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는 대체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계절성을 지니며, 특정 지역을 바탕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것은 민속놀이가 전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발생하고, 전승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안동 지방에서 행해지는 놋다리밟기, 경남 창녕군 영산 지방에서 전승되는 쇠머리대기,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와 도서 지방에 널리 분포 전승되는 강강술래를 간단히 살펴보려고 한다.   

                  안동놋다리밟기

  경북 안동 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놋다리밟기는 대보름날 저녁에서부터 수일 간 수백 명의 여성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며 논다. 그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신라의 답교놀이가 변형, 발전했다는 가설이 설득력이 있다. 기록으로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상원(上元) 조에 처음 보인다.
   
      유래

  이 놀이와 관련된 두 가지 전설이 안동 지방에 전승하고 있어 그 유래를 짐작하게 한다.

  첫째, 공민왕의 소야천 나루 건너기와 관련된 전설이다.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왕후와 공주를 데리고 조령(鳥嶺)을 넘어 안동 가까이에 이르러 소야천 나루를 건너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부녀자들이 달려와 허리를 굽혀 왕후와 공주가 등을 밟고 건너게 해 주었다. 이를 계기로 놋다리밟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둘째, 공민왕 위무(慰撫) 전설이다. 공민왕이 공주를 데리고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머물렀는데, 난이 평정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백성들이 왕 일행을 위무하기 위해 이 놀이를 놀았다 한다.

  이 놀이와 유사한 놀이로서, 의성의 '기와밟기'와 군위 지방의 '지애밟기' 및 영양의 '등다리밟기'가 있다. 명칭이 다소 다르긴 해도, 놀이 형태는 아주 비슷하다.

      놀이의 특색

  첫째, 이 놀이는 신앙성이 없고 승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둘째, 여성들만의 놀이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참여를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 노래가 수반되기 때문에 부드럽고 정서적인 놀이라 할 수 있다.
  넷째, 다른 지방의 놋다리와는 달리 원형(圓形)의 '웅굴놋다리'로 가장행렬을 할 때 둥글게 원을 지어 거리를 누빈다.
  다섯째, 안동의 차전놀이처럼 동부 서부로 나누어 '꼬께싸움'을 벌인다.

        놀이의 구성과 내용

  이 놀이는 크게 구분하여 '둥둥데미-실감기-놋다리-꼬께싸움'으로 나눌 수 있으나, 놀이의 주된 내용은 세 번째의 '놋다리'이다.

1) 둥둥데미

  동서부의 부녀자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래를 제창하며 넓은 벌판에 도달하면 놀이가 시작된다. 각기 손을 잡고 원형으로 앉으면 선두부터 서서히 일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잡은 손을 타넘고 '둥둥데미 노래'를 부른다.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어화유리 둥둥데미/ 둥둥데미 어화유리
저 달 봤나 난도 봤다/저 달 봤나 난도 봤다
저 달 봤나 난도 봤다(이하 생략)

2) 실감기

  둥둥데미 노래가 끝나면 와문(渦紋)처럼 겹겹이 원을 짓고 실감기 노래에 맞추어 다시 원을 푼다.

  집실로 감아라
  당대실로 감아라(이하 생략)

3) 놋다리

  놋다리에서는 놀이꾼들이 큰 원을 이루고 구경꾼들이 원의 주위에 무리 지어 모이면 놀이가 시작된다. 놀이꾼들은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힌다. 그러면 어린 공주가 양곁에 선 시녀의 손을 잡고 원형의 사람다리[人橋] 위를 한 바퀴 돈다. 이 때 구경꾼들과 놀이꾼들은 놋다리 노래를 제창한다.

  어느 윤에 놋다리로 청계산에 놋다릴세
  이 터전이 뉘 터이로 나라임의 옥터일세
  이 기와가 뉘 기와로 나라임의 옥기왈세
  그 어디서 손이 왔노 경상도서 손이 왔네
  무슨 꼭께 싸여 왔노 어깨꼭께 싸여 왔네
  멧대간을 밟아 왔노 쉰대간을 밟아 왔네(이하 생략)

4) 꼬께싸움

  놋다리가 끝나면 꼬께싸움이 벌어진다. 꼬께란 안동 지방의 방언으로 두 사람이 서로 손목을 잡아 우물 정(井) 자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꼬께 위에 공주를 태운 다음 동서부의 공주가 싸운다. 격렬한 싸움으로 한쪽 공주가 땅에 떨어질 때까지 싸운다. 승리한 쪽은 행렬을 정비하여 의기양양하게 돌아가고, 진 쪽은 길을 뺏기지 않으려고 길을 막는다.

                              쇠머리대기

  경남 창녕군 영산 지방에서 전승되는 민속놀이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되었다. 목우전(木牛戰)', '목우희(木牛戱)'나 '무소 싸음'으로 불리며, '목우 붙인다', '쇠머리 댄다'고도 한다. 본디 정월 대보름에 행해졌으나, 현재는 3월 1일 거행하는 3·1문화재의 한 레퍼토리로 놀고 있다.

      유래

  쇠머리대기의 유래는 영산 지방의 지세와 관련된 풍수신앙으로 설명한다. 옛날 옛 고을 동헌의 자리가 축좌(丑坐)이기 때문에 나무쇠싸움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부근 영취산과 함박산의 형세가 영산읍을 사이에 두고 두 마리의 소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에 두 산의 산살(山煞)을 풀어주기 위해 나무 소를 만들어 싸움을 시켰다는 것이다.

  또 안동 지방의 동채싸움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으로 보아 쇠머리대기와 차전놀이가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아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쇠머리대기의 특징은 소싸움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우(農牛)의 중요성과 신성(神性)을 되새기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테면 경기 지방의 소먹이놀이와 견줄 수 있는 민속놀이다.

    놀이의 구성

편제

  쇠머리대기는 두 패로 갈리고 이것을 각각 동부, 서부로 부른다. 동서의 구별은 지난날의 성을 중심으로 해서 성내에 위치한 성내리와 교리가 동부가 되고, 성밖에 있는 서리와 동리가 서부가 된다.
  다음에는 양군에서 각기 대장, 중장, 소장의 장군을 선출하여 지휘하게 한다. 장군들은 읍민의 중의에 따라 신망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전법

  싸움 방법은 단조롭다고 할만큼 간단하고 소박하다. 청장년들이 어깨에 맨 나무 쇠를 어르고 다니다가 세차게 맞부딪친다. 그러다가 상대방의 나무 쇠를 올라타 아래쪽에 깔리게 하거나 밀어내는 쪽이 이긴다.

놀이의 내용

  마산 등지에서 온 10여 개의 풍물패가 먼저 놀이 분위기를 돋운다. 양군이 진군할 때는 맨 앞쪽에 마을 수호신의 상징인 서낭대를 앞세우고, 그 뒤를 이어 총사령기를 비롯하여 대장기·중장기·소장기·동방청제장군기·서부호기·동부호기·필승기·농기 등이 늘어선다. 그 외에도 마을의 서낭대·영기 등 백여 기의 깃발이 늘어선다.

  본 놀이인 쇠머리대기 싸움에 앞서 진잡이 놀이가 벌어진다. 진잡이는 양편의 장군들(모두 6명)이 말을 타고 상대편의 진을 돌파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과감한 돌파와 저지로 많은 부상자를 내기도 한다.

  앞놀이가 끝나는 저녁 무렵에 본놀이인 쇠머리대기가 시작된다. 수많은 장정들이 나무쇠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무쇠 위에는 장군 셋이 올라탄다. 이 때 대장·중장·소장의 장군들은 구 군복을 입고 칼을 들어 지휘한다. 풍물패의 풍물 소리가 울리고 양군은 '오왜 증산이야' 노래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 접근한다. 나무쇠를 서로 부딪히면서 상대편의 나무쇠 위에 올려놓으려고 일대 공방을 벌인다. 치열한 접전 끝에 한쪽이 뒤로 물러나거나 밑으로 깔리게 되면 승부가 판가름난다.

                        강강술래

  강강술래는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와 도서 지방에 널리 분포·전승되어 오는 집단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로 8월 한가위에 행해지나, 지역에 따라서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기도 한다.

      유래

  강강술래는 이순신 장군의 전술과 결부된 설이 있으나, 확실한 유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고대 농경 시대의 파종 및 수확 때의 공동 축제에서 노래 부르며 춤을 추던 놀이 형태가 계속 이어져 내려오다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전술로 이용되어 그 이름을 널리 전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강강술래는 우리 나라 여성 놀이의 대표적인 놀이이며, 여성의 정서가 넘친 율동적인 놀이로, 한가위 밝은 달 아래 펼치는 원무(圓舞)는 약동하는 생명력을 표상한다.

놀이의 구성

  강강술래는 여러 가지 놀이로 구성되어 있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14가지 놀이로 진행된다.

  1) 늦은 강강술래      2) 중강강술래     3) 잦은 강강술래          4) 남생아 놀아라     5) 고사리 꺾자     6) 청어 엮자          
    7) 청어풀기            8) 지와 밟기        9) 덕설몰이               10) 덕석풀기          11) 쥔새끼놀이    12) 문열어라               13) 가마등              14) 도굿대당기기


  이 외에도 수건 찾기, 품고동, 봉사놀이 등이 추가될 경우도 있으며, 또 놀이 분위기와 놀이자의 뜻에 따라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가하기도 있다.

      놀이의 내용

1) 늦은 강강술래

  한가위 둥근 달이 동천에 떠오르면 넓은 들에 여성들이 모여 목청 좋은 선소리꾼이 느릿한 진양조로 매김 소리를 하면 다른 여성들은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추면서 뒷소리로 '강강술래' 하고 받는다. 강강술래 중 가장 아름답고 여성적인 멋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2) 중강강술래

  선소리꾼이 흥겨운 중중모리가락으로 매기면 이에 맞추어 동작이 조금 빨라지며 어깨놀림이 가볍게 시작된다.

3) 잦은 강강술래

  선소리꾼의 자진모리가락에 맞추어 양팔을 쭉 뻗치고 뛰며 돈다. 원이 커지고 발놀림이 빨라져 흥이 절정에 오른다.

4) 남생아 놀아라

  잦은 강강술래를 하다가 지치면 선소리꾼이 중중모리가락의 '남생아 놀아라'를 부른다. 다른 사람들은 이를 되받으며 발걸음을 늦추고 놀이꾼 중 재주가 있는 사람이 원 안으로 들어가 갖가지 춤을 춘다.

5) 고사리 꺾자

  선소리꾼이 '고사리 대사리 꺾자'를 부르면 다른 사람들은 '유자콩콩 재미나 넘자'로 받아 부르면서 원무 형태 그대로 앉아 어깨만 들썩인다. 그러다 선두가 일어나 왼쪽으로 돌아 다음 사람과 맞잡은 팔 위를 넘으며 다음 사람도 선두를 따라 꺾어나간다.

6) 청어 엮자

  '고사리 꺾자'가 끝날 때 선소리꾼이 '청청 청어 영자 위도 군산 청어영자'를 매긴다. 놀이꾼들은 이 소리를 되받으며 멈춰 선 채 어깨만 들썩인다. 그러면 선두가 둘째 사람과 셋째 사람의 맞은 팔 밑으로 꿰어가서 고사리 꺾자와 같이 차례로 꿰어 가는데, 이 때 오른손은 왼쪽 어깨 위에 감기게 되어 마치 청어를 엮은 모습이 비슷하게 된다.

7) 청어풀기

  청어 엮자가 끝나면 선두가 엮을 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꿰어간다. 그러면 어깨가 풀려 원대형으로 돌아간다.

8) 지와 밟기

  선소리꾼이 '어디골 지완가'를 부르면 놀이꾼들은 '장자골 지와세'를 부르며 일렬로 늘어선다. 선소리꾼이 '봅자 봅자 지와를 봅자'를 선창하면 일제히 허리를 굽혀 뒷사람이 앞사람의 어깨를 밟고 지나간다. 이 때 양쪽에서 두 사람이 손을 잡아준다. 어깨를 밟고 지나간 사람은 다시 엎드려 다른 사람이 지나가도록 한다.

  9) 덕설몰이

  선소리꾼이 중중모리가락으로 '몰자 몰자 덕석을 몰자'를 선창하면 놀이꾼들은 모두 일어선다. 선두는 왼쪽으로 원을 그리며 돌면 다른 놀이꾼들은 차례로 멍석을 말듯 돌돌 말아간다.

10) 덕석풀기

  다시 선소리꾼이 '풀자 풀자 덕석을 풀자'를 선창하면, 다른 놀이꾼들은 이를 되받으며 덕설몰이의 반대로 풀어간다.

11) 쥔새끼놀이

  선소리꾼이 '쥔쥔새끼 찔룩찔룩 가사리 고부야'를 노래하면 놀이꾼들은 이를 되받으며 일렬로 선다. 이 때 선소리꾼이 '쥔새끼 잡세-'를 외치면 일제히 앞사람의 허리를 잡는다. 선두는 재빨리 되돌아 맨 끝의 사람을 잡으려 쫓는다. 힘들여 끝 사람을 잡으면 잡힌 사람을 맨 앞에 세우고, 잡는 데 공헌한 선두를 목마 태워 행진한다.

12) 문열어라

  선소리꾼이 '문지기 문지기 문 열어 주소'를 선창하면, 맨 앞사람 둘이 마주 보며 손을 맞잡아 들고 문을 만든다. 이 문을 놀이꾼들이 허리를 잡은 채 노래하며 꿰어간다.

13) 가마등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손목을 잡아 우물 정(井)자 형을 만들면 이 위에 한 사람이 타고 앉아 마당을 돌아다닌다. 편을 갈라 일정한 거리까지 갔다오는 경주를 벌이기도 한다.

14) 도굿대당기기

  놀이꾼을 두 편을 갈라 중앙에 도굿대(절구공이)를 옆으로 놓고 양편에서 힘센 사람이 나와 양끝을 잡는다. 양편의 놀이꾼들은 절구공이를 중심으로 종대로 늘어서서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맨 앞사람은 절구공이에 발을 버티고 양손을 잡는다. 서로 손이 잡히면 끌어당기기 시작하는데, 만약 앞사람의 손이 빠져 엉덩방아를 찧으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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