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표준국어대사전》)를 뜻하는 말이다. 칡과 등나무는 혼자 서지 못하고 남을 의지해야만 잘 살 수 있는 넝쿨식물이다. 성장력이 강한 두 식물이 한곳에 있으면 서로 엉켜 싸우게 된다. 그래서 ‘칡 갈(葛)’ 자와 ‘등나무 등(藤)’ 자를 써서 ‘갈등(葛藤)’이라 했다.
갈등은 인간의 삶과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갈등은 그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만, 내적 갈등, 외적 갈등, 사회적 갈등으로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갈등을 직접 겪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내적 갈등은 각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이성과 감정의 충돌, 가치관의 충돌, 사회적 압력과 개인적 욕구의 충돌, 과거의 트라우마,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생긴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끊임없는 고민과 우유부단, 자기비판과 죄책감, 집중력 저하, 의사결정 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감정적으로 불안, 초조, 우울감, 무기력감, 심한 감정의 기복, 과도한 긴장으로 나타난다. 신체적으로 수면장애, 두통, 소화불량, 피로감, 스트레스성 질환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외적 갈등은 집단 간의 이견, 이해관계, 그에 따른 행동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부모형제자매의 갈등, 부부의 갈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부모의 편애, 재산의 분배나 상속, 진로, 부모의 이혼과 재혼, 가치관이나 욕망의 차이 등 여러 요인에서 생긴다. 지인 중에 혼자 지내다가 재혼하는 것을 반대하던 아들이 재혼한 아버지와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는 이가 있다. 그는 이 일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생겼다고 한다. 서울에 와서 직장 생활을 하고 지내던 동생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고향의 형이 집과 농지를 차지하였다는 이유로 형과 왕래를 끊은 사람도 있다. 그에 따라 그들의 자녀들도 왕래가 끊겨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부부간에도 성격의 차이, 자녀의 진로, 생활 태도, 외도 문제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남녀이므로 성격이나 가치관, 생활 습관이 같지 않아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자녀에 대한 기대와 진로에 대한 생각, 교육 방법이 달라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처신을 바로 하지 못하여 부부간의 신뢰가 깨지기도 한다. 그래서 자주 다투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다가 최악의 경우에는 이혼을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자녀는 심각한 정신적, 육신적,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된다.
사회적 갈등은 집단 간의 갈등으로, 노사문제,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문제, 지역 발전 문제로 야기된다. 대기업의 경우 노사문제는 국가 사회에 많은 폐해를 끼친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진보(좌파)와 보수(우파)가 나뉘어 진영논리를 고집하는 바람에 대립과 갈등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헌법 질서가 흔들리고, 국가 경제와 안보가 예측 불허의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서로 뒤엉켜 좋을 것이 없는 칡과 등나무는 되도록 떨어져 산다고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같은 곳에서 살게 되었을 경우에는 칡은 ‘오른감기’를 하고, 등나무는 ‘왼쪽감기’를 하여 갈등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이것은 의탁물을 감고 위로 올라가 햇빛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넝쿨식물의 ‘생존 지혜’라 하겠다.
조선 건국 과정에서 조선 건국을 추진하는 혁명파와 고려를 지키려는 충성파의 대립과 갈등은 심각하였다. 이런 때에 이방원은 「하여가」를 지어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라고 하며 정몽주의 뜻을 떠본다. 이에 정몽주는 「단심가」로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고 하여 고려에 대한 충성심을 변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렇게 심각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이방원은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사람들이 대립과 갈등을 겪는 원인은 의사소통의 부족, 이해관계의 충돌, 성향 및 가치관 차이, 감정적 요인과 신뢰 부족, 정체성 문제 등 다양하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먼저 갈등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때에는 감정이 아닌 사실에 집중하여 문제의 본질을 분석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협력적인 태도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내적 갈등이 심화되면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사람은 설득하고 회유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한다. 외적 갈등 해결을 위한 접근법은 공감과 경청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와 양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갈등 해소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제3자가 이해와 양보의 마음을 갖도록 설득하며 중재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설득과 중재를 통해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한다.(2025.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