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4)

‘아버지, 어머니’와 ‘아버님, 어머님’

 

  요즈음 20대 청년이나 30·40대의 중년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것은 저의 아버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요즈음 저의 어머님이 편찮으셔요.”와 같이 자기의 부모를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 고등학교 국어과 교사가 자기 부모를 아버님·어머님하는 동료 교사에게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그러자 동료 교사는 나를 낳아 길러주신 내 부모님을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하는데, 뭐가 잘못 되었단 말이오?”라고 하면서 화를 내더라고 한다. 자기 부모에 대한 공경심을 드러내는 것은 좋으나, 이런 표현은 우리의 언어 관습에 맞지 않는다.

 

  몇 년 전 C 목사님 목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였을 때의 일이다. 식순에 그 자리에 참석한 C 목사님의 아버님께 꽃다발을 드리는 순서가 있어 아주 좋게 생각하였다. 그 순서가 되자 사회를 맡은 젊은 목사님이 다음은 C 목사님의 선친께 꽃다발을 드리는 순서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C 목사님과 C 목사님의 아버님을 비롯한 여러분에게 큰 실례를 범하였다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으로 긴장이 되어 등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순서를 넣지 않음만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회를 맡은 목사님은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뜻하는 말인 선친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 역시 의외로 많다.

 

  전에는 남에게 자기 아버지를 지칭할 경우 살아계실 때에는 가친(家親)이라 하고, 돌아가신 뒤에는 선친(先親) 또는 선고(先考)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에는 자친(慈親), 돌아가신 뒤에는 선비(先妣) 또는 현비(顯妣)라고 하였다. 남의 부모를 지칭할 경우, 아버지는 춘부장(春府丈)’ 또는 어르신(어르신네)’이라고 하고, 어머니는 자당(慈堂)’, 또훤당(萱堂)’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이런 말을 잘 쓰지 않고, 남에게 자기의 부모를 말할 때에는 아버지·어머니라고 한다. 남의 부모를 지칭할 때에는 높이는 뜻에서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친정 부모를 말할 때에는 아버지, 어머니라 하고, 시부모를 말할 때에는 아버님, 어머님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말에는 어떤 사람을 가리켜 이르는 지칭어와 직접 부르는 호칭어의 쓰임이 다른 경우가 있다. 자기의 부모를 호칭할 때에는 집안의 관습이나 분위기에 따라 친근감이 있는 말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남에게 자기 부모를 지칭하거나 남의 부모를 지칭할 때에는 바르게 써야 한다. 그래야 실례를 범하거나 언어 습관이 좋지 않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참고문헌> 조선일보사국립국어연구원 편, 우리말의 예절, 서울 : 조선일보사, 1993.

                                                    <기독교타임즈 제445, 2006. 10. 14.> 에 수록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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