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3대 야담집으로 꼽히는중 《계서야담(溪西野談, 이희준 편) 》, 《 동야휘집(東野彙輯, 이원명 편) 》 , 《청구야담(靑邱野談, 편자 미상) 》 이 나왔다. 야담은 야사를 바탕으로 흥미 있게 꾸민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입에 오르내리다가 기록되었을 것이다. 앞의 두 권은 편자가 알려져 있으나 《 청구야담 》 은 1843년경 금릉군수로 재직하고 있던 김경진(金敬鎭)이 펴낸 것이라고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청구야담 》 에 실려 있는 「은항아리를 다시 묻은 어머니」 이야기는 자녀 교육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옛날에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여인이 아들 둘을 데리고 근근이 살았다. 그는 자기 밭을 매다가 은이 가득 담긴 항아리가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것을 팔면 살림 걱정하지 않고 아들 둘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그는 그것을 꺼내어 팔려고 하다가 깊이 생각하고 다시 묻어 두었다.
그는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두 아들을 바르게 잘 길렀다. 잘 자란 두 아들은 벼슬을 하고, 결혼하여 자녀를 여럿 두었으므로, 그는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그가 가족들에게 밭에 있는 은항아리 이야기를 하였다. 아들들은 “그것을 팔아서 썼으면 어머니께서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터인데 왜 다시 묻었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너희들이 근검절약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거나 잘못될가 걱정되어 그대로 묻어 두었다”라고 하였다. 두 아들은 생각이 깊은 어머니께 머리 숙여 감사하였다.
이 이야기 속의 어머니는 항아리 속의 은을 팔아서 쓰려다가 다시 묻어 두고 근검절약하며 가난을 이겨냈다.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돈이 아니면, 그 돈이 오히려 자녀 교육을 그르칠 수 있다는 바른 생각 때문이었다. 아들들은 자라면서 어머니가 근검절약하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며 존경하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며 부지런히 공부하여 실력 있고 인격적으로 훌륭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형편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즈음 초․중․고 학생 중 일부가 비싼 외제 물품을 쓰고, 값비싼 신발․옷․스마트폰을 좋아하며, 용돈을 물 쓰듯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일부 어머니들은 자녀의 기를 꺾지 않고 살려 준다는 생각에서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호사스럽게 해주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는 자녀들에게 사치와 낭비는 가르치면서, 근검절약과 절제는 가르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근검절약하는 가정과 부유한 가정의 자녀는 자라서 어떠한 인성을 가지게 될까? 이것은 부모의 교육관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예상되는 특성은 적어볼 수 있다.
부모가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자녀는 돈의 가치를 인식하고 경제적인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성인이 된 뒤에 경제적 목표를 세우고,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실천하는 마음도 갖게 될 것이다. 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물건을 잘 관리하고, 낭비를 줄이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태도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부모의 넉넉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고 특권 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과도한 소비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고, 책임감이나 자립심이 부족할 수 있다. 부모의 높은 기대와 압박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도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솔선수범하여 올바른 가치관과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자녀 교육’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문제를 수행할 때 「은항아리를 다시 묻은 어머니」 이야기는 유념해야 할 좋은 자료이다. (2025. 4. 9.)
'자료실 >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구리 없는 게 한[恨無大蛙] (0) | 2025.03.08 |
---|---|
황새 재판 (0) | 2025.02.14 |
노년의 건강 지키기 (2) | 2025.02.04 |
딸의 집 방문 (1) | 2024.12.02 |
밤 줍기 (3) | 2024.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