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최운식 교수(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가 쓴『성경 이야기와 한국 이야기』가 보고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성경 이야기와 대응되는 한국 이야기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고, 이들 이야기가 지닌 교훈적・신앙적 의미를 정리하였다.

   이야기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이다.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상상력이나 영감에 의해 꾸며질 수도 있다. 

  성경에는 많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 이야기 중에는 이스라엘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것도 있고, 성경을 기록할 당시에 일어난 일을 적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들 이야기에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은총, 우주 만물을 주관하시는 깊은 뜻과 계획이 녹아 있다.

   한국의 이야기는 한국인이 오래 전부터 생활 속에서, 공동의 의식에 의해 형성된, 일정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이다. 그 중에는 진실하고 신성하다고 믿는 ‘신화’도 있고,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하며 증거물을 제시하는 ‘전설’도 있으며, 흥미 위주의 ‘민담’도 있다. 그 속에는 흥미와 함께 우리 민족의 역사・신앙・관습・세계관, 꿈과 낭만・웃음과 재치, 또는 생활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나 역경을 이겨내는 슬기와 용기 등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들 이야기는 전해 오는 동안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도 갖게 해 주었을 것이다.

   성경 이야기와 한국 이야기를 비교하는 것은, 성경 이야기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외래종교인 기독교의 성경 이야기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국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전제될 때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두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게 되면, 성경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신앙적 의미와 가치 이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음의 세 가지 요령으로 집필하였다. 첫째,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번역 성경』의 내용을 원문 그대로 적고,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곁들였다. 둘째, 한국 이야기를 소개하고, 한국설화 연구의 성과를 압축하여 설명함으로써 이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셋째, 두 이야기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신앙적․교훈적 의미를 정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성경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신성성과 신앙적 의미도 정리하였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많은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을 제쳐두고 『새번역 성경』을 텍스트로 한 까닭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은 어려운 한자어와 모호한 표현, 쉼표와 마침표도 없이 길게 쓴 문장, 잘못 이해할 소지가 있는 표현,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표현, 현대에 쓰지 않는 표현,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문장이 많아 읽기에 불편하고,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일반 교양인의 경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런 문제가 없는 『새번역 성경』을 텍스트로 삼았다”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는 구약에서 천지창조와 한국의 개벽신화, 노아의 홍수와 홍수 이야기,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과 장자못 이야기, 아들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과 인신공희 이야기, 요셉의 해몽과 해몽 이야기, 버려진 아이 모세와 주몽, 문설주에 바르는 양의 피와 동지팥죽, 홍해를 건넌 모세와 주몽, 아론의 싹 난 지팡이와 부석사 선비화, 도피성과 소도, 남의 아내를 빼앗은 다윗과 관탈민녀 이야기, 나병을 고친 나아만과 송시열, 숨겨진 왕자 요아스와 궁예, 니느웨로 간 요나와 거타지 이야기 등이다. 신약에서는 예수 탄생과 건국 시조, 아기 예수 살해 기도와 아기장수 이야기, 부자와 거지 나사로와 저승재물 차용 이야기, 회심한 삭개오와 자린고비, 귀신을 쫓은 예수와 처용, 성경의 부활과 재생 이야기 등이다.

   저자는 평생 한국 설화와 민속을 연구한 분으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 왔고, 현재는 원로장로로 봉사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이야기를 공부한 기독교인 중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 이야기의 이해를 바탕으로, 성경 이야기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혹 성경 이야기에 대응되는 한국 이야기가 있는 것을 몰랐던 기독교인에게는 한국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의식과 가치관을 이해함으로써 이를 기독교 선교에 활용하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글쓴이-김기창(전 백석대학교 국문과 교수,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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