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르우르파는 터키 남동부에 자리 잡고 있는 인구 약 65만명의 도시이다. 이곳은 성경에 나오는 우르, 기독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받드는 아브라함의 탄생지이고, 동방의 의인 욥이 살았던 곳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곳을 예언자의 도시라고 하였다산르우르파는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곳으로, 기원전 3,000년경에는 후르리인이 이 지역을 통치하였다. 그 뒤에는 히타이트 왕국이 이곳을 지배하였다. 히타이트 왕국의 핫투샤가 함락된 뒤에는 신 히타이트가 주변에 소왕국을 건설하여 이 지역을 다스렸다. 기원전 6세기에는 페르시아가 이 지역을 점령하여 다스렸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곳을 점령하고, 이름을 에데싸(Edessa)’라고 하였다. 이곳은 지중해와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요충지이므로, 로마와 아랍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곤 하였다. 1098년 십자군은 셀주크의 영토였던 에데싸를 빼앗아 에데싸 백령(伯領)’을 세웠으나, 50년밖에 지속하지 못하였다이곳은 1516년에 오스만제국의 영토가 되었는데, 오스만제국은 이곳의 지명을 우르파(urfa)’라고 하였다. 그래서 20세기까지 우르파로 불렸는데, 1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군이 이곳을 점령하였을 때 시민들이 맞서 싸워서 물리친 것을 기려 1984년에 도시 이름 앞에 산르(명예로운)’를 붙여 산르우르파가 되었다. 그러나 전과 같이 우르파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20011622일 하란을 경유하여 산르우르파에 도착한 우리는 점심에 우르파케밥을 먹었다. 우르파케밥은 이 지역에서 자랑하는 요리로, 토마토와 가지, 고기완자를 번갈아 큰 꼬치에 꽂아서 구운 것인데, 아주 맛이 좋았다점심 식사 후에 우르파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는 아브라함 공원으로 들어섰다. 공원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 터키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과 검은색 차도르를 쓴 사람들이 많이 눈에 뜨였다. 모두 터키 사람인지, 이웃나라에서 온 사람인지는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대화를 해 보면 이웃나라에서 온 사람도 꽤 많았다.

아브라함 탄생지(Hz İbrahim Makammı/ Dergah)

  우리는 맨 먼저 아브라함 탄생 동굴을 찾았다. 아브라함이 탄생하여 자랐다는 동굴은 우르파 성채 바로 아래의 큰 바위산에 있는데, 건물을 지어 보호하고, 출입문도 만들어 놓았다. 출입문은 남자가 들어가는 문과 여자가 들어가는 문이 다른데, 안에 들어가면 합해진다. 거기에는 손발을 씻을 수 있도록 수도 시설을 해 놓았다. 여러 사람들이 이곳에서 손과 발을 깨끗이 씻은 뒤에 동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지면 아래에 자리 잡은 동굴은 시멘트로 벽을 싸서 보호하고, 유리를 통해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동굴 안에서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 물을 성수(聖水)로 여긴다고 한다.

  아브라함 탄생 동굴은 무슬림들이 매우 신성하게 여기는 곳이다. 무슬림들은 아브라함 탄생 동굴 옆에 메블리드 할릴 자미(Mevlidi Halil Camii)를 지어 이곳을 성지로 만들었다. 이 동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에 이곳을 다스리던 아시리아의 님로트왕의 꿈에 한 신인이 나타나 그 해에 태어나는 아이가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라고 하였다. 꿈에서 깨어난 왕은 그 해에 태어나는 남자아이를 모두 죽이라고 명하였다.

  이 명령이 내려진 직후에 한 임신한 여인이 이 동굴로 와서 남자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이곳에 숨어 지내면서 아이가 일곱 살 먹을 때까지 기른 뒤에 아이의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 아이가 아브라함이라고 한다.

  아브라함은 기독교와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또는 성인으로 받들어 모시는 인물이다. 그러나 성경이나 코란의 어디에서 아브라함의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는 아브라함의 출생과 관련된 위의 전설을 진실되고 신성하다고 여겨 이곳을 성지(聖地)로 만들고 경배하고 있다.

성스러운 물고기 연못(Halilür Rahman Gölü)

  아브라함 탄생 동굴에서 나와 넓은 광장을 조금 걸어가니 폭이 약 10m, 길이가 약 100m쯤 되는 직사각형 모양의 연못이 있었다. 맑고 깨끗한 물에는 수많은 잉어 모양의 커다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오가고 있었다. 이 연못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에 청년 아브라함이 유일신인 하나님을 믿으며 해와 달과 별의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였다. 그는 월신(月神)의 상()을 만들어 파는 아버지께도 우상을 숭배하지 말고 하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였다. 이를 안 님로트 왕은 전통신앙을 부정하도록 백성을 선동하는 아브라함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왕은 그를 불러 지금까지 이 지역 사람들이 믿어온 다신교로 복귀할 것을 명하였다. 아브라함이 말을 듣지 않자, 왕은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왕은 아브라함을 형틀에 묶은 다음, 그 밑에 장작을 높이 쌓고 불을 붙였다. 불길이 아브라함에게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몸을 튕겨 오르게 하고, 천둥·번개와 함께 비를 내렸다. 잠시 후에 아브라함이 떨어진 곳에 연못이 생기고, 타던 장작은 물고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연못을 성스러운 연못이라 하고, 물고기를 성스럽게 여겨 잡지 않는다.

  성경에는 아브라함이 신앙적인 이유 때문에 화형(火刑)을 당할 뻔한 이야기가 전해 오지 않는다. 그러나 코란에는 왕이 아브라함을 화형에 처하려고 할 때에 하나님이 그를 불 가운데에서 건져냈다는 구절이 있고(2169절과 379798), 이 구절에 대한 주석에 위와 같은 이야기기 실려 있다. 무슬림들은 연못의 북쪽에는 르드바니예 자미(Rıdvaniye Camii), 서쪽에는 할릴뤼르 라흐만 자미(Halilür Rahman Camii)를 지어 이 지역을 성역(聖域)으로 만들었다.

  아브라함과 관련된 내용 중 성경과 코란이 다른 예를 하나 적어 보겠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명을 따라 아들을 산으로 데리고 가서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확고한 것을 확인한 하나님은 아들의 몸에 손대지 말고, 준비해 놓은 양을 제물로 바치라고 한다. 이것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아브라함의 믿음이 절대적이었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종교사적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관습에서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관습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음을 말해 준다. 이 이야기가 구약 성경에도 실려 있고, 코란에도 실려 있다. 그러나 두 경전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제물로 바치려는 아들이 성경에서는 '이삭'으로 되어 있는데 비하여 코란에서는 '이스마엘'로 되어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은 아브라함의 두 아들 중 사라의 몸에서 난 이삭을, 아랍 민족은 하갈에게서 난 이스마엘을 조상으로 받드는 때문이라 하겠다.

젤리하의 연못(Aynı Zeliha)

  성스러운 물고기의 연못 남쪽에 젤리하의 연못(Aynı Zeliha)’이 있다. 이 연못은 아브라함을 홀로 연모하던 님로트 왕의 딸 젤리하가 아브라함을 화형하려는 것을 보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몸을 던진 연못이라고 한다. 공주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더라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구하시는 이적(異蹟)을 볼 수 있었을 터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성스러운 물고기의 연못과 젤리하의 연못의 물은 좁은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서로 통한다. 물고기들은 수로를 따라 두 연못을 오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제리하 공주의 슬픈 사연을 이야기해 주고 있는 듯하다.


우르파 성채(Şanlı Urfa Kalesi)

  성스러운 물고기 연못 남쪽 돌산에 우르파 성채가 있다. 이 성채는 고대 히타이트 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전해 오는 것은 서기 815년에 재건한 것이다. 언덕 위에 높이 17m의 돌기둥이 두 개 있는데, 이것은 기원전 3세기경에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 오르면, 아브라함의 탄생지와 성스러운 물고기 연못을 비롯하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욥의 동굴(Hz Eyyüb Peygamber Makamı)

  우르파 성채에서 버스를 타고 15분쯤 가면 욥이 은거(隱居)하던 동굴이 있다.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욥은 우스 사람으로, 흠이 없고 정직하며, 악을 멀리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로, 아들 일곱과 딸 셋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어느 날, 사탄이 하나님 앞에 나타나자, 하나님은 욥의 믿음을 칭찬하며 자랑하였다. 사탄은, 욥의 믿음은 하나님께서 부족함 없는 재물과 하는 일마다 잘되는 복을 주셨기 때문이므로, 그에게서 복을 거두면 하나님을 저주할 것이라고 하였다. 하나님은 사탄에게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네게 맡겨 보겠다. 다만, 그의 몸에는 손을 대지 말라(욥기 1 : 12).”고 하셨다. 사탄은 그에게서 자녀, 재물을 모두 빼앗고, 그의 몸에 악성 종기가 생기게 하였다. 모든 것을 다 잃고 갈 곳이 없게 된 욥은 병든 몸을 이끌고 이 동굴로 와서 지냈다고 한다.

  욥은 이 동굴에서 지내면서도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저주하지 않고, 신실한 믿음을 지켰다. 이를 확인한 하나님은 그에게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고, 전보다 더 예쁜 자녀와 더 많은 재물을 허락해 주셨다.

  이곳에는 욥이 기거했던 동굴과 욥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사가 팠다는 우물이 있다. 출입구 옆에 있는 수도에서 나오는 물이 그 우물물이라고 한다. 이 물은 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요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참배한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5일에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간행한 <<터키 1000일의 체험>> 중 <터키 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에 실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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