리지는 말 것’을 당부하였다. 나는 그로부터 “교수님 말씀을 유념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에 기도하고 헤어졌다.

   그는 그 학기를 마친 뒤에 휴학하고 군에 입대하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복학한 그는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하였다. 나는 그가 변화된 모습으로 졸업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의 기도를 하였다. 지금 그는 훌륭한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기독교연합신문> 제1809호, 2026. 5. 10.>

  이 책은 나의 회혼을 기념하는 뜻에서 엮은 책이다.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회혼을 맞이하게 된 것을 감사하며 이를 드러내는 회혼 예식 대신에 ‘회혼 기념 수필집’을 엮으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기로 하였다. 회혼을 맞는 내 인생의 계절은 어느덧 꽃 피는 봄, 정열적인 여름, 거두는 가을을 지나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겨울의 문턱에 와 있다. 그래서 책 이름을 《내 인생의 사계절》이라고 하였다.

   이 책은 60편의 글을 다섯 장으로 나누어 엮었다. 맨 앞에는 일상생활에서 취한 제재의 글을 싣고, 그다음에 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제재를 취한 글을 실었다. 그리고 삶의 지혜와 관련되는 글과 여행에서 느낀 감회를 적은 글을 모았다. 끝부분은 회혼을 계기로 돌아본 나의 일생을 정리한 자전적인 성격의 글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 선물로 받은 지팡이

아내의 비명/   휴대용 선풍기/   선물로 받은 지팡이/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기/   앨범 없애기/ 내가 탄 승용차/   딸의 집 방문/   내 모자/   노년의 친구/   갈등/   내 탓이오/   

   ⁕ 화석정 타는 불빛

  물에 띄워 보내는 충정/   관음송/   술이 나오는 샘/   화석정 타는 불빛/   고성 왕곡마을/   부석사의 용녀와 부석/ 선비화(禪扉花)/   수덕사 관음암과 버선꽃/   살곶이다리/   장자호수공원/   자물쇠 채운 기원문/   청와대를 다녀와서/

   ⁕ 노년에 듣는 「스승의 은혜」 노래

소중한 인연/  《문예운동》>과 나/   청하 선생님이 주신 선물/   노년에 듣는<스승의 은혜> 노래/   밤 줍기/ 탁구 모임/   노년의 건강 지키기/   섬김과 희생을 실천한 여인/   62년 만에 만난 고교 동창/ 사람보다 나은 침팬지/ 아기장수와 용마산/   

   ⁕ 나를 일깨워 준 명구

지혜로운 어머니/   황새 재판/   개구리 없는 게 한[한(恨無大蛙]/   나를 일깨워 준 명구/   재산의 증여와 상속/  매미의 오덕/   쥐X도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   「온달과 평강」 이야기에 담긴 뜻/  《새 번역 성경 》의 좋은 점/ 할렐루야와 아멘의 오용/   십팔 번과 애창곡/   우리말 속의 일본어/

  ⁕ 은혜와 감사의 삶

회혼을 맞으며/   초등학교 입학과 월반, 그리고 전학/   중·고등학교 시절/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스승/  초임 교사 시절의 추억/   학문의 길을 걷게 한 스승/   학문의 길의 든든한 후원자/   회갑기념 논총을 받으며/  충청문학상 수상 답사/   늦게 찾아온 상복/   정년을 맞는 감회/   사랑하는 아내의 팔순 생일에/ 의재 서실/

  이 책을 펴내면서 나의 80여 년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다시 확인하여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회혼을 맞기까지 나와 동고동락한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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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일 예배 시간에 담임 목사님은 ‘예수님께서 40일 금식하신 뒤에 당한 악마의 시험을 물리친 일’(「마태복음」 4:5∼11)을 본문으로 「타협하지 않는 믿음」이란 제목의 설교를 하셨다. 목사님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고 계셨으므로 육신적으로 약해진 상황에서도 악마의 유혹에 타협하지 않고 물리치셨음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영국의 육상선수 ‘데릭 레이몬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아들과 아버지의 행동에 공감하도록 유도하셨다. 부자간의 사랑과 신뢰에 대한 공감은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졌고, 곧 하나님과 나의 관계 이해로 치환되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데릭 레드몬드(Derek Redmond)는 1965년 9월 3일 영국 버킹엄셔에서 출생한 전직 육상 선수이다. 그는 19세 때 400m 달리기에 신기록을 세우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하였지만, 경기 직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400m 계주팀의 일원으로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한 그는 400m 종목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런데 준결승 경기 도중 허벅지 근육 파열로 트랙에서 쓰러졌다. 관중들은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에 숨을 죽이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의료진이 곧 들것을 가지고 와서 옮기려 하자 그는 이를 거절하였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앞질러 가는 것을 본 그는 고통을 참으며 간신히 일어나서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하였다. 그때 관중석에서 그의 아버지 ‘짐 레이몬드’가 달려와 “아들아 함께 걷자”라고 하면서 그를 부축하여 걸었다.

   이런 감동적인 모습을 본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관중의 격려에 힘과 용기를 얻은 그는 아버지와 함께 걸어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비록 메달은 얻지 못하였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함께 완주한 그의 스포츠 정신과 투혼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순간의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 사실은 곧 전 세계에 전파되어 만민의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

   그가 부상의 고통을 참으며 완주하여 감동의 드라마를 펼친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는 평소에 아버지를 사랑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아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과 관심을 가진 아버지는 아들의 올림픽 참가에 대한 집념과 4년간 흘린 땀을 헛되이 흘려 버리지 않도록 지켜 주고 싶었다.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이 합해져서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인간적인 감동의 드라마를 펼칠 수 있었다.

   우리 삶의 여정은 올림픽 육상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행보에 비견할 수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데릭 레이몬드가 경기 중에 ‘허벅지 근육 파열’이라는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우리의 인생길에서도 그가 당한 사고에 비견할 수 있는 뜻밖의 고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뜻밖에 당한 고난으로 힘들어할 때 나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고 격려해 줄 분은 누구인가? 이런 분이 있다면 나는 용기를 얻고 힘을 내어 인생길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인생길에서 나를 도와줄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다짐해야 하겠다.

   「다니엘서」를 보면, 바빌로니아 느부갓네살 왕 때 다니엘의 세 친구는 금으로 만든 신상과 임금께 절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꿋꿋하게 자기의 신앙을 지켰다. 그들은 그 벌로 불타는 화덕 속에 던져졌지만,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불 가운데에서 살아 나왔다. 페르시아 제국의 다리우스 왕 때 다니엘 역시 그들의 신과 왕에게 절하지 않고 자기 신앙을 지켰다. 그는 그 벌로 사자굴에 던져졌지만, 하나님의 보호로 몸을 상하지 않고 살아 나왔다.

이들의 행동은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라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보살핌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은 어떠한 유혹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하나님은 인간을 한없이 사랑하시는 분이므로, 그를 믿고 말씀대로 살면 우리는 인생 여정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신 목사님의 설교 말씀에 감사하며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202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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