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의 옆 동 1층에 ‘자이 휘트니스 센터’가 있다. 나는 이곳을 그냥 헬스장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에 그 앞을 지나면서 보면, 오전에도, 저녁에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부러워하면서도 그곳에 가서 운동할 생각은 하지 않고 몇 년을 지냈다.
그런데 나이 80이 넘으면서부터 체중이 시나브로 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이 들면 체중이 조금씩 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운동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맨손체조와 아령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둘레길과 공원 걷기 시간을 늘렸다. 그러나 체중 주는 것이 멈추지 않음은 물론, 피부 가려움증이 생기고, 왼쪽 어깨가 심히 저렸다. 몇 년 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아파 숟가락질하기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왼쪽 어깨가 아파 옷을 입고 벗을 때에 통증을 느껴 소리를 지르곤 하였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어깨통증으로 벌떡 일어나 어깨를 움직이고 주무른 뒤에 잠이 들곤 하였다.
그래서 정형외과 의원을 거쳐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는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한 다음에 부항을 뜨면서 근육이 줄어서 그렇다고 하였다. 한의사는 몇 년 전 오른쪽 어깨가 아플 때에도 그 말을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아령운동과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여 낫게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둘레길과 공원 걷기와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한 상체와 하체 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면 공원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 것 같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아내와 함께 헬스장에 가서 담장직원을 만나 이야기해 보니, 회비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개인교습은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헬스장을 들어가 보니, 100평쯤 되어 보이는 널찍한 방에 70여 개의 운동기구가 번호표를 달고 서 있다. 여러 기구 중 내 체력에 맞는 기구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였다. 지하가 아니어서 환기도 잘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여 회원등록을 하였다.
등록한 다음날 운동복을 꺼내 입고 헬스장에 갔다. 젊은이와 중년, 노년의 남녀가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아내와 함께 체력에 맞는 운동기구를 물색하여 운동한 뒤에 샤워를 하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이든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언제부터 운동을 하였는가를 물어 보았다. 모두 몇 년 전부터 운동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이분들의 말을 들으면서 정년퇴임 전까지는 바빠서 그랬다 치더라도 퇴직한 뒤에도 운동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 것이 후회스러웠다.
나는 여러 기구의 사용법과 운동효과를 알리는 그림을 보면서 하체운동과 상체운동, 허리운동, 걷기운동 등 여러 운동을 하였다. 하체운동은 다리를 앞과 뒤로 움직이기, 옆으로 벌렸다 오므리기, 발로 밀고 당기기 등의 운동을 하였다. 상체운동은 팔을 벌렸다가 오므리기, 위로 들어올리기, 앞이나 위에 있는 것을 잡아당기기, 들어올리기 등의 운동을 하였다. 각 기구는 기본부터 시작하여 무게를 늘려 운동의 강도를 높이도록 잘 설계되어 있었다. 젊은이와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은 강도를 높여서 근육강화운동을 하지만, 나는 남아 있는 근육이 더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기본에서 조금 무게를 올려 운동하였다.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근육까지 움직여 근육의 퇴화를 막는 데에 목표를 두고 근육강화운동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되니, 식욕이 늘고 잠을 잘 자게 되었으며 피부에 부스럼이 나던 것과 체중 주는 것이 멈춘 것 같다.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어깨근육이 강화된 때문인지 심하던 어깨통증도 사라졌다.
어깨 통증은 석사학위논문을 제출할 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학위논문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심사본 3부를 제출해야 했다. 그 때는 복사기가 널리 보급되기 전이어서 논문을 복사하여 3부를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미농지로 만든 넓은 원고지 넉 장을 포갠 뒤에 그 사이에 묵지를 넣고 볼펜으로 꼭꼭 눌러 썼다. 그런 뒤에 위쪽의 석 장은 심사본으로 제출하고, 맨 아래 것은 내가 보았다. 많은 분량의 원고를 꼭꼭 눌러 쓰다 보니, 손가락과 어깨의 근육에 무리가 갔는지 손가락과 어깨가 몹시 아팠다.
이렇게 시작한 어깨 통증은 몇 년씩 시차를 두고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아프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이제까지 지내왔다. 이렇게 심심치 않게 나타나 나를 괴롭히던 어깨 통증이 다시 가라앉았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이 부족하니 근육이 줄어 통증이 온다는 한의사의 말이 실감난다. 뒤늦게나마 헬스장에 다니며 하루에 2~3시간씩 운동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릎퇴행성관절염이 있어서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통증을 느낀다. 이것은 연구하고 글을 쓰느라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서 무릎관절을 보호해 줄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한다. 중년부터 운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늦게나마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여 어깨통증을 비롯하여 잔병이 사그라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날씨가 풀린 뒤에도 둘레길과 공원 걷기는 물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일도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한다. (2025.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