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람들은 아침에 만나면, “메르하바(Merhaba)!” 또는 귀나이든(Günaydın)!” 하고 인사한다.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의 뜻이다. 저녁에 만나면 이이 악샴나르(İye akşamlar)!” 하고 인사한다. 이 말을 한 뒤에는 그동안 잘 지냈는가를 묻고,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며칠 동안 헤어졌던 가족이나 친척, 친구를 만나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서로 끌어안고 왼쪽 뺨과 오른쪽 뺨을 댄다. 어떤 사람들은 끌어안고 이마를 마주 댄다. 이마를 마주 대며 인사를 하는 사람은 민족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서로 끌어안고 뺨을 맞대는 인사는 만났을 때에는 반가운 마음을, 작별을 할 때에는 아쉬운 마음을 표한다.

   터키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 통성명을 한 뒤에도 역시 끌어안고 뺨을 맞댄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끌어안고 뺨을 맞대는 인사법에 익숙하지 않다. 이를 알아서인지 나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터키 사람들은 대개 악수만 하고 만다. 그런데 처음 인사를 나눈 사람이 갑자기 끌어안는 바람에 당황한 적도 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학교 식당에 가니 교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학교 식당이 여러 곳이어서 교직원들이 나뉘어서 갔는데도 줄을 서는 것을 보니, 교직원수가 많기는 많은가보다. 차례대로 서서 앞의 사람이 하는 대로 흰 종이 한 장을 식판에 깔고, 숟가락과 칼과 포크를 담은 종이 봉지와 물컵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음식을 담은 접시 세 개를 받아 올려놓은 뒤에 들고 자리로 왔다. 앉아서 식판에 깐 종이를 보니 터키 글자로 모양을 내어 아피옛 올순(Afiyet olsun)!”이라고 쓴 것이 보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G 교수에게 물으니, “당신의 건강을 빕니다!”라는 뜻인데, 터키 사람들은 식사 전후에 이 인사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나에게 아피옛 올순!”이라고 말하였다. 나도 얼결에 아피옛 올순!”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건강을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 우리말의 맛있게 잡수세요!”보다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그 후로는 식사할 때에 앞이나 옆에 앉은 터키 사람에게 아피옛 올순!”이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 내 말을 들은 사람들도 답례로 같은 말을 한다.

   터키에 처음 와서 모든 것이 생소할 때에 한국어문학과의 G 교수가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이것저것 챙겨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터키어를 전공하면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이곳 대학에 와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한국어문학과 전임강사 발령을 받아 함께 근무하는 양 선생의 도움도 매우 크다. 내가 터키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이 두 분의 덕이다. 그래서 두 분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뜻에서 기회가 되면 식사 대접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 번은 두 분을 우리 숙소로 초대하여 한식으로 식사 대접을 하였다. 그 때 G 교수가 아내에게 엘리니제 사을륵(Elinize sağlık)!” 하고 인사하였다. “당신 손에 건강이 있기를!”의 뜻을 담은 말이라고 하였다. 함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은 뒤에 내가 식대를 계산하였더니, “케세니제 베레켓(Kesenize bereket)!” 하고 인사하였다. “당신 지갑에 복이 있기를!”의 뜻이라고 한다. 터키 사람들은 앞으로의 계획이나 희망 섞인 말을 하면 그 말을 받아서 인샬라(İnşallah)!”라고 말한다. “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나는 터키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런 인사말을 여러 번 들었다. 처음에는 어색하였으나 자꾸 들으니 익숙해져서 지금은 나도 자주 쓰는 편이다.

   터키 사람들이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인사로 하는 말이나 행동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 감사하는 마음, 작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는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의 인사말은 우리말로 바로 바꿀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말로 바로 바꿀 수 없는 말도 있다. 특히 식사 전후에 하는 인사말이라든지 희망이나 계획을 말할 때 하는 인사치레는 상대방의 건강과 일의 성사를 신에게 맡기고 기원한다는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 말들이 이슬람교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그 이전부터 쓰던 말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말은 우리말에 없기 때문에 직역하여 말하기 어렵다. 이런 인사말을 들을 때면 터키 사람들이 우리보다 인사말을 아주 잘 만들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5일에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간행한 <<터키 1000일의 체험>> 중 <내가 만난 터키 사람들>에 실려 있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