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한 음식점에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옆자리의 남자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크게 들렸다. 그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나오는 일본어가 귀에 거슬렸다. 그 손님들에게 다가가 지적하고 싶은 충동도 느꼈지만, 주제넘은 일이라 생각되어 그만두었다.

   그들의 대화 중에 그렇게 무데뽀로 덤비지 말고 잘 생각해 봐라는 말이 들렸다. 그 사람은 정말 무데뽀한 사람이야.”라는 말도 들렸다. ‘무데뽀무철포(無鐵砲)라는 한자어에서 온 일본말이다. 아무 데나 마구 쏘아대는 대포처럼 무모한 행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말이 한국어로 들어오면서 발음이 변형되어 무데뽀로 굳어졌다. 일부에서는 대포가 없다는 뜻과 혼동하여 무대포로 쓰기도 하지만 바른 표기는 아니다.

   이 말은 그 방향과 시각을 정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마구 쏘아대는 대포처럼 앞뒤 생각 없이 무슨 일을 하거나, 분별없이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또 그런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이를 대체할 우리말로는 무턱대고, 저돌적, 무작정, 막무가내등이다. 따라서 위의 말은 그렇게 무턱대고(저돌적으로) 덤비지 말고 잘 생각해 봐”, “그 사람은 정말 무모한 사람이야라고 바꿔 말하는 것이 좋겠다.

   그들은 대화 중에 그 사람 정말 앗싸리하더라라는 말과 그 일은 질질 끌지 말고 앗싸리하게 거절해.”라는 말도 하였다. 이 말은 일본어 산뜻하게, 담백하게, 간단하게라는 의미를 지닌 일본어 あっさり에서 온 말이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로는 산뜻하게, 담박하게, 시원스럽게, 깨끗하게, 간단하게가 있다. 그러므로 위의 대화는 그 사람 정말 시원스럽더라. 그 일은 질질 끌지 말고 깨끗하게 거절해.”로 바꿔 쓰는 것이 좋겠다.

   얼마 전에 시골에 가서 그곳 주민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사는 마을을 우리 부락(部落)’이라 하였다. 이 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격하하는 뜻에서 의도적으로 쓴 것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인 마을을 ‘00부락이라고 한 것은 그 마을을 얕잡아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부락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뜻을 지닌 부락이라는 말을 버리고 마을, 동네로 쓰는 것이 좋겠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인삼 엑기스, 매실 엑기스라고 하여 엑기스란 말을 우리말처럼 사용한다. 이 말은 진액, 추출액의 뜻을 지닌 영어 엑스트랙트(extract)’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인들은 이 말을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우니까 엑기스라고 줄여서 말한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일상용어처럼 쓰고 있다.

   한국인은 어떤 외국어도 자유롭게 발음할 수 있고, 한글로 적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굳이 일본식 영어를 따라 하지 말고, 영어의 원음 그대로 엑스트랙트라고 하거나 줄여서 엑스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영어의 엑스트랙트나 엑스보다는 같은 뜻을 가진 우리말 진액, 농축액, 진수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적합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일본어를 그대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직도 우리말 속에 남아 있는 일본어를 청산하는 일은 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와 함께 우리 말이나 글에 불필요한 영어 단어를 섞어 쓰는 일을 자제하고, 쓰지 않도록 지적하는 일도 계속했으면 좋겠다. (202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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