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봄 날씨 덕에 꽃이 피는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월요일(2014. 3. 31) 오전에 아내와 함께 남산에 갔다. 지하철 3호선 동국대역에서 장충공원으로 들어서니, 여러 가지 꽃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빛깔과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국립극장 쪽으로 걸어가니, 먼저 수표교가 눈에 띄었다. 조선 초에 청계천에 이 다리를 놓고, 청계천의 수위(水位)를 측정하는 수표(水標)를 세웠으므로 수표교(水標橋)라고 불렸다. 이 다리는 처음에는 흙다리(土橋)였으나 뒤에 나무다리(木橋)가 되었고, 세종~태종 때 돌다리(石橋)가 되었다. 1760(영조 36)에는 교각(橋脚)경진지평(庚辰地坪)’이라는 네 글자를 새겨 네 단계로 물 높이를 측정하였다. 1958년 청계천 복개공사 때 철거하여 옮겼다가 1965년에 이곳으로 옮겼다. 아주 오래 전에 청계천에서 보던 다리를 오늘 이곳에서 보니 감개무량하였다. 나는 수표교를 보면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기술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았다.

 

 

   국립극장까지 가는 동안 길가에 있는 이준 열사 동상, 유관순 동상, 31운동기념탑을 보면서 선인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독립정신을 생각해 보았다. 동상과 기념탑 둘레에 예쁘게 피어 있는 꽃과 같이 아름다운 나라 사랑의 마음을 우리 모두 본받아야 하겠다.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 남측 순환로를 따라 남산타워까지 간 다음 다시 남측 순환로를 따라 소월시비 옆에 있는 남산도서관 휴게소까지 걸어갔다. 길 양편에 피어 있는 진달래와 개나리, 철쭉, 영산홍, 그리고 금낭화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길 양 옆에 피어 있는 벚꽃의 모습은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서울의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있는 산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꽃말이 순결(純潔)과 담백(淡白)인 벚꽃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생(自生)하였다. 특히 제주도의 왕벚나무는 지금으로부터 250여년 전부터 전부터 자생하고 있고,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제주도로 알려졌다. 벚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을이나 절, 길가에 벚나무를 심어 가꾸었다. 그래서 봄이면 곳곳에 벚꽃이 만발하여 봄의 정취를 마음껏 돋우고, 기쁘게 한다.

 

   일본인들도 한국인들 못지않게 벚꽃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한다. 한꺼번에 피어 화려함을 뽐내다가 한꺼번에 확 떨어지는 벚꽃은 일본에서 사무라이를 상징한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벚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야 탓할 일이 아니지만, 벚꽃의 원산지가 일본이고, 한국의 벚꽃은 일본에서 왔다고 떠벌이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열심히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일본의 벚나무는 제주도의 왕벚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벚꽃길을 다시 걷고 싶어서 411일에 교일산우회 회원들과 함께 이 길을 다시 걸었다. 먼저 왔을 때와는 달리 벚꽃이 지고 있었다. 길 양편에 서 있는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벚꽃의 꽃잎들이 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남산도서관 앞의 벚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한 뒤에 퇴계 이황 선생 동상을 보고, 남산공원으로 가서 안중근 의사 동상을 보았다. 그 앞에는 안 의사의 명언(名言)을 새긴 돌들을 세워놓은 공원이 있고, 그 옆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었다. 안 의사 기념관에 들러 안 의사의 친필과 기록물, 조형물을 통해 안 의사의 일생과 의거(義擧) 전후의 일들을 살펴보았다.

 

   안중근의사 기념관 북쪽에는 상해 임시정부 수반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 동상이 있었다. 이를 살펴본 뒤에 회현역 쪽으로 내려왔다.

 

   오늘의 나들이는 남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끼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기를 버리고 바른 길을 간 선인들의 행적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참으로 유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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