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선일보 일사일언(2023. 12. 28일자 제18)사람보다 나은 침팬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침팬지의 어떤 점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보다 낫다는 말인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필자가 누구인가를 살펴본 뒤에 찬찬히 읽었다. 에버랜드의 사육사 송영관 씨가 쓴 이 글은 제목과 내용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방에는 평범한 침팬지를 넣고, 나무 막대를 사용해야만 열 수 있는 먹이상자를 놓아두었다. 오른쪽 방에는 권위적인 대장 침팬지를 넣고, 먹이상자를 열 수 있는 도구만 넣어두었다. 침팬지는 도구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2007년과 2009년에 독일과 일본에서 침팬지에게도 남의 사정을 이해하고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마음, 즉 이타심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고 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상황을 파악한 오른쪽 방의 침팬지는 아무런 조건 없이 막대기를 왼쪽 방의 침팬지에게 건네주었다. 왼쪽 방의 침팬지는 건네받은 막대기를 이용하여 먹이상자를 열었다. 그리고는 그 먹이를 오른쪽 방의 침팬지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것은 침팬지가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 즉 이타심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 글을 읽고, 침팬지가 이타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큰 울림을 받았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어떠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이 때 불현듯 세 도둑의 죽음이라는 옛날이야기가 머리를 스쳤다. 부잣집에서 큰돈을 훔친 세 도둑이 한적한 산골로 피신하였다. 그들은 목이 출출하였으므로 한 사람은 주막으로 술을 사러 가고, 둘은 거기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을 지키던 둘은 돈을 혼자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함께 있던 한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술병을 들고 온 사람마저 죽였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시며 호쾌한 웃음을 웃었다. 그러나 술을 사러간 사람이 돈을 혼자 차지하려는 속셈에서 술병에 독을 넣었으므로, 그 역시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자기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어떠한 결말을 맞게 되는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사람에게는 자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모든 것에 앞서서 자기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 이를 이기심이라고 한다. 이것은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본능으로 누구나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도를 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가 하면 사람은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겸손히 남에게 사양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이러한 인간 성정의 사단(四端), 즉 인지상정(人之常情)에서 이타심이 나온다.

   사람은 남을 배려하기에 앞서 자기의 삶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것을 지향하며 부당한 일에 맞선다. 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의 처지를 동정하고 마음 아파하며 도와주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두 가지 마음 즉, 이기심과 이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두 마음이 균형을 이루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선천적인 본인의 성향이나 환경 요인에 따라 어느 한 가지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이기심이 강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살이에 가장 밝고 똑똑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타심이 강한 사람을 세상 물정을 모르는 호구(虎口)로 생각하고, 이용하려 든다. 거짓말을 하고, 속임수를 쓰면서 이익을 꾀한다. 요즈음에 많이 일어나는 묻지마 폭행이나 보이스피싱 등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이나 범죄행위는 이런 사람들의 소행이다.

   이타심이 강한 사람은 이기심이 강한 사람을 자기만 아는 약삭빠른 사람, 상종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치지도외(置之度外)한다. 그리고 옳은 일에 힘쓰고,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선다. 불의한 일을 보았을 때에는 참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선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임대아파트에 불이 났을 때 수차례 연기를 뚫고 고령자와 이웃 주민들의 대피를 도운 우영일 씨, 청주 오송 궁평2 지하차도 침수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3명을 구한 유병조 씨, 동해안에서 파도에 휩쓸려 나가는 5명을 구한 이형태 씨 등을 비롯하여 의인, 애국자 등은 이타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에는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그 아이를 구하려고 한다. 이를 보면 사람은 누구나 이타심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음속에 함께 있는 이기심이 이타심을 억누르고 마음을 지배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마음 수양을 해야 한다. 저급하고 탐욕스런 이기심이 마음을 지배하면 침팬지만도 못한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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