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은 산르우르파에서 남쪽으로 45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로 인구는 약 1,500명이다. 이곳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았는데, 기원전 2,000년경에도 상업이 발달한 도시였다고 한다. 기원전 1,100년경에는 달을 숭배하는 아시리아인이 지배하였고, 뒤에 로마 영토가 되었다

  하란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고향인 우르(산르우르파)를 떠나 하나님이 복을 주겠다고 약속한 땅 가나안으로 가다가 머물러 산 땅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받들어 모시는 아브라함의 제2고향이다.

  전통가옥

  하란에는 햇볕에 말린 흙벽돌로 지붕을 원뿔 모양으로 지은 집이 있다. 이 집은 이 지방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건축 양식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이것은 기원전 6,000~3,000년 사이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전해온 주거 양식인데,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200여 년 전에 세운 것이다.

  하란에서는 독특한 건축 양식인 고깔 모양의 집을 관광객을 위하여 개방하고 있다. 우리는 하란 문화의 집으로 가서 집 안팎을 둘러보았다. 한 단지 안에 여러 집을 연달아 지어놓았는데, 집 밖에는 여러 가지 생활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 보니, 연달아 지은 집들이 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돔 부분은 흙벽돌로 30∼40단을 쌓아올렸는데, 높이가 5m쯤 되어 보인다. 그 안에서 기념품도 팔고, 차와 음료수도 팔고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모두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은 맑은 날씨에 바깥 기온이 섭씨 38도가 넘어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집안에 들어가니 시원하였다

  문화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전통가옥들이 있고, 옛 성터도 보였다. 전통가옥이나 성벽 모두 흙과 돌을 섞어 만든 벽돌로 쌓은 것 같았다. 나는 이곳을 둘러보며 목재를 구하기 어려운 이곳 사정을 고려하여 일찍부터 흙벽돌로 원추형 집을 짓고 산 이곳 주민들의 지혜가 대단하였음을 알았다.

  

야곱의 샘

  전통가옥에서 2km쯤 떨어진 곳에 야곱의 샘으로 알려진 샘이 있다. 지금은 물이 나오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해 주는 좋은 우물이었던 같다. 구약 성경에는 이 샘이 두 번 나온다먼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아내감을 구하는 이야기부터 살펴보겠다

  고향인 우르를 떠난 아브라함은 아버지 데라와 함께 이곳 하란에서 와서 살았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하나님께서 지시한 가나안으로 가서 살았다. 아브라함은 가나안에서 낳은 아들 이삭의 신부감을 가나안 여자 중에서 고르지 않고, 자기의 고향에 사는 친척 중에서 고르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하인을 하란으로 보내어 신부감을 구해 오게 한다. 구약 시대에는 민족과 가문의 혈통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근친혼(近親婚)을 하던 때였다. 아브라함의 종은 하란으로 와서 이 우물가에서 물을 길러 나오는 사람을 기다린다. 그는 여기서 맨 먼저 물을 길러 나온 리브가를 만난다. 그는 리브가가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손녀이고, 인물과 성품이 훌륭한 여인임을 확인한 뒤에 청혼하여 이삭과 혼인하게 하였다

  그 다음에는 이삭의 아들 야곱 이야기가 나온다. 이삭과 리브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야곱은 가나안 여인과 혼인하지 말고, 어머니의 고향인 하란으로 가서 외가의 여인과 혼인하라는 아버지 이삭의 말에 따라 하란으로 왔다. 그는 이 우물가에 앉아 있다가 양떼를 이끌고 물을 먹이려고 온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을 만나 혼인하였다.

  이처럼 이 샘은 리브가와 이삭, 야곱과 라헬이 혼인하도록 인연을 맺어준 의미 있는 장소이다. 지금은 물도 나오지 않고 메마른 밭 가운데에 방치되어 있지만, 아브라함의 아들과 손자가 배우자를 얻는 데에 중요한 몫을 한 뜻 깊은 장소이다 하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선지자 엘리야의 무덤과 욥의 가족 무덤이 있고, 달의 신 (Sin)’의 신전이 있다고 하나 시간이 없어 가보지는 못하였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5일에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간행한 <<터키 1000일의 체험>> 중 <터키 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에 실려 있음.


  넴루트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730분에 산르우르파로 향하였다. 버스가 1시간 남짓 달리니,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보였다. 가이드에게 강 이름을 물으니, 유프라테스 강이라고 하였다. 물줄기를 따라 20여 분을 달려 오전 915분경에는 아타튀르크 댐의 쉼터에 도착하였다쉼터에는 댐의 완공을 기념하는 조각품이 서 있고, 그 안쪽에 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조망대가 있었다. 조망대에서 보니, 강물이 흐르는 산과 산 사이를 막은 높은 둑이 있고, 둑에 만들어 놓은 수문을 통해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곳이 유프라테스 강에 만든 아타튀르크 댐이다.

   유프라테스 강은 터키에서 발원하여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쳐 페르시아 만으로 흘러가는, 길이 약 2,800km의 긴 강이다. 이 강은 터키 동부의 에르주름(Erzurm) 북서쪽 산맥에서 시작한 카라수(Karasu) 강과 아르메니아 고원에 있는 아라랏 산(Ararat Dağı) 부근의 반(Van) 호수 근처에서 발원한 무랏 강(Murat Nehir)이 합류하여 본류를 이룬다. 터키에서는 1년에 25억 톤의 물이 흐르는 이 강에 높이 약 169m, 길이 약 1,600m, 두께는 맨 아래가 약 800m이고, 맨 위가 약 15m나 되는 거대한 댐을 쌓았다. 이 댐은 최대 저수량이 500억 톤에 이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댐이다.

  이 댐은 남동부 아나톨리아 개발계획(Güneydoğu Anatolu Project)’에 의한 것이다. GAP는 관개시설(灌漑施設)과 수력발전시설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 물이 없던 계곡에 물고기가 가득한 호수가 생겼고, 먼지만 날리던 마을에 시장이 들어서고, 공장이 들어섰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엄청나게 큰 것이어서 9개의 도와 2개의 강(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22개의 댐이 계획되어 있는데, 그 중 17개가 2008년 이전에 이미 완공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2012년 무렵에는 19개의 수력발전소가 건설되어 터키 전력의 22%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타튀르크 댐은 1983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05년에 완공하였는데, 공사비가 약 300억 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이 댐은 터키 남동부 지역의 농업용수 확보와 전력 생산을 위해 건설한 것인데, 교통과 관광 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댐의 물은 둘레 7.5m, 길이 26.4km의 쌍둥이 우르파 터널을 통과하여 하란 평야와 주변 지역에 공급된다. 이 물은 이 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고, 목화를 비롯한 농산물 재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이 댐 주위에 여러 개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여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은 옛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고, 지금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생명줄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이 댐이 건설되면 수력 발전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심하면 식수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두 나라는 이 댐의 건설을 반대하면서 국제적으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초당 500톤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높은 둑에는 ‘DSI’라고 쓴 영문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이 댐을 바라보면서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공사를 한 터키인의 추진력과 뚝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되 다른 나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고 배려하는 터키인의 넓은 마음을 생각하였다아타튀르크 댐은 오래된 문화유적지도 아니고, 경관이 빼어난 곳도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토목기술이 배우 발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고, 터키인의 추진력과 뚝심, 남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5일에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간행한 <<터키 1000일의 체험>> 중 <터키 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에 실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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