넴루트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730분에 산르우르파로 향하였다. 버스가 1시간 남짓 달리니,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보였다. 가이드에게 강 이름을 물으니, 유프라테스 강이라고 하였다. 물줄기를 따라 20여 분을 달려 오전 915분경에는 아타튀르크 댐의 쉼터에 도착하였다쉼터에는 댐의 완공을 기념하는 조각품이 서 있고, 그 안쪽에 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조망대가 있었다. 조망대에서 보니, 강물이 흐르는 산과 산 사이를 막은 높은 둑이 있고, 둑에 만들어 놓은 수문을 통해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곳이 유프라테스 강에 만든 아타튀르크 댐이다.

   유프라테스 강은 터키에서 발원하여 시리아와 이라크를 거쳐 페르시아 만으로 흘러가는, 길이 약 2,800km의 긴 강이다. 이 강은 터키 동부의 에르주름(Erzurm) 북서쪽 산맥에서 시작한 카라수(Karasu) 강과 아르메니아 고원에 있는 아라랏 산(Ararat Dağı) 부근의 반(Van) 호수 근처에서 발원한 무랏 강(Murat Nehir)이 합류하여 본류를 이룬다. 터키에서는 1년에 25억 톤의 물이 흐르는 이 강에 높이 약 169m, 길이 약 1,600m, 두께는 맨 아래가 약 800m이고, 맨 위가 약 15m나 되는 거대한 댐을 쌓았다. 이 댐은 최대 저수량이 500억 톤에 이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댐이다.

  이 댐은 남동부 아나톨리아 개발계획(Güneydoğu Anatolu Project)’에 의한 것이다. GAP는 관개시설(灌漑施設)과 수력발전시설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 물이 없던 계곡에 물고기가 가득한 호수가 생겼고, 먼지만 날리던 마을에 시장이 들어서고, 공장이 들어섰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엄청나게 큰 것이어서 9개의 도와 2개의 강(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22개의 댐이 계획되어 있는데, 그 중 17개가 2008년 이전에 이미 완공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2012년 무렵에는 19개의 수력발전소가 건설되어 터키 전력의 22%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타튀르크 댐은 1983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05년에 완공하였는데, 공사비가 약 300억 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이 댐은 터키 남동부 지역의 농업용수 확보와 전력 생산을 위해 건설한 것인데, 교통과 관광 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댐의 물은 둘레 7.5m, 길이 26.4km의 쌍둥이 우르파 터널을 통과하여 하란 평야와 주변 지역에 공급된다. 이 물은 이 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고, 목화를 비롯한 농산물 재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이 댐 주위에 여러 개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여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은 옛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고, 지금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생명줄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이 댐이 건설되면 수력 발전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심하면 식수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두 나라는 이 댐의 건설을 반대하면서 국제적으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초당 500톤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높은 둑에는 ‘DSI’라고 쓴 영문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이 댐을 바라보면서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공사를 한 터키인의 추진력과 뚝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되 다른 나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고 배려하는 터키인의 넓은 마음을 생각하였다아타튀르크 댐은 오래된 문화유적지도 아니고, 경관이 빼어난 곳도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토목기술이 배우 발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고, 터키인의 추진력과 뚝심, 남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5일에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간행한 <<터키 1000일의 체험>> 중 <터키 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에 실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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