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서울교육대학을 졸업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024일에는 서울교대 1회 동기생 52 명이 모여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를 하였다. 아침에 모교와 총동창회를 방문 한 후 포천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산정호수 둘레길을 걸은 뒤에 시내로 돌아와 모교 총장과 동창회장, 은사님을 모시고 간단한 기념식을 한 뒤에 저녁식사를 하는 순서로 진행한 조촐한 행사였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자 모교 교정에 동기생들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약속한 9시 가 되자 50여 명이 모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자주 만난 사람도 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이름과 기억 속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동기생들의 얼굴을 보니, 젊고 예쁘며, 늠름하고 패기 있던 모습은 원숙하고 품위 있는 노인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대학본부 건물 앞에 가니, 중앙현관 위에 교대 1회 졸업 50주년 기념 모교 방문 환영현판이 걸려 있었다. 우리의 방문을 환영하는 모교와 총동창회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7층 회의실로 가니, 총장 이하 보직교수들이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총장의 환영 인사에 이어 모교의 변화발전의 모습과 현재의 상황을 동영상과 파워포인트로 브리핑(briefing)해 주었다. 행당동 캠퍼스에서 시작한 모교가 서초동 한복판에 자리 잡아 크게 발전한 모습을 보니, 자랑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뿌듯하였다. 행당동 캠퍼스는 지금의 캠퍼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행당동 캠퍼스의 사진을 볼 때 더욱 정겹게 느껴지고, 감회가 새로운 것은 50여 년 전에 젊은 우리들의 꿈을 길러준 정겨운 공간이었기 때문이리라.

 

   모교와 총동창회 방문을 마친 우리는 중앙현관 앞에서 방문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대학 내의 시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전세 버스를 타고 포천 산정호수로 향하였다. 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정다운 대화를 하였는데,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다른 자리에 있을 때에는 자리를 바꿔 앉으면서 이야기하였다.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동안 지낸 일과 현재의 일들이 꼬리를 물고 화제로 이어졌다.

 

   포천에 도착하여 맛이 좋기로 유명한 식당으로 들어가 갈비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남암순 동기회장과 금년에 팔순을 맞은 이배춘 회원의 건배사는 졸업 50주년을 맞은 회원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뻐하고 감사하며, 앞으로 더욱 도타운 정을 나누며 건강하게 지내자는 내용이어서, 모든 회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오랜만에 와서 먹는 포천 이동갈비의 맛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기생들과 자유롭게 자리를 옮겨가며 나누는 정담은 더욱 맛깔스럽고 즐거웠다.

 

   점심 식사 후에 2014년도 하반기 정기총회를 가졌다. 총회를 마친 뒤에는 산정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그런데 남은 일정에 맞추느라 걷는 거리를 단축하는 바람에 정다운 친구와 단풍이 든 산정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걷는 즐거운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정창덕 회원의 진행으로 앞에서부터 차례로 졸업 50주년을 맞는 감회를 말하기도 하고, 자기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저녁 630분에 서초동 음식점의 넓은 방에 자리 잡은 우리는 간단한 기념식을 하였다. 기념식은 국민의례에 이어 동기회 회장의 개회사, 모교 총장과 총동창회장의 인사에 이어 재학시절에 우리를 가르쳐 주신 박붕배최병록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서울교육대학교 교가를 제창하였다. 이 자리에서 동기생들은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면서 뜻을 모아 모교 발전기금과 장학기금을 총장과 총동창회장께 전달하였다. 남암순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를 올곧은 교육자로 길러주신 모교 은사님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올리고, 훌륭한 교사에 대한 꿈과 열정을 담고 생활하던 재학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감회, 40여 년 간 교단을 지키며 교육의 현장에서 겪은 기쁨과 보람, 힘들고 슬펐던 일들을 진솔하게 표현하여 모두의 공감을 얻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운 마음을 표현한 뒤에 유명(幽明)을 달리한 동기생들에 대한 아픔을 말할 때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동기생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심언녕 회원의 지휘로 <서울교대 교가>를 제창할 때에는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식장에 들어갈 때 받은 악보를 보고서 교가를 까맣게 잊고 지낸 나 자신이 부끄럽고 미안하였다. 악보를 보니, 다행스럽게도 교가의 가사와 멜로디가 떠올라 반주를 들으며 심 회원의 지휘에 따라 교가를 부를 수 있었다. 나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서울교대와 교가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임을 생각하니, 서울교대와의 인연의 끈이 매우 질긴 것임을 느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이봉준 목사가 건배를 제안하였는데, 예배 시간의 축도(祝禱)처럼 지금까지 지낸 일에 대한 감사와 기쁨, 앞날에 대한 기원(祈願)의 내용을 담은 뜻 깊은 건배사여서 공감(共感)이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여흥(餘興)의 시간을 가졌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 또는 힘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맵시 있는 춤을 추는 남녀 동기들이 있어 모두 칭찬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어서 오래 계속하고 싶었지만, 9시에 끝내기로 한 식당과의 약속 때문에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서울교대와 맺은 인연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대학입학지원을 할 무렵에 서울교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고1 때 담임이셨던 정 선생님의 권유와 설득으로 법학과 지망(志望)의 뜻을 접고 서울교대를 지원하여 서울교대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인연으로 졸업과 동시에 교사 자격증을 받고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이 인연이 끈이 되어 같은 학교에 근무하게 된 동기동창생과 연애하여 결혼하였다. 아내와 나는 재학 시절에는 소원(疏遠)하여 겨우 얼굴과 이름을 알고 지낸 정도였으니, 같은 학교로 발령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저 평범한 동기동창생이었을 것이다. 서울교대와 맺은 인연의 끈이 평생 반려(伴侶)를 만나게 해 주었다.

 

   나는 아내의 도움으로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받은 후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대학의 교수가 된 뒤에도 서울교대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은 나의 교수 생활의 기본이 되어 강의와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서울교대와 인연이 있는 선배의 사랑과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교수로 30년을 지내고 정년퇴직한 뒤에 터키에 객원교수로 파견되어 4년 동안 한국어와 한국문학, 한국문화를 가르칠 때에도 서울교대에서 배운 지식과 초등학교 교사 때에 얻은 경험은 큰 힘이 되었다.

 

   서울교대와 맺은 인연의 끈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사회적 성장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퇴직한 후에는 공무원연금을 받으며 교양 있고 수준 높은 동기생들과 교유(交遊)하면서 즐겁고 유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이처럼 서울교대와 맺은 인연의 끈은 정말 질기고 튼튼하다. 이러한 인연의 끈을 나에게 던져 주신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한다. 오늘따라 교대 진학을 권유해 주신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께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과 함께 그리움이 크게 일어난다. 그러나 이 마음을 전할 길이 없으니, 이런 마음을 지그시 억누르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2014.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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