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고 바로 쓰기(10)>

무데뽀, 앗싸리, 부락, 엑기스와 같은 말은 쓰지 말아야

 

  며칠 전에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가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무데뽀로 덤비지 말고 잘 생각해 봐./ 그 사람은 정말 무데뽀.” “그 사람 정말 앗싸리하더라./ 그 일은 질질 끌지 말고 앗싸리하게 거절해.” 이런 대화에 나오는 무데뽀앗싸리는 일본어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인 줄 알고 쓰고 있다.

 

  ‘무데뽀(むてっぼう)’무철포(無鐵砲)’라는 한자어에서 온 말로, 아무데나 마구 쏘아대는 대포를 뜻한다. 이 말은 그 방향과 시각을 정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마구 쏘아대는 대포처럼 앞뒤 생각 없이 무슨 일을 하거나, 분별없이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 또는 그런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로는 무턱대고/저돌적또는 무모한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위의 대화는 그렇게 무턱대고(저돌적으로) 덤비지 말고 잘 생각해 봐./ 그 사람은 정말 무모한 사람이야.”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다.  ‘앗싸리(あっさり)’담박하게/산뜻하게/시원스럽게의 뜻을 가진 일본어이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로는 산뜻하게/ 담박하게/ 시원스럽게/ 깨끗하게/ 간단하게가 있다. 그러므로 위의 대화는 그 사람 정말 시원스럽더라./ 그 일은 질질 끌지 말고 깨끗하게 거절해.”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다.

 

   요즈음에도 시골에 가면 자기가 사는 마을을 ‘00부락(部落)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 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격하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부른 이름이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부락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을 ‘00부락이라고 하는데, 그 마을을 얕잡아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는 이러한 뜻을 지닌 부락이라는 말을 버리고 마을/동네로 쓰는 것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인삼 엑기스/매실 엑기스라고 하여 엑기스란 말을 우리말처럼 쓰고 있다. 이 말은 진액/추출액의 뜻을 가지고 있는 영어 엑스트랙트(extract)’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인들은 이 말을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우니까 엑기스라고 줄여서 말하였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가 일상용어처럼 쓰고 있다. 한국인은 어떤 외국어도 자유롭게 발음할 수 있으므로 굳이 일본식 영어를 따라 하지 말고, 영어의 원음 그대로 엑스트랙트라고 하거나 줄여서 엑스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영어의 엑스트랙트나 엑스보다는 같은 뜻을 가진 우리말 농축액/진수/진액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기독교타임즈 제451, 2006.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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