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2014. 5. 16) 교일산우회 남부모임 회원 8명과 수서역에서 만나 함께 대모산 산행을 하였다. 잘 자란 소나무와 참나무를 비롯한 온갖 수목(樹木)과 풀들이 만들어주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따라 걷는 길은 정말 상쾌하였다형은 회원들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알맞은 운동을 하는 금요일의 산행은 기쁘고 즐거워서 건강 증진에 보약 한 제를 먹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회원들은 모두 동감을 표시하였다.

 

   산행을 마친 뒤에 대모산입구역 근처에 있는 식당 가마골 오리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는 산행 뒤에 가끔씩 가던 식당이었으므로 별다른 생각 없이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자리에 앉자마자 형이 오늘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하였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물으니,  “나의 큰딸이 금요일마다 함께 산행을 하는 친구들에게 점심 대접을 하라며 금일봉을 주었는데, 꼭 대접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니사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했다.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는 회원들을 향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이 있어 몇 주 동안 산행에 빠졌더니한 회원이 형은 따님들을 잘 둔 덕에 해외여행을 하느라고 빠졌겠지요.’  하더군요. 그래서 그 말을 큰딸에게 하였더니딸이 아버지를 잘 모시지 못하는 딸을 정겨운 시선으로 봐 주는 친구 분들께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자기가 나와서 식사 대접이라도 하겠다고 하더군요. 번거로우니 그만두라고 하였더니, 그러면 아버지가 친구들에게 꼭 식사 대접을 하라며 돈을 주었어요. 딸의 마음 쓰는 것이 고마워서 돈을 받아왔으니인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야 하겠어요.”

 

   이 말을 들은 우리들은 형 큰따님의 효심이 가상하다며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어디를 여행하였느냐고 물었다. 형은 부활여행(復活旅行)’을 하였다고 하였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우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간단한 시술을 받고 입원하였다가 퇴원하였는데문제가 생겨 응급실로 실려가 치료를 받고 다시 입원하였다가 퇴원하였다.”고 하면서 그간의 일을 간략히 말하였다형은 이를 부활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면서 부활여행을 하느라 산행에 빠졌는데, 일부 회원이 해외여행을 간 것으로 짐작한 것이라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우리는 그 동안 형이 생사의 갈림길을 오간 것에 놀라고건강을 회복한 것에 안도하면서 그 동안  형의 근황에 무심하였던 것이 미안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ㅈ형이 부활 여행을 하는 동안 이를 지켜보는 부인과 따님의 놀라움과 걱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무거웠을 것이고, 그 여행을 무사히 마쳤을 때에는 기쁨과 감사가 넘쳤을 것이다. 오늘의 오찬은 형이 건강을 회복한 것을 기뻐하고 감사하는 큰따님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것이다. 아버지가 부활여행을 하였다면자녀들은 누구나 이를 기뻐하고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아버지의 친구들에게까지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산업사회로 발전해 오면서 충효(忠孝)보다는 개인의 이익이나 편리함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옅어지고뒷전으로 밀려나는 요즘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형 큰따님의 효심을 정말 갸륵하다 하겠다. 우리들은  , 정말 따님을 잘 가르쳤군요.”,  “건강을 회복한 것을 축하하오.” 하고 진심어린 인사를 한 후 오리고기와 형이 준비한 인삼주를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산행 뒤에 효심이 어린 오찬을 즐길 수 있어서 몸도 마음도 즐겁고 흐뭇하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