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3대 야담집으로 꼽히는중 《계서야담(溪西野談, 이희준 편) , 《 동야휘집(東野彙輯, 이원명 편) , 《청구야담(靑邱野談, 편자 미상) 이 나왔다. 야담은 야사를 바탕으로 흥미 있게 꾸민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입에 오르내리다가 기록되었을 것이다. 앞의 두 권은 편자가 알려져 있으나   청구야담 1843년경 금릉군수로 재직하고 있던 김경진(金敬鎭)이 펴낸 것이라고도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청구야담  실려 있는 은항아리를 다시 묻은 어머니이야기는 자녀 교육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옛날에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여인이 아들 둘을 데리고 근근이 살았다그는 자기 밭을 매다가 은이 가득 담긴 항아리가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것을 팔면 살림 걱정하지 않고 아들 둘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그는 그것을 꺼내어 팔려고 하다가 깊이 생각하고 다시 묻어 두었다

  그는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두 아들을 바르게 잘 길렀다. 잘 자란 두 아들은 벼슬을 하고, 결혼하여 자녀를 여럿 두었으므로, 그는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그가 가족들에게 밭에 있는 은항아리 이야기를 하였다. 아들들은 그것을 팔아서 썼으면 어머니께서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터인데 왜 다시 묻었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너희들이 근검절약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거나 잘못될가 걱정되어 그대로 묻어 두었다라고 하였다. 두 아들은 생각이 깊은 어머니께 머리 숙여 감사하였다.

  이 이야기 속의 어머니는 항아리 속의 은을 팔아서 쓰려다가 다시 묻어 두고 근검절약하며 가난을 이겨냈다.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돈이 아니면, 그 돈이 오히려 자녀 교육을 그르칠 수 있다는 바른 생각 때문이었다. 아들들은 자라면서 어머니가 근검절약하며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어머니를 더욱 사랑하며 존경하고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며 부지런히 공부하여 실력 있고 인격적으로 훌륭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형편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즈음 초고 학생 중 일부가 비싼 외제 물품을 쓰고, 값비싼 신발스마트폰을 좋아하며, 용돈을 물 쓰듯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일부 어머니들은 자녀의 기를 꺾지 않고 살려 준다는 생각에서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호사스럽게 해주는 것이 어머니의 역할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리라. 이는 자녀들에게 사치와 낭비는 가르치면서, 근검절약과 절제는 가르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근검절약하는 가정과 부유한 가정의 자녀는 자라서 어떠한 인성을 가지게 될까? 이것은 부모의 교육관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예상되는 특성은 적어볼 수 있다.

   부모가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자녀는 돈의 가치를 인식하고 경제적인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성인이 된 뒤에 경제적 목표를 세우고,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자신의 능력을 믿고 실천하는 마음도 갖게 될 것이다. 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물건을 잘 관리하고, 낭비를 줄이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태도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부모의 넉넉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고 특권 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과도한 소비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이는 물질적인 것에 대한 집착과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고, 책임감이나 자립심이 부족할 수 있다. 부모의 높은 기대와 압박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도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솔선수범하여 올바른 가치관과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자녀 교육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문제를 수행할 때 은항아리를 다시 묻은 어머니이야기는 유념해야 할 좋은 자료이다.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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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35)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이다. 태양의 황경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를 지낸 뒤로 74일째 되는 날이고, 춘분을 15일 앞둔 날이다. 경칩은 추위가 풀려 만물이 약동하며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돋는 때이므로 겨울잠을 자던 벌레, 개구리 등이 깨어난다는 날이다. 한국에선 겨울잠을 자는 동물 중 유난히 개구리를 주목한다.

    《삼국유사》에는 북부여의 금와왕(金蛙王) 이야기가 실려 있고, 이수광의 《지봉유설 》 에는 이른 봄에 개구리 우는 소리로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습이 있다고 하였다. ‘경칩에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 통증에 좋고 허약해진 몸을 보양할 수 있다라고 하여 개구리 알을 뜨러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불치병으로 여기던 결핵 환자가 집에서 쫓겨나 냇가에 헛집을 짓고 지내면서 개구리와 뱀을 잡아 먹고 병이 나았다는 말도 들었다. 이로 보아 개구리는 오랜 옛날부터 한국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구리는 황새를 비롯해 몸집이 큰 새들이 무척 좋아하는 먹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황새와 개구리를 제재로 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야기는 한무대와(恨無大蛙, 개구리 없는 것이 한)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1971년부터 조금씩 다른 이 이야기를 여러 지방에서 채록하여 설화집에 실은 바 있다.

   숙종 임금이 미복차림으로 야순을 하다가 밤늦게까지 글을 읽고 있는 선비의 집에 이르러 보니, 책상 앞 벽에 한무대와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왕이 그 말의 뜻을 물으니, 그는 자기 인생의 역사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느 해 경칩 무렵에 꾀꼬리와 부엉이가 만나 누가 노래를 잘 하는가를 다투었다. 그들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황새에게 판결을 의뢰하기로 하였다.

   꾀꼬리가 노래 연습을 할 때 부엉이는 개구리를 잡아 황새에게 갖다 주면서 자기가 이기게 해 달라고 청탁하였다. 황새가 부엉이의 소리가 힘이 있고 장부답다며 손을 들어주는 것을 본 꾀꼬리는 분하고 억울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하면서 뇌물과 뒷배가 횡행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꾀꼬리와 같은 자기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고 하였다.

   임금은 그에게 곧 별과가 있을 것이니 응시해 보라고 권하고 돌아와 과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조처하고, 별과를 시행하였다. 그가 시험장에 가서 보니, 시제가 한무대와로 자기 이야기였으므로 글을 잘 지어 급제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선비는 여러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번번이 낙방하였다. 그것은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권력자에게 뇌물로 줄 돈이 없고, 뒤를 받쳐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재 발굴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과거가 뇌물과 청탁, 뒷배가 횡행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리고 자기의 처지를 꾀꼬리에 빗대어 한무대와라고 벽에 써 붙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널리 구전되어 오면서 고소설 황새 결송에 수용되어 불공정한 재판을 풍자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가 겪은 이야기라고 하기도 하고, ‘와이로(蛙利鷺)’란 말의 어원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다 확실하지는 않다. 이것은 오랜 동안 민간에 전해 오면서 덧붙여진 이야기인 듯하다.

   이 이야기는 과거 시험을 비롯한 인사문제에 뇌물과 청탁이 횡행하는 세태를 꼬집는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인재를 골라 쓰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선비의 한은 잠행 중이던 숙종 임금의 방문을 계기로 해결의 전기를 맞는다. 과거 부정의 현황을 파악한 임금은 과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조처하는 한편 별과를 시행하여 그를 급제하게 하여 평생의 한을 풀어주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자녀 입시 비리문제나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 채용 비리를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개구리 없음을 한탄하던 선비가 임금을 만나 한을 푼 것처럼 불공정한 일들이 바로잡히고, 그런 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공명정대한 세상이 되기를 마음 간절하다. (2025.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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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고소설 중에 <황새결송>이란 작품이 있다. 재판에서 억울한 판결을 받은 사람이 뇌물을 받고 부당한 판결을 한 재판관을 동물에 빗대어 풍자한 내용이다. 조선 헌종 때인 1948년에 간행된 목판본 《삼설기》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을 송사형 우화소설(訟事形寓話小說), 공안소설(公案小說)의 뛰어난 작품으로 꼽기도 한다.

   경상도에 사는 부자에게 한 일가친척이 찾아와 같은 조상의 자손으로 혼자만 잘 사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재산의 반을 나눠주지 않으면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그는 친척을 서울로 데리고 가서 형조에 고소한 뒤에 자기의 정당함을 믿고 조용히 재판하는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불의한 친척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관원과 재판관에게 접근하여 유리한 판결을 내려줄 것을 청탁하였다. 그는 재산의 반을 나눠주라는 판결을 받고 억울하고 분하였지만 바로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는 관원들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겠다고 하여 허락을 받는다. 그는 <황새 재판> 이야기로 뇌물을 받아 챙기고 부당한 판결을 한 판관을 비판한다.

   어느 날, 꾀꼬리뻐꾸기따오기가 모여 자기의 목소리가 가장 좋다고 다투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황새에게 판결을 의뢰하였다. 제 소리가 가장 좋지 않은 것을 아는 따오기는 황새에게 그가 좋아하는 개구리를 비롯한 여러 먹거리들을 잡아다가 주며 자기의 소리를 최상으로 판결해 달라고 청탁하였다.

   소리겨룸을 하는 날, 황새는 꾀꼬리의 소리는 애잔하여 쓸데없다고 내치고, 뻐꾸기의 소리는 궁상스럽고 수심이 깃들여 있다 하여 내친 다음, 따오기의 소리가 가장 웅장하다며 상성으로 처결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관원들과 재판관은 매우 부끄러워하였다.

   재판은 그 결과에 따라 원고든 피고든 어느 한쪽은 권리와 재산상의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러므로 법관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므로 오랜 옛날부터 강조되어 왔다. 일찍이 공자는 재판이 인과 예, 효와 충의 기본적인 원칙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재판관은 피고와 원고를 동등하게 대우하며 그들의 입장을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하였다. 성경에서도 재판에서 공정성을 잃어서도 안 되고, 사람의 얼굴을 보아주어서도 안 되며 재판관이 뇌물을 받아서도 안 된다(<신명기> 16:19)라고 하였다. 공의로운 재판을 하고, 입을 열어 억눌린 사람과 궁핍한 사람들의 판결을 바로 하라(<잠언> 31:9)고 하였다.

   재판은 공정성과 함께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제때에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한다. 재판관은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한다. 판사가 개인적 신념이나 정파성을 우선시하면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판사들이 불공정한 판결을 하고, 판결을 지연하며 이념에 따라 공정하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판결을 한다. 그에 따라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요즈음에는 국민이 사법부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많은 법조인들이나 상식을 가진 국민이 유죄라고 하는 사건이 괴변과 함께 무죄로 판결된 일이 있다. 국회의 구속동의까지 받은 구속영장을 야당의 대표라 하여 기각한 판사도 있다. 입시비리 사건의 판결이 5년을 넘긴 뒤에 확정되고, 선거법 위반 재판이 5년 넘게 걸리는 바람에 국회의원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출마하여 국회의원이 되는 일도 일어났다. 야당 대표의 선거법 재판이 재판 지연작전과 판사의 늑장으로 2년 넘게 걸려 1심이 끝난 일도 일어났다. 이러한 불공정한 판결이나 지연된 재판으로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재판이 온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측과 상의 없이 일주일에 두 번씩 무더기로 변론기일을 정하고, 대통령 측이 요구하는 증인을 대부분을 기각하며,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발언을 막는다. 경찰이나 검찰에게 조사 중인 사건의 조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여 받아낸 뒤에 이를 근거로 재판을 진행하며 증인이 동의하지 않는 검찰조서를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피의자가 된 대통령의 방어권을 박탈하는 조치이다. 그래서 탄핵재판 진행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여 대통령 측과 많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헌재는 이러한 진행을 신속한 판결을 위해서라고 한다. 재판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은 신속함은 불공정을 낳는다. 이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파면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어 놓고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더하는 일이다. ‘일제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라는 현직 검찰청장의 비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나 판결, 시간 끌기 등을 자행한 판사에게 많은 법조인이나 일반 국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위에 적은 <황새결송>의 관원들은 당사자의 동물에 빗댄 비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의 판사들은 잘못을 인정했다거나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소식이 없다. 오늘의 재판관들은 조선 후기의 재판관에 비해 양심이 오염되고, 낯이 두꺼워진 탓일까?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의 저서 《흠흠신서(欽欽新書)》에서 불공정한 재판을 한 판관을 반실태수(半失太守)라 하고, 판관 중에 최하위라고 하였다.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판사님들은 최하위의 판사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를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2025.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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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아파트의 옆 동 1층에 자이 휘트니스 센터가 있다. 나는 이곳을 그냥 헬스장이라고 부른다. 아파트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올 때에 그 앞을 지나면서 보면, 오전에도, 저녁에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부러워하면서도 그곳에 가서 운동할 생각은 하지 않고 몇 년을 지냈다.

   그런데 나이 80이 넘으면서부터 체중이 시나브로 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이 들면 체중이 조금씩 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운동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맨손체조와 아령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둘레길과 공원 걷기 시간을 늘렸다. 그러나 체중 주는 것이 멈추지 않음은 물론, 피부 가려움증이 생기고, 왼쪽 어깨가 심히 저렸다. 몇 년 전에는 오른쪽 어깨가 아파 숟가락질하기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왼쪽 어깨가 아파 옷을 입고 벗을 때에 통증을 느껴 소리를 지르곤 하였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어깨통증으로 벌떡 일어나 어깨를 움직이고 주무른 뒤에 잠이 들곤 하였다.

   그래서 정형외과 의원을 거쳐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는 침을 놓고 물리치료를 한 다음에 부항을 뜨면서 근육이 줄어서 그렇다고 하였다. 한의사는 몇 년 전 오른쪽 어깨가 아플 때에도 그 말을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아령운동과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여 낫게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둘레길과 공원 걷기와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이용한 상체와 하체 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지면 공원에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 것 같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아내와 함께 헬스장에 가서 담장직원을 만나 이야기해 보니, 회비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개인교습은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헬스장을 들어가 보니, 100평쯤 되어 보이는 널찍한 방에 70여 개의 운동기구가 번호표를 달고 서 있다. 여러 기구 중 내 체력에 맞는 기구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였다. 지하가 아니어서 환기도 잘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여 회원등록을 하였다.

   등록한 다음날 운동복을 꺼내 입고 헬스장에 갔다. 젊은이와 중년, 노년의 남녀가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아내와 함께 체력에 맞는 운동기구를 물색하여 운동한 뒤에 샤워를 하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이든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언제부터 운동을 하였는가를 물어 보았다. 모두 몇 년 전부터 운동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이분들의 말을 들으면서 정년퇴임 전까지는 바빠서 그랬다 치더라도 퇴직한 뒤에도 운동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 것이 후회스러웠다.

   나는 여러 기구의 사용법과 운동효과를 알리는 그림을 보면서 하체운동과 상체운동, 허리운동, 걷기운동 등 여러 운동을 하였다. 하체운동은 다리를 앞과 뒤로 움직이기, 옆으로 벌렸다 오므리기, 발로 밀고 당기기 등의 운동을 하였다. 상체운동은 팔을 벌렸다가 오므리기, 위로 들어올리기, 앞이나 위에 있는 것을 잡아당기기, 들어올리기 등의 운동을 하였다. 각 기구는 기본부터 시작하여 무게를 늘려 운동의 강도를 높이도록 잘 설계되어 있었다. 젊은이와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은 강도를 높여서 근육강화운동을 하지만, 나는 남아 있는 근육이 더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기본에서 조금 무게를 올려 운동하였다.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근육까지 움직여 근육의 퇴화를 막는 데에 목표를 두고 근육강화운동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되니, 식욕이 늘고 잠을 잘 자게 되었으며 피부에 부스럼이 나던 것과 체중 주는 것이 멈춘 것 같다.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어깨근육이 강화된 때문인지 심하던 어깨통증도 사라졌다.

   어깨 통증은 석사학위논문을 제출할 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학위논문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심사본 3부를 제출해야 했다. 그 때는 복사기가 널리 보급되기 전이어서 논문을 복사하여 3부를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미농지로 만든 넓은 원고지 넉 장을 포갠 뒤에 그 사이에 묵지를 넣고 볼펜으로 꼭꼭 눌러 썼다. 그런 뒤에 위쪽의 석 장은 심사본으로 제출하고, 맨 아래 것은 내가 보았다. 많은 분량의 원고를 꼭꼭 눌러 쓰다 보니, 손가락과 어깨의 근육에 무리가 갔는지 손가락과 어깨가 몹시 아팠다.

   이렇게 시작한 어깨 통증은 몇 년씩 시차를 두고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아프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이제까지 지내왔다. 이렇게 심심치 않게 나타나 나를 괴롭히던 어깨 통증이 다시 가라앉았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이 부족하니 근육이 줄어 통증이 온다는 한의사의 말이 실감난다. 뒤늦게나마 헬스장에 다니며 하루에 23시간씩 운동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릎퇴행성관절염이 있어서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통증을 느낀다. 이것은 연구하고 글을 쓰느라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서 무릎관절을 보호해 줄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한다. 중년부터 운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늦게나마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여 어깨통증을 비롯하여 잔병이 사그라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날씨가 풀린 뒤에도 둘레길과 공원 걷기는 물론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일도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한다. (202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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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지인들과 서울 광진구 능곡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 갔다. 평일인 데다가 추위를 느낄 정도로 기온이 내려간 탓인지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공원 안을 걸으며 대화하던 중 한 사람이 동북쪽으로 보이는 용마산을 가리키며 산 이름과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였으나 이에 관해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몇 년 전에 아차산을 거쳐 용마산 정상에 올랐다가 중곡동 쪽으로 내려온 기억을 되살리며 용마산과 관련되어 전해 오는 전설을 이야기하였다.

   용마산은 중랑구 중곡동과 면목동의 뒤편에 있는 산이다. 이 산에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아기장수 전설과 비슷한 용마산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전제군주 국가에서는 민간에서 아기장수가 태어났다고 하면 그가 자라 반역을 도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아기장수를 죽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이런 시절을 배경으로 형성되어 전파전승되어 왔을 것이다.

   옛날에 이 산 밑에 살던 농부가 아들을 낳았다. 아기 엄마가 첫국밥을 먹은 뒤에 잠깐 뒷간에 갔다가 들어와 보니까 갓난아이가 온데간데없었다. 그가 방안을 둘러보니까 아기가 방안의 선반에 올라가 놀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겨 아기의 몸을 살펴보니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었다.

   그가 남편을 불러 이 일을 이야기하니, 남편이 말하였다. “이 아이는 장수가 될 비범한 아이임이 틀림없소. 이 아이가 자라 반역을 하면 우리 집안은 망하게 되오. 이 아이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되면 우리는 신고하지 않은 벌로 죽게 될 것이니 우리가 몰래 죽여 후환을 없앱시다.” 부부가 이렇게 의논한 끝에 어린애를 맷돌로 찍어 눌러서 죽였다. 아이가 죽은 뒤에 용마산에서 용마가 나와 울면서 뛰어다니다가 어디론가 날아갔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충남 서산시 소원면 파도리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채록한 바 있다. 우리나라 300여 군데에서 채록된 이 이야기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변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이야기에서는 비범한 아이인 것을 알아차린 부모가 바로 죽이지 않고 몰래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는 밤마다 깊은 숲속에 가서 소년병들을 훈련시키다가 탄로나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것은 그가 병사를 훈련시키며 장차 바른 세상을 세워갈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한 부모와 마을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의해 좌절된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부모가 그를 죽이려고 하자 나를 볶은 콩 1000알과 함께 묻어주시고, 묻은 곳을 절대 비밀로 해 주세요.”라고 유언을 하였다. 아기장수 소문을 들은 관병이 찾아와 아기의 무덤 있는 곳을 대라고 추궁하자 부모는 할 수 없이 관병에게 무덤이 있는 곳을 말하였다. 관병이 무덤을 파헤치자 묻혀 있던 그가 콩알을 던져 관병을 하나씩 물리쳤다. 그러나 엄마가 콩을 볶으며 맛보느라고 한 알을 먹었기 때문에 한 알이 부족하여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것은 아기장수가 관병이나 사회적 통념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역시 부모의 실수로 좌절되고 만다.

   이 이야기는 미래에 꿈을 펼칠 아기장수가 자기의 안일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적 집단에 의해 좌절되었다는 비극적 내용이다. 아기장수는 미래의 주인을, 부모와 관군은 현재의 질서에 안주하는 현실주의 집단을 상징한다. 날아서 시렁에 올라갈 수 있는 아기는 자라서 남보다 빨리, 남보다 멀리까지 자기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범한 인물이다. 지배계층이나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은 비범한 사람의 출현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범한 사람, 장수나 영웅은 많을수록 좋다. 이들이 힘을 모은다면, 나라가 튼튼해질 것이고, 어떠한 국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배계층은 그 아이가 자라서 역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좁은 생각에서 아기장수가 나면 죽여야 하고, 이를 숨기는 부모나 마을 사람들은 처벌하겠다고 한다. 지배계층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이 규칙은 2000여 년 전의 이스라엘에도 있었다. 신약 성경에 나오는 헤롯왕이 예수의 탄생 소식을 듣고 갓 태어난 아기를 모두 죽이라고 명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아기장수가 비참한 최후를 맺게 된 데에는 아기장수 자신의 책임도 있다. 그는 아직 어려서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도 없고, ‘아기장수는 죽여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맞서 싸워서 이길 능력도 없다. 그런데 성급하게도 날갯짓을 하여 죽음을 자초하고 말았다. 아기장수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숨기고 얌전하게 있었더라면, 장수가 되어 성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장수 나자 용마 난다.’는 말이 있다. 아기장수가 태어났으니, 그 장수를 태우고 그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차게 달릴 용마가 태어난 것이다. 날개 달린 장수와 용마,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짝인가! 그런데 주인이 될 아기장수가 섣불리 날갯짓을 하다가 죽고 말았다. 주인을 잃은 용마는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어 어디로인지 가버린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장수나 영웅의 출현을 바라는 민간의 기대 심리와 아기장수를 수용하지 못하고 죽인 아쉬움이 녹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파전승되어 온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이 전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희곡으로 쓴 최인훈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연극으로 공연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 역시 이 전설을 사랑하는 민간의 의식이 바탕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어린이대공원 팔각정 앞에 서서 동쪽 산줄기로 이어진 아차산과 용마산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차산을 바라볼 때에는 그곳에 보루를 두고 신라에게 빼앗긴 한강 유역의 땅을 되찾으려 하던 고구려 온달 장군의 용맹과 결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용마산을 바라볼 때에는 희망찬 미래를 펼칠 벅찬 꿈을 안고 태어난 아기장수를 잃고 울부짖는 용마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밝은 미래의 꿈을 펼칠 영웅의 출현을 기다리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으리라. 대한민국을 바르게 이끌어갈 지도자가 속히 출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5. 1. 1.)

 

 

 

   얼마 전에 종로에서 친구들과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옆 자리에 남자 어르신 몇 분이 식사를 끝내고 담소하고 계셨다. 한 분이 뭐라고 길게 이야기하자 옆에 있던 분이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라고 면박을 주었다. 이 분의 목소리가 커서 옆자리에 앉은 나에게도 잘 들렸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쥐뿔은 아주 보잘것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하였다.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는 말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조롱조로 하는 말이다. 전에는 이 말을 자주 들었고 말한 적도 있으나 요즈음에는 이 말을 하거나 들은 일이 거의 없어 기억의 저 편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들으니, 반가움과 함께 오래 전에 채록하여 󰡔한국의 민담 2󰡕에 수록해 놓은 옛날이야기 x도 모르고가 떠올랐다.

   예전에 한 노인이 사랑방에서 자리를 매다가 쥐구멍으로 올라온 생쥐를 보았다. 그는 생쥐가 예뻐서 짚에 붙어 있어 훑어 두었던 나락을 생쥐에게 주곤 하였다.

   어느 날 그가 감투를 벗어놓고 변소에 간 사이에 그동안 크게 자란 쥐가 노인으로 변하여 자리를 매고 있었다. 그는 쥐의 변신체인 가짜와 서로 주인이라고 다투었다. 가짜는 집안 세간살이를 잘 아는 자가 진짜이니, 세간살이를 말해보라고 하였다.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 고을 원님까지도 세간살이의 내용을 더 잘 말하는 가짜의 편을 드는 바람에 그는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몇 년 동안 분심을 삭이며 유리걸식하다가 어느 절에 가서 스님에게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스님은 그에게 10년 묵은 고양이 한 마리를 주면서 집으로 가지고 가라고 하였다.

   그가 날이 저문 뒤에 집으로 가서 주인을 찾으니, 아내와 가짜 주인, 그동안 낳은 아이가 나왔다. 그가 품에 안고 간 고양이를 꺼내놓자 가짜 주인과 아이를 물어 죽였다. 이를 살펴보니 그것은 큰 쥐와 새끼 쥐였다. 그는 아내에게 그동안 쥐x도 모르고 살았느냐?’고 힐난하였다.

   위와 비슷한 이야기 중에 한 남자가 손톱 발톱 깎은 것을 버리지 않은 채 변소에 간 사이에 쥐가 이를 먹고 그 남자로 변신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이야기는 한 번 접촉한 사물은 접촉 관계가 끝난 뒤에도 그와 영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믿는 주술심리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주술심리에서는 노인의 손톱이나 발톱, 손으로 훑은 나락이나 머리에 썼던 감투는 그와 영적 관계를 맺고 있다. 쥐는 그와 영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먹거나 접촉함으로써 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주인공이 여자로 바뀐 이야기도 있다. 예전에 한 여인이 설거지를 한 뒤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생쥐에게 주곤 하였다. 그 쥐가 크게 자란 뒤에 그 여인으로 변신하여 남편을 속이고 안주인 행세를 하며 그를 쫓아낸다. 그 역시 스님이 주는 고양이의 힘을 빌려 가짜가 쥐의 변신체였음을 밝힌다. 그는 이를 본 남편을 향해 x도 모르고 지냈느냐?’며 힐난하였다고 한다. 여기서의 ‘x’는 여자의 성기를 가리끼는 말이다.

   우리가 속담처럼 말하는 쥐뿔도 모른다는 위와 같은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 온다. 이에 따르면 쫓겨났던 남자가 분노와 허탈한 심정에서 아내에게 힐난조로 말한 남자의 성기를 드러내는 말을 그대로 말하기 거북하여 x’쥐뿔로 바꿔서 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쥐의 뿔이 퇴화하여 없어졌지만, 전에는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 맞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위 이야기를 수용하여 구성한 고소설 중에 옹고집전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부자이나 인색하고, 고집이 세어 옹고집으로 불리는 이가 늙으신 어머니께 불효하고, 스님을 박대한다. 그가 여러 해 동안 기른 쥐가 그로 변신하여 그와 서로 주인이라며 싸운다. 그 역시 가짜로 몰려 쫓겨나 떠돌며 고생하다가 어느 스님이 준 고양이의 도움으로 가짜 주인이 쥐의 변신체였음을 밝힌다. 이 작품은 위에 적은 설화를 수용하여 구성하면서 권선징악적인 주제를 형상화하였다.

   ‘x도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는 말은 쥐의 변신을 통하여 진가(眞假)를 구별하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도대체 뭐가 뭔지 식별을 못하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을 조롱조로 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젊은이들 중에는 이 말을 줄여서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이 말의 유래를 생각하면서 바르게 썼으면 좋겠다. (202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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