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하는 말로, ‘동무’, ‘벗’, ‘친우’라고도 한다. 친구는 사귀는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취미와 습관, 경험과 추억, 사상과 가치 등을 공유하며 깊은 영향을 주고받는 특별한 존재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를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을 주는 친구’, ‘서로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친구’, ‘서로의 인격과 삶을 존중하며 성장시키는 친구’로 나누었다. 공자는 ‘정직한 벗’, ‘성실한 벗’, ‘박식한 벗’은 도움이 되는 친구[三益友]이고, ‘남의 뜻에 영합해 비위를 잘 맞추는 벗’, ‘말만 번지르르하고 마음이 음험해 실천이 없는 벗’, ‘줏대나 진심 없이 외면만 부드러운 벗’은 해를 끼치는 친구[三損友]라고 하였다. 두 성현의 말은 친구의 성격과 본질을 잘 설명해 준다. 그와 동시에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가 일깨워준다.
우리의 옛날이야기 중에 삶은 돼지를 싸서 짊어지고 친구를 찾아가 불의의 사고로 죽인 사람의 시신이라며 하룻밤만 숨겨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 반응을 살펴서 누가 진실한 친구인가를 판가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최운식 편, 《한국의 민담 2》에 실린 「진실한 친구」 참조). 이 이야기에는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친구도 좋지만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실한 친구’라고 하는 의식이 담겨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성현의 가르침과 관계없이 이러한 우정관을 구비문학 작품에 담아 전파·전승해 왔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진심으로 바르게 행동해야 진실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친구를 대할 때에 진심으로 대하며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였다. 그래서 몇 친구와 깊은 우정을 나누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친구들이 70대에 하늘나라로 떠나고 보니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80대 노년이 되고 보니, 어떤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야 할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제 성현이 친구에 관해서 한 말이나 우리 조상이 강조해 온 진실한 친구에 대한 관념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이득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된다. 나이 든 내가 상대에게 이득을 줄 것도 없고, 또 바랄 것도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식 습득이나 인격 함양에 도움을 줄 사람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 더 지식을 쌓고 인격을 함양할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줄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된다. 활동 영역이 제한적이니 건강 문제 외에 위기를 맞을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러면 노년의 친구는 어떤 사람이 좋은 친구인가? 정서적으로 통하는 사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 좋다. 시간이 날 때 전화하여 만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주위의 여건 때문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으면 아쉬움만 더해갈 뿐이다.
힘들 때 위로해 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는 친구였으면 좋겠다. 답답한 일이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만나 내 속을 열어 보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사실과 다른 말로 나를 나쁘게 말하거나 헐뜯을 때 변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이런 사람이라면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때마다 불러내어 식사하고 싶어질 것이다.
노년이 되면 사회적인 활동이 줄어든다. 그에 따라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사실상 없어진다.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나와 뜻이 같은 사람을 골라 관계를 두텁게 하여 친구로 삼아야 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식사, 생활 습관, 운동 등에 유의해 건강을 챙기면 노년의 외로움을 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2025.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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