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신앙에는 모형 성기를 바치는 성기봉납(性器奉納) 신앙, 성기 모양의 바위를 신체(神體)로 받들어 모시는 성기암(性器岩) 신앙, 성행위 모방 신앙 등이 있다. 성기봉납 신앙은 앞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성기암 신앙과 성행위 모방 신앙을 살펴보고, 다른 나라의 성기신앙을 살펴본 뒤에 성기신앙의 유래와 의미를 알아 보려고 한다.   

            풍요와 기자의 대상이 되는 성기암(性器岩)

  민간에서는 성기 모양의 바위는 마을에 풍년을 가져다주고, 아들 못 낳는 여인에게 아들을 낳게 해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는 성기암에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제의를 올리거나, 개인적으로 아들 낳기를 빈다.

  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맞은편의 안산에는 남근석인 '까진바위'가 있다. 까진바위는 안산의 등줄기에 위치해서 이화여대 쪽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높이가 2미터 가량 된다. 이 바위에 아들 낳기를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인왕산 국사당 건너편에 높이 10여 미터의 돌출한 화강암이 산중턱에 있다. 이 바위를 '선바위' 또는 '선바위 석부처님'이라고 한다. 이 바위에 아들 낳기를 빌거나, 아이가 잘 자라기를 비는 기도를 드리면 뜻을 이룬다고 한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 용추 계곡에 미륵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는 아들 낳기를 비는 여인과 현대 의학으로 고치기 어려운 병·정신 이상 등을 치유하기 위해 치성을 드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 1동에서 관악사로 올라가는 기슭에 자리잡은 삼막사 뒤쪽의 칠성각 옆에 자연 형태의 남근석과 여근석이 약 2미터 간격으로 있다. 남근석의 높이는 약 1.5미터, 여근석은 약 1.1미터이다. 이 바위를 만지면서 자식의 점지를 빌고, 출산과 일가의 번영, 무병장수를 빌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에도 4월 초파일과 7월 칠석날에는 인근 사람들이 몰려와 간단한 제물을 차려놓고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 마을의 바닷가에 자연적으로 된 '수미륵'과 '암미륵'이 있다. 수미륵은 남자의 성기가 발기한 모양과 비슷하고, 암미륵은 여자가 잉태하여 배가 부른 모양과 비슷하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음력 10월 23일에 미륵제를 지내고 있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 백암리 원백 마을 앞에는 높이가 약 1.7미터이고, 둘레가 약 88센티미터인 남근석이 있다. 이 바위는 일명 '자지바위'라고도 하는데, 아기를 갖지 못한 여인이 백설기, 과일 등을 차려놓고 치성을 드린 뒤에 주위를 돌면서 바위를 껴안으면 효험이 있다고 하여 외지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남근석 당산에는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제천시 송학면 무도리 2구 마을 입구에는 길가에 지름 약 1.5미터의 타원형으로 된 암석이 있는데, 위쪽이 움푹 패여 있고, 그 속에 지름 1미터 정도의 달걀 모양 바위가 볼록하게 솟아 있어서 마치 여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바위를 '공알바위' 또는 '용암(龍岩)'이라고 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평안과 풍농(豊農)을 위해 매해 음력 정월 초이틀 자정에 동제를 지낸다.

  이 외에도 성기암 신앙의 예는 전국에 많아서 이루 다 소개할 수 없다.

                  성행위 모방 신앙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 마루에는 '말바위'가 있다. 아들을 낳지 못한 여자가 두 다리를 벌려 말바위의 엉덩이 부분에 올라타고서 뛰어 머리 부분으로 가서 목을 끌어안는 동작을 세 번 되풀이하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이것은 성행위를 모방한 것이라 하겠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 밖 길가에 거북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이를 '붙임바위'라고 한다. 애 없는 여인이 기자(祈子)를 위해 조그만 돌을 손에 쥐고 이 바위에 문질러서 그 돌이 바위에 딱 붙으면 잉태하게 된다고 하여 많은 여인들이 이곳에 와서 돌을 문질렀다고 한다. 이것 역시 성행위를 상징하는 것이라 하겠다.   

  마을과 마을 대항으로 줄다리기를 할 때, 지형에 따라 암 마을에서는 암줄을 마련하고, 수 마을에서는 수줄을 준비하여 정해진 장소로 메고 나와서 이를 결합한 뒤에 줄을 당긴다. 이 때 이긴 마을은 풍년이 든다고 한다. 줄다리기의 줄이 용신(龍神)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면, 줄다리기는 암용과 수용의 성적 결합을 통해서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행하는 놀이라 하겠다. .           

              외국의 성기신상

  일본에서는 나무나 돌로 커다랗게 만든 성기를 신사(神社)에 봉안하고, 제의를 올리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고 한다. 이지켄(愛知縣)에 있는 다카다진자(田縣神社)에서 매년 3월 15일에 행하는 풍년제(豊年祭)에는 직경 60Cm, 길이 2m 정도 되는 통나무로 깎은 남근을 여럿이 둘러메고 거리를 돌고 난 뒤에 신전에 봉안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를 올린다. 제의의 목적은 풍농, 가업 번영, 자손 번성 등이다.

  태국에서는 사원(寺院) 앞에 남자 성기 모양의 커다란 통나무를 세워 놓고, 그 앞에 가서 젊은 남녀들이 소원을 빈다. 또, 방콕의 한 불교 사원에도 대형 석제(石製) 남근과 사람 키 정도의 목제(木製) 남근에 붉은 색을 칠해 매달아 놓고 신앙한다. 태국인들은 배를 탈 때 소형의 목제 남근을 허리에 차고 다닌다. 이것은 목제 남근이 귀신을 쫓는 힘을 지니고 있고, 물에 빠졌을 때 상어의 침해를 막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부녀자들은 기자를 위해 소형 남근을 옷 속에 차고 다닌다.
 
  인도에서 인도교도들은 석제 남근을 생산신으로 숭배한다. 또 10월 말부터 11월 초 새달이 떠오를 때에 남근제를 지낸다. 그리고 남녀의 성교 자세를 조각한 '환희천상(歡喜天像)'을 신으로 신앙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농부들이 봄에 밭에 씨앗을 뿌리고, 그날 밤에 밭에 나가 부부 관계를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부부의 성행위에 의해 어린아이가 생기듯이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어 농사가 잘 되게 해 달라는 의미를 지닌 것이다. 성신앙(性神仰)이 농경의례로 바뀐 예는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중국 등지에서도 발견된다.

        성기 신앙의 유래와 의미

  원시인들은 자기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냥을 하러 나가기 전에 잡으려고 하는 짐승의 모양을 그리거나, 그 형상을 만들어 놓고, 사냥에 성공하기를 간절히 빌면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은 주술(呪術) 심리를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주술 심리를 지닌 고대인들은 부족의 번성을 간절히 바라면서 아기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성기와 유방을 매우 존귀하게 여기고, 신성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그 모양을 바위에 새기거나, 모형을 만들어 놓고 새 생명의 출생과 건강, 부족의 번성을 빌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여성의 성기를 생산의 기능을 지닌 신으로 숭상하는 성신앙(性信仰)이 형성되었다. 그 후, 새로운 생명의 출생은 여성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남성의 성력(性力)이 작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남성 성기도 신성시하게 되었다. 그런데 모계사회가 부계사회로 바뀜에 따라, 성신앙도 여성 성기 위주에서 남성 성기 위주의 신앙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성신앙에 따라 성기를 생명체의 출생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으로 믿게 되었고, 성행위도 쾌락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출생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성한 행위로 믿게 되었다. 따라서 양성(兩性)이 결합하지 못하면, 성적 결핍으로 인해 생명체의 출생 번식이나 풍요가 있을 수 없음은 물론, 재난이 생긴다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에서는 상징적인 성적 결합 행위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기원전 1세기 경에 매몰된 도시 폼페이의 신전벽의 조각품에 남자의 성기나 여성의 유방, 발기된 남성의 성기를 타고 앉은 여성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성신앙이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말해 준다.

  성기신앙은 세계 각지에 자연스럽게 전해 왔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려는 윤리의식 때문에 일찍부터 소멸되어 지금은 일부의 모습만 전해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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