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온 가족이 모여 어머니 추모예배를 드렸다. 23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나신 어머니 추모예배를 준비하면서 어머니의 삶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950625일에 북한이 남침하여 온 나라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해에 스물한 살이던 형이 의용군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형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지병인 위장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셨다. 43세에 붕성지통(崩城之痛)과 참척(慘慽)의 아픔을 당한 우리 어머니는 6남매를 데리고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6남매와 함께 아버지의 뒤를 따르려고 마음먹고 몇 번이나 실행에 옮기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갈산감리교회 전도사님의 전도를 받고, 위로격려와 기도에 힘을 얻어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어머니는 농사일을 하는 한편 삯바느질을 하시고, 셋째 누나에게는 장사를 하게 하였다. 당시 아홉 살이던 나는 농사일을 하는 한편 나무를 해다가 땔감 대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학교에 다녔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낸 뒤에 누님 둘은 시집을 갔다. 어머니의 신앙심은 더욱 깊고 뜨거워졌으며 전도에 힘쓰셨다.

  어머니와 누님들은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였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날 저녁에는 어머니의 인도로 온 가족이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정예배를 드렸다. 예배 시간에는 어머니와 누님 셋이 돌아가면서 기도하였는데, 기도가 너무 길어 잠이 든 날도 있었다. 그때의 기도는 참으로 뜨거우면서도 간절하고 애잔하였으므로,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를 꼭 들어주실 것이라 믿었다. 그 무렵의 가정예배는 우리 가족이 슬픔과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게 해 주었고, 가족애를 느끼며 평온한 생활을 하게 해 주었다. 이 무렵의 가정예배는 내가 평생 신앙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머니가 열심히 전도하여 성과를 거두는 것을 보신 기독교대한감리회 충서지방 감리사님은 어머니를 개척교회 담임 전도사로 파송하였다. 어머니는 50이 넘은 나이인데도 성경학교에 가서 중등교육 과정을 마친 뒤에 대전신학교에 가서 신학 공부와 목회 지도자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전도와 기도, 교회 부흥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교회는 어머니의 열성적인 전도와 쉼 없는 기도, 진정 어린 교인 사랑에 힘입어 차츰 부흥되었다. 교인이 늘어 자리가 잡힌 뒤에는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교회 개척하기를 여러 번 하셨다. 어머니는 교회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의 이름난 기도원을 순회하며 기도하시는 중에 방언과 예언의 은사가 내려 그에 맞는 활동도 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셨으므로 교인들로부터 기도의 어머니’, ‘신앙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다. 어머니가 은퇴하신 뒤에 세배하러 오시는 목사님들은 어머니가 목회자의 모범을 보여 주셨다며 관련된 일화를 들려 주셨다.

  어머니는 70세가 넘도록 전도사로 일하시다가 75세에 은퇴하시고 집으로 오셨다. 어머니는 주일과 수요일 예배 때에는 우리와 함께 교회에 가셨지만, 새벽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혼자 교회에 가서 기도하셨다. 어머니는 담임한 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는 한편, 아들과 딸의 가정을 위해, 그리고 일가친척의 복음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 결과 자녀손 모두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고, 친척들도 대부분 복음을 받아들여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오랫동안 복음 전도에 힘쓰고,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한 어머니의 수고를 인정하시고, “아버지를 45세에 불러가셨으니, 어머니는 그 두 배는 살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나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다. 그래서 95세까지 큰 병 없이 사시다가 우리 곁을 떠나셨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어머니의 기일을 맞으며 신앙의 모범을 보이면서 자손들을 위해 베푸신 고귀한 사랑과 헌신을 다시 생각한다. 어머니의 영혼이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계실 것을 믿고 감사한다. <기독교연합신문> 1804호, 2026.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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