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능소화처럼>을 도서출판 보고사에서 2015년 10월 25일에  출간하였다. 여기에 이 책의 머리말과 표지 사진을 싣는다.                                                    

 

머리말

 

수필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적은 글이다. 수필에는 글쓴이의 사람됨과 취향, 사상과 가치관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필을 쓰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힘든 일이기도 하다.

 

필자는 40여 년 동안 한국의 고소설, 구비문학, 민속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틈틈이 일반 교양인을 대상으로 한 글도 썼다. 그 글들은 소재가 다양하여 생활 주변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민속과 설화에서 고른 것도 있다. 그 중에는 수필도 있고, 기행문 또는 설명문의 성격을 지닌 것도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 보아 수필의 성격을 지닌 글이 대부분이다.

 

그 동안 쓴 글 중 소재가 민속과 관련된 것은 민속적인 삶의 의미(1993),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은 가을햇빛 비치는 창가에서(1994)로 묶었고, 전설의 의미와 현장 답사에 관한 글은 함께 떠나는 이야기 여행(2001)다시 떠나는 이야기 여행(2007)으로 묶어 출판하였다. 그 뒤에 쓴 글을 헤아려보니, 100여 편이 되었다. 그 중 63편을 골라 이 책을 엮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감성이 남달라야 하고,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는 문장력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부족함을 느끼기에 이미 간행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또다시 책을 엮어 출판하는 것은 객기(客氣)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저하였다. 그러다가 삶의 현장에서 느끼고 생각한 바가 담겨 있어서 필자의 삶의 궤적(軌跡)을 알게 해 주는 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 것도 뜻이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엮기로 하였다.

 

이 책에 실은 글들은 청탁을 받아 쓴 글도 있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적은 글도 있다. 최근에 쓴 글이 있는가 하면, 20여 년 전에 쓴 글도 있다. 그래서 주제나 소재 면에서 통일성이 없지만, 선택한 소재를 바탕으로 필자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글의 소재 역시 주변에서 얻은 것도 있고, 설화나 민속에서 가져온 것도 있다. 선택한 소재를 바탕으로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면서 독자들이 공감하도록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이 책에 실린 글 중 한 편의 글에라도 공감하는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능소화는 꽃말이 명예이고, 품위와 기개가 느껴지는 꽃이다. 많은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을 다 보내고, 뜨거운 태양이 작열(灼熱)할 때에야 자태를 뽐내는 이 꽃을 보면, 아름다움과 함께 도도함이 느껴진다. 손을 대면 떨어지고 말아 마음에 맞지 않는 누구의 손길도 허락하지 않는 절개가 있는 듯하다. 떨어져 지는 순간까지 활짝 피었을 때의 싱싱함을 유지하다가 그 모습 그대로 떨어져 추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 자존심이 있다. 나는 능소화가 이런 특성을 지닌 꽃임을 알게 된 뒤부터 이 꽃을 좋아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요즈음에 와서는 떨어질 때까지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결기에 마음이 쏠린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이 책의 제목을 능소화처럼이라고 하였다.

 

이 책을 엮겠다고 하였을 때, “그동안 그렇게 많은 책을 펴냈으면 됐지, 왜 또 일을 만들어서 하느냐?”고 불평 섞인 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문장을 다듬어 주고, 찬찬히 교정을 봐 준 것을 감사한다. 마무리 단계에서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에 뛰어난 실력을 지닌 최명환 교수가 바쁜 중에 틈을 내어 문단의 구성과 표현의 적절성을 살펴보고 조언해 준 것을 감사한다. 이 책을 출판해 준 보고사 김흥국 사장과 황효은 대리께도 감사한다.

2015109

의재(宜齋) 최운식(崔雲植)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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