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임새는 판소리에서, 장단을 짚는 고수(鼓手)가 창()의 사이사이에 흥을 돋우기 위하여 삽입하는 소리로, 분위기에 맞게 좋지’, ‘얼시구’, ‘좋다’. ‘그렇지’, ‘잘한다등의 말을 말한다. 추임새는 고수뿐만 아니라 청중도 하고, 판소리뿐만 아니라 탈춤에서도 많이 한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국립극장으로 고() 박동진 명창의 판소리 공연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박 명창이 마이크 앞에 서서 허두가를 불렀는데, 청중들이 조용히 앉아 듣기만 하였다. 박 명창은 스탠드에 걸려 있던 마이크를 빼어 들더니, “아니, 이 잡것들, 요렇게 가만히 자빠져 있으려면 뭐 하러 왔당가? 내가 소리를 잘 하면, ‘좋지’, ‘얼시구’, ‘잘한다하면서 손뼉도 치고 그래야 내가 신명이 나서 소리를 하지! 가만히 자빠져 있으려면 집에 가서 낮잠이나 자!” 하고 말했다. 이런 야유 섞인 꾸지람을 들은 청중들이 머쓱해 하자, 박 명창은 서양음악 감상회에 가서는 조용히 앉아 감상해야 하지만, 판소리 공연장에서는 추임새를 해야 창자가 신명이 나서 소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추임새의 필요성과 요령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판소리 공연장의 분위기나 감상 태도에 익숙하지 않아 조심하던 청중들이 박 명창의 설명을 들은 뒤에 적절히 추임새를 하였다. 그래서 그 날의 공연장은 아주 흥겨운 소리판이 되었다.

 

   ‘추임새란 말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느라 훌륭하거나 뛰어나다고 말하다.’의 뜻을 가진 추다또는 추어주다의 관형형에 모양, 상태, 정도를 나타내는 접사(接辭) ‘를 더한 말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소리판이나 탈판의 추임새는 소리꾼이나 탈꾼의 흥을 돋우기 위해 하는 말이다. 고수나 청중이 분위기에 맞춰 추임새를 잘 하면, 판소리 창자(唱者)나 탈춤 연희자(演戱者)는 흥이 나서 더 잘 하게 된다. 그에 따라 관객도 더욱 흥이 나서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보면, 추임새는 창자나 연희자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관객만을 위한 것도 아니라 양편 모두를 위한 것이다.

추임새는 소리판이나 놀이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꼭 필요하다. 상대방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였을 때, 그 것을 이해하고 잘한다고 칭찬을 하고 격려해 주면, 그 사람은 신명이 나고, 힘이 생겨 그 일을 더 잘 하게 된다. 이를 보는 사람도 덩달아서 기쁘고 즐겁게 된다. 이것은 가정이나 직장, 교회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을 보면, <잠언> 2511절에는 경우에 알맞은 말은 은쟁반에 담긴 금사과라고 하였다. 그리고 <에베소서> 429절에는 나쁜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고, 덕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말이 있으면, 적절한 때에 해서, 듣는 사람에게 은혜가 되게 하십시오.”라고 하였다. ‘경우에 알맞은 말은 남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말이 아니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며, 칭찬과 격려의 마음을 담은 말이다. 나쁜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으며, 덕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말을 적절한 때에 하면 듣는 사람에게 용기와 힘을 주게 되고, 하던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말은 은쟁반에 담은 금사과처럼 귀하고 예쁘며, 품위가 있고 멋이 있으며, 상대방에게 은혜가 된다. 이러한 말은 곧 판소리나 가면극에서 말하는 추임새와도 같을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늘 남의 장점을 말하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그 분은 오래 전에 한 직장에서 몇 년간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교수이다. 그 분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장점을 들어 이야기하고, 부족한 점이나 잘못한 일은 화제에 올리지 않거나 감싸는 모습을 보이곤 하였다. 나는 그 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 후 이를 본받아 실천하면서 살아왔다.

 

   사람들 중에는 분위기에 맞춰 칭찬하고 추임새를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단점이나 잘못된 점을 들추어 꼬집기를 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깎아내리거나 욕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의 말은 말하는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로 싫증이 나게 만든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만나기만 하면,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지난 일, 그 사람이 힘들 때 조금 도와주었던 일 등을 되뇌면서 그 사람을 꼬집고 헐뜯어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앉아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에 딴 생각을 하곤 하였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피하곤 하였다. 나는 그 사람에게 좋은 것만 기억하세요.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고, 화제에 올리지 마세요. 기분 좋은 화제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자주 만나 술을 사드리겠습니다.” 하고 충고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주 만나지 않은 채 세월이 흘렀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분위기에 맞게 하는 칭찬 즉 추임새는 상대방을 신명나게 하고, 그에 따라 나도 즐겁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남의 결점은 감싸주고, 장점을 드러내어 칭찬하는 사람이 추임새를 잘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추임새를 잘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추임새를잘 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고 따르게 된다. 추임새의 요령과 효과를 잘 알고 실천하면, 우리의 삶은 은쟁반의 금사과처럼 더욱 예쁘고, 품위가 있으며 풍요로워질 것이다.

   <성동문단 제14호, 서울 : 성동문인협회, 2014. pp.12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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