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3)

목사가 자기를 ‘000 목사’, 아내를 ‘사모’라고 하는 것은 실례

 

  목사님이나 교우들에게서 온 전화를 받으면, 자기 스스로를 00 목사’, ‘00 장로(권사, 집사)’라고 말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이분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에도 00 목사입니다’라고 한다. 장로나 권사는 00 장로(권사, 집사)입니다라고 한다. 이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높이는 뜻에서 이름 뒤에 직명을 붙이고, 끝에 자를 붙여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부를 때에 00 사장님(부장님, 전무님, 상무님, 부장님, 과장님, 팀장님)’, ‘00 장관님(차관님, 국장님)’, ‘00 선생님(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부장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남이 나를 부를 때에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의식이 교회 안에도 퍼져서 00 목사님(전도사님)’, ‘00장로님(권사님, 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상대방을 높여 부르려는 마음에서 생긴 것으로,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관습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말할 때에 직명을 뒤에 쓰면 자기 스스로를 높이는 것이 되어 실례가 된다.

 

  남에게 자기를 말할 경우 직명을 밝힐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장로(권사, 집사) 00’, ‘목사(전도사) 00’라고 직명을 먼저 말하고, 그 뒤에 자기 이름을 말해야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표현이 된다. 상대방이 나의 직분을 알 경우에는 직명을 생략하고 이름만 말해도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겸손을 모르는 교만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따라서 성경을 여러 편 쓴 '바울'을 말할 때에는 '사도 바울'이라고 하지 말고, '바울 사도'라고 해야 한다. 목사님의 말씀을 인용할 때 '목사 아무개가 말하기를'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아무개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고 말하는 것이 존경의 뜻을 담고 있다.

    

  몇 년 전에 어느 교파의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새로 목사 안수를 받은 젊은 목사가 단상에 올라 자기소개를 한 뒤에 가족을 소개하는데, 자기 아내를 가리켜 제 사모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총회장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아내를 사모라고 하는 것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사모(師母)’는 스승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러러 존경하는 스승을 아버지에 비겨 사부(師父)’라 하고, 스승의 부인을 어머니에 비겨 사모라고 한다. 그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목사나 전도사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목사나 전도사는 신앙적으로 스승 격이니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존경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그 분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모란 말이 목사의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라도 된 양 잘못 쓰이고 있다. 그래서 목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제 사모입니다.’란 말을 예사로 쓰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므로, ‘제 처(아내, 내자, 안식구)입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참고문헌> 이송관김기창,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서울 : 예찬사, 2000.

리의도,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서울 : 설필, 1997.

박갑수, 우리말의 허상과 실상, 서울 : 한국방송사업단, 1983.

박갑수, 우리말의 오용과 순화, 서울 : 한국방송사업단, 1984.

                                                    <기독교타임즈 제444, 2006. 9. 30.>에 수록한 글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