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4)

‘아버지, 어머니’와 ‘아버님, 어머님’

 

  요즈음 20대 청년이나 30·40대의 중년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것은 저의 아버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요즈음 저의 어머님이 편찮으셔요.”와 같이 자기의 부모를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 고등학교 국어과 교사가 자기 부모를 아버님·어머님하는 동료 교사에게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그러자 동료 교사는 나를 낳아 길러주신 내 부모님을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하는데, 뭐가 잘못 되었단 말이오?”라고 하면서 화를 내더라고 한다. 자기 부모에 대한 공경심을 드러내는 것은 좋으나, 이런 표현은 우리의 언어 관습에 맞지 않는다.

 

  몇 년 전 C 목사님 목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였을 때의 일이다. 식순에 그 자리에 참석한 C 목사님의 아버님께 꽃다발을 드리는 순서가 있어 아주 좋게 생각하였다. 그 순서가 되자 사회를 맡은 젊은 목사님이 다음은 C 목사님의 선친께 꽃다발을 드리는 순서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C 목사님과 C 목사님의 아버님을 비롯한 여러분에게 큰 실례를 범하였다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으로 긴장이 되어 등에 땀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순서를 넣지 않음만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회를 맡은 목사님은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뜻하는 말인 선친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 역시 의외로 많다.

 

  전에는 남에게 자기 아버지를 지칭할 경우 살아계실 때에는 가친(家親)이라 하고, 돌아가신 뒤에는 선친(先親) 또는 선고(先考)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에는 자친(慈親), 돌아가신 뒤에는 선비(先妣) 또는 현비(顯妣)라고 하였다. 남의 부모를 지칭할 경우, 아버지는 춘부장(春府丈)’ 또는 어르신(어르신네)’이라고 하고, 어머니는 자당(慈堂)’, 또훤당(萱堂)’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이런 말을 잘 쓰지 않고, 남에게 자기의 부모를 말할 때에는 아버지·어머니라고 한다. 남의 부모를 지칭할 때에는 높이는 뜻에서 아버님·어머님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친정 부모를 말할 때에는 아버지, 어머니라 하고, 시부모를 말할 때에는 아버님, 어머님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말에는 어떤 사람을 가리켜 이르는 지칭어와 직접 부르는 호칭어의 쓰임이 다른 경우가 있다. 자기의 부모를 호칭할 때에는 집안의 관습이나 분위기에 따라 친근감이 있는 말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남에게 자기 부모를 지칭하거나 남의 부모를 지칭할 때에는 바르게 써야 한다. 그래야 실례를 범하거나 언어 습관이 좋지 않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참고문헌> 조선일보사국립국어연구원 편, 우리말의 예절, 서울 : 조선일보사, 1993.

                                                    <기독교타임즈 제445, 2006. 10. 14.> 에 수록한 글임.

 

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3)

목사가 자기를 ‘000 목사’, 아내를 ‘사모’라고 하는 것은 실례

 

  목사님이나 교우들에게서 온 전화를 받으면, 자기 스스로를 00 목사’, ‘00 장로(권사, 집사)’라고 말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이분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소개할 때에도 00 목사입니다’라고 한다. 장로나 권사는 00 장로(권사, 집사)입니다라고 한다. 이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높이는 뜻에서 이름 뒤에 직명을 붙이고, 끝에 자를 붙여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부를 때에 00 사장님(부장님, 전무님, 상무님, 부장님, 과장님, 팀장님)’, ‘00 장관님(차관님, 국장님)’, ‘00 선생님(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부장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남이 나를 부를 때에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의식이 교회 안에도 퍼져서 00 목사님(전도사님)’, ‘00장로님(권사님, 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상대방을 높여 부르려는 마음에서 생긴 것으로,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관습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말할 때에 직명을 뒤에 쓰면 자기 스스로를 높이는 것이 되어 실례가 된다.

 

  남에게 자기를 말할 경우 직명을 밝힐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장로(권사, 집사) 00’, ‘목사(전도사) 00’라고 직명을 먼저 말하고, 그 뒤에 자기 이름을 말해야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표현이 된다. 상대방이 나의 직분을 알 경우에는 직명을 생략하고 이름만 말해도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겸손을 모르는 교만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따라서 성경을 여러 편 쓴 '바울'을 말할 때에는 '사도 바울'이라고 하지 말고, '바울 사도'라고 해야 한다. 목사님의 말씀을 인용할 때 '목사 아무개가 말하기를'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아무개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고 말하는 것이 존경의 뜻을 담고 있다.

    

  몇 년 전에 어느 교파의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새로 목사 안수를 받은 젊은 목사가 단상에 올라 자기소개를 한 뒤에 가족을 소개하는데, 자기 아내를 가리켜 제 사모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총회장이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아내를 사모라고 하는 것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사모(師母)’는 스승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러러 존경하는 스승을 아버지에 비겨 사부(師父)’라 하고, 스승의 부인을 어머니에 비겨 사모라고 한다. 그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목사나 전도사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목사나 전도사는 신앙적으로 스승 격이니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존경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그 분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모란 말이 목사의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라도 된 양 잘못 쓰이고 있다. 그래서 목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제 사모입니다.’란 말을 예사로 쓰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므로, ‘제 처(아내, 내자, 안식구)입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참고문헌> 이송관김기창,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서울 : 예찬사, 2000.

리의도,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서울 : 설필, 1997.

박갑수, 우리말의 허상과 실상, 서울 : 한국방송사업단, 1983.

박갑수, 우리말의 오용과 순화, 서울 : 한국방송사업단, 1984.

                                                    <기독교타임즈 제444, 2006. 9. 30.>에 수록한 글임. 

 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2)

‘할렐루야’와 ‘아멘’은 필요한 때에만 써야

 

  어느 장로님은 친구를 만나거나 통화할 때 큰소리로 할렐루야!’ 하고 인사한다. 어느 목사님은 새로 나온 교우를 소개할 때 이름을 말하며 일어서게 한 뒤에 환영하는 뜻에서 주보를 들고 큰 소리고 할렐루야를 외치게 한다. 또 부흥회 때 강사 목사님을 소개하면서 환영의 뜻으로 할렐루야!’를 외치게 한다. 이처럼 일부 기독교인들은 '할렐루야'를 인사말이나 구호처럼 쓰고 있다.

  

  할렐루야(Hallellujah)‘Hallellu’찬미하다의 명령형이고, ‘jah’야훼(yahweh)’의 준말로 여호와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면 할렐루야여호와를 찬양하라의 뜻이 된다. 시편에서 많이 쓴 할렐루야는 문맥으로 보아 여호와를 찬양하라는 명령형의 말이다. 할렐루야는 하나님께 하는 찬양이며 인사이지, 사람 사이에 하는 인사가 아니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만난 교우끼리의 인사말로 하는 할렐루야, 새로 나온 교우를 소개하거나 강사 목사님을 소개할 때 쓰는 할렐루야!’는 적절하지 않다. 굳이 이스라엘말로 인사하려면 샬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따라서 인사말로 하는 할렐루야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로 바꿔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느 목사님은 말씀을 선포하면서 방금 한 말을 강조하는 뜻에서 할렐루야라고 말하거나, 그 내용을 확인하는 뜻에서 교우들에게 할렐루야로 화답하게 한다. ‘할렐루야를 말한 내용을 강조하거나 확인하는 구호(口號)’처럼 쓰는 것 역시 적절한 표현이라 할 수 없다.

 

  몇 년 전에 장로들이 교육을 받는 자리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강사 목사님이 출석을 확인하려고 이름을 부르는데 아멘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쉬는 시간에 이를 지적하였더니 곱지 않은 반응이 돌아왔다교우 중에는 예배 시간에 말씀을 들으면서 수시로 아멘을 크게 외쳐 둘레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분도 있다. 목사님들 중에는 말씀을 선포하시는 중에 필요 이상으로 아멘을 외치게 하고, ‘아멘소리가 적으면 마치 교우들의 듣는 태도가 나쁜 것처럼 꾸중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느 부흥회에서 강사 목사님이 말씀을 선포하시는 중에 어느 분이 쌀장사를 해 번 돈을 헌금하여 교회를 지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목사님은 그 분이 쌀을 사려고 농촌에 가면 쌀값이 내리고, 그 쌀을 팔려고 하면 값이 올라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하였다. 그 때 목사님은 흰 손수건을 꺼내들고 쌀값이 올랐습니다’, ‘쌀값이 내렸습니다를 여러 번 되풀이하면서 그 때마다 아멘하고 외치게 하였다.

 

   아멘(amen)확실하다’, ‘확실히’, ‘진실한’, ‘진실’, ‘참으로’, ‘참으로 그렇게 되기 바랍니다.’의 뜻을 가진 말로 알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기도나 찬송 또는 설교 끝에 그 내용에 동의하거나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므로 출석을 부를 때 대신 아멘하거나, 설교 내용의 확인 또는 주의 집중을 위해 아멘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목사님이나 회중을 대표하는 분의 기도, 목사님께서 선포하시는 말씀이 감동적이면 교우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아멘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할렐루야아멘은 필요한 때에 적절히 써야 은혜스럽다.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 큰 소리로 할렐루야아멘을 외치는 것은 바른 표현이 아닐 뿐더러 믿지 않는 사람이나 초신자들에게 저항감을 줄 수도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이송관김기창,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서울 : 예찬사, 2000.

                 리의도,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서울 : 설필, 1997.

 

                                                     <기독교타임즈 제443, 2006. 9. 23.>에 수록한 글임.

   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2)  

              ‘형제’, ‘자매’의 잘못 사용

 

  어느 교회의 주보를 보니, 교회 소식 난에 00 형제 군 입대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을 본 나는 형제면 나이 차이가 있을 터인데, 어떻게 되어서 함께 입대하게 되었을까 궁금하였다. 그러다가 함께 입대하는 형제는 쌍둥이거나 아니면 형이 입영 연기를 받았다가 동생과 함께 입대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군에 입대하는 청년은 한 사람이었다.

 

  어느 주일 예배의 광고 시간에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00 자매님이 우리 교회에 새로 나오셨습니다. 잠깐 일어나시지요.” 이 말을 들은 나는 언니와 동생 두 사람이 일어설 것이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자리에서 일어선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형제자매는 우리가 흔히 쓰는 쉬운 말이다. 그런데 의미의 전달과 수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것은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코드(code)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형제(兄弟)’란 말은 형과 아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은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형과 아우 두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복수의 개념을 지니고 있다. ‘자매(姉妹)’는 여자끼리의 언니와 아우를 가리키는 말로, 역시 복수의 개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교우 한 사람을 가리키면서도 남자일 경우는 형제, 여자일 경우에는 자매란 말을 많이 쓴다. 기독교인은 모두 주님의 사랑 안에서 형제요 자매라 할 수 있으므로, 교우들의 관계를 말할 때 형제 또는 자매라고 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남자 교우 또는 여자 교우 한 명을 형제 또는 자매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교회에서 형제와 자매를 잘못 쓰게 된 원인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선교사들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교 초기에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교우들의 관계를 말할 때나 남자 또는 여자 교우 한 명을 가리킬 때에 브라더(brother)’시스터(sister)’로 표현하였다.

 

  ‘brother’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one of the sons of the same parents(같은 부모의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 또는 ‘one of the sons of only the same mother or father(어머니 또는 아버지가 같은 아들들 중의 하나)’로 풀이되어 있다. ‘sister'’brother'와 성별만 다를 뿐 같은 뜻의 말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영어의 ‘brother’‘sister’ 우리말의 형제자매처럼 형(언니)과 아우를 가리키는 복수 개념의 말이 아니다. 그런데 ‘brother’‘sister’형제자매로 번역하여 쓰면서, 두 나라 말의 차이점을 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에 적은 ‘000 형제’, ‘000 자매는 연령을 고려하여 ‘000 (, )’ 또는 ‘000 (, )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사람일 경우에는 직분에 맞는 칭호를 붙이는 것이 좋겠다. 청년회 예배 중에 ‘000 형제(자매)가 기도해 주시겠습니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 뒤에 회원이나 ()’, ‘()’을 붙여 부르는 것이 좋겠다.

<참고문헌> 이송관김기창,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서울 : 예찬사, 2000.

                 리의도,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서울 : 설필, 1997.

<기독교타임즈 제442, 2006. 9. 16.> 에 수록한 글임.

* 기독교인들이 교회에서 잘못 쓰는 말이 여럿 있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뜻에서 <기독교타임즈>에 10회에 걸쳐 실었던 글을 옮겨 놓았다.

 

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1)  

     ‘당신’, ‘축복’은 하나님께서 섭섭해 하실 말

 

  얼마 전의 일이다. 주일 11시 예배 시간에 내가 잘 아는 목사님께서 축복기도를 하시는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하나님,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00교회 성도들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이런 기도를 들은 300여 명의 예배 참석자들은 모두 목사님의 기도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의 종인 네가 정성으로 기도하니 들어주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밖에는 표현을 못하니?’ 하고 섭섭해 하셨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왜 섭섭해 하셨을까?

 

  <표준 국어대사전>에서 당신이란 말을 찾아보면, ‘듣는 이를 가리키는 2인칭 대명사. 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2인칭 대명사. 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2인칭 대명사. 앞에서 이미 말하였거나 나온 바 있는 사람을 아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였다. ①~③2인칭으로, 아주 높임의 뜻이 없고, 그저 하오체의 말투에서 쓰는 경우이다. 우리가 기도할 때 부르는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실 대상으로, 인칭을 따진다면 2인칭이다. 그러므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예사높임의 뜻을 가진 당신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는 아주높임의 뜻이 있으나, 3인칭에 주로 쓴다.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당신의 장서를 소중히 다루셨다.”와 같은 경우에 쓴다. 우리가 기도할 때 하나님은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고, 대화의 상대이므로 3인칭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당신께서 사랑하시는당신하나님께서로 써야 한다.

 

  축복(祝福)행복을 빎’, ‘신의 은혜를 빎의 뜻을 지닌 명사인데, 뒤에 하다가 붙으면 동사가 된다. 한자어인 축복의 한자는 빌 축()’ 자와 복 복()’ 자로, 복을 빈다는 말이다. 복을 빌 때 복을 내려달라고 비는 것은 사람이고, 복을 내려주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복을 내려주시는 하나님께 복을 빌어달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므로 축복하여 주시옵소서복을 내려’로 고쳐 써야 한다. 개역개정판 성경 《창세기》 123절에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라고 되어 있는 것은 좋은 참고가 된다.

 

  처음에 인용한 축복기도를 해주신 목사님은 외국에 가서 여러 해 신학을 연구하고 돌아와 신학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목회활동도 하시는 분이다. 이 목사님의 언어 습관은 어려서부터 입에 익은 것이다. 지금도 여러 목사님이나 장로님, 교회학교 교사, 많은 신도들이 이런 말을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기도할 때 말을 다듬어 하지 못하고, 하나님께서 섭섭해 하실 표현을 쓰면서 그 기도에 응답해 달라고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이송관김기창,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서울 : 예찬사, 2000.   리의도,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려면 꼭 알아야 할 것들, 서울 : 설필, 1997.

<기독교타임즈 제441호, 2006. 9. 9.> 에 수록한 글임.

   며칠 전 교일산우회 남부모임 회원 7명은 서울시 동작구 현충로 210에 자리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것은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이 영면(永眠)해 계신 국립현충원에 참배(參拜)하면서 이 분들의 나라를 위해 헌신한 뜻을 기리고, 묘역 전체를 한 바퀴 돌면 산행(山行)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주 오래 전에 다녀온 후 최근에는 가지 못하였으므로 조금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현충원 정문 안 종합민원실 뒤편의 쉼터에서 만난 우리는 계레얼마당을 지나 현충문 앞으로 갔다. 우리는 현충문 왼쪽에 있는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과 오른쪽에 있는 육탄 10용사비를 살펴보았다. 그 옆에 있는 호국종(護國鐘)을 살펴본 뒤에 장병묘역(將兵墓域)으로 갔다. 장병묘역에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숨진 많은 장병들의 계급과 이름이 적힌 비석이 가지런히 서 있었다. 1번 묘역을 지나 2번 묘역에 가니, 장병들의 비석 앞에 채명신 장군의 묘비가 보였다.

 

   채명신 장군은 516군사정변에 가담하였으나 정치에 뜻을 두지 않고 군으로 돌아가 군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던 중 19658월부터 38개월 간 초대 주월한국군사령관 겸 맹호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큰 공을 세웠다. 그는 부하 장교와 병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유별하여 많은 장병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채 장군은 박정희 대통령의 10월유신에 반대하였으므로, 대장으로 진급하지 못하고 전역하였다. 그 뒤에 스페인그리스브라질 대사를 지냈다. 채 장군은 장군묘역에 묻힐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급은 다르지만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했던 전우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장병 묘역에 안장되었다. 채 장군은 살아서는 전쟁영웅, 죽어서는 참군인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우리는 채명신 장군의 묘비 앞에 일렬로 서서 거수경례로 추모의 뜻을 표하였다.

 

   우리는 경찰충혼탑, 임정묘역(臨政墓域), 대한독립군무명용사 위령탑(慰靈塔)을 지나 장군묘역을 둘러보고, 맨 위쪽에 자리 잡은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19171114일 경북 선산에서 출생했다. 1963년 대한민국 5대 대통령에 취임해 연이어 9대 대통령까지 역임하는 동안 수차례에 걸친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산업입국(産業立國)을 다졌다. 그리고 근면자조협동을 기본정신으로 한 새마을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여 가난을 극복하고, ‘하면 된다는 국민적 자신감을 일깨웠다. 그래서 우리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룩하여 대한민국 선진화의 기반을 구축했다. 또 오늘날 우리 국군의 현대화를 위한 율곡계획을 집념 있게 추진하여 국방력 증강 및 자주국방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19791026일 서거하여 113일 국장(國葬)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었다. 박정희 대통령 봉분 옆에는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봉분이 있었다. 19251129일 충북 옥천에서 출생한 육영수 여사는 영부인이 된 후 각종 사회사업과 육영사업에 앞장섰다. 1974815일 광복절 기념식 중 북한의 사주(使嗾)를 받은 괴한의 저격(狙擊)으로 서거(逝去)하여 819일 국민장으로 이곳에 안장되었다. 나는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내려오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나라를 위한 공로는 인정하지 않고 독재자로만 보는 시각이 만연(蔓延)해 있는 현실을 개탄하였다.

 

   우리는 내려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192416일 전남 신안 하의도에서 출생하여 1961년 민의원,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7813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하였다. 세 번의 대통령 선거 패배를 딛고 1997년 대통령선거에 당선되어 1998225일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오랜 기간의 정치적 역경(逆境)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이 땅에 정착시킨다는 일념으로 헌신했다. 취임 후 1997년부터 시작된 외환위기(外換危機)의 극복을 위해 금융기업공공노동 4대 분야 개혁을 단행하고, 정보화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과 자율적 문화정책을 통해 우리나라를 복지, 문화국가가 되게 했다. 20006월에는 분단 55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켰으며, 그해 12월에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에 헌신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2009818일 서거하여 823일 국장으로 이곳에 안장되었다. 나는 김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내려오면서 김 대통령이 많은 실적을 남겼지만, 도를 넘은 햇볕정책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부작용을 남겨 놓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는 김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내려오다가 이승만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1875326일 황해도 평산 출신으로 일제 강점기 서재필 박사와 함께 독립협회를 조직해 독립사상을 전파하고, 민족계몽에 앞장섰다. 19193·1운동 이후에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항일투쟁 외교활동을 펼치던 중 광복이 되자 귀국하여, 1948년 제헌국회의장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이 대통령은 해방 직후의 혼돈(混沌)을 극복하고 자유민주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졌다. 6·25전쟁의 국난을 극복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반공 포로를 석방하였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한미동맹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4·19민주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하야(下野)한 뒤 하와이에서 생활하다 1965719일 서거하였다. 같은 해 727일 가족장으로 영결식을 거행하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이 대통령은 국립묘지에 최초로 안장된 국가원수(國家元首)이다. 이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는 이 대통령과 합장되었다. 19006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프란체스카 여사는 193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연맹회의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만나 1934108일 뉴욕시에서 결혼하고, 1948년 영부인이 되었다. 1992319일 이화장에서 향년(享年) 93세로 서거하여 323일 가족장으로 이곳에 합장되었다. 이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내려오면서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과 국가의 기틀을 다진 공()은 속으로 묻히고, 독재자로만 매도(罵倒)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나는 이어지는 장병 묘역을 지나 정문 쪽으로 내려오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였다. 하나는 우리 모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지녔던 애국 충정(忠情)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에 계신 세 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고 있다. 세 분 대통령은 재직 시에 잘한 일도 있고, 잘못한 일도 있다. 잘한 일만을 확대하여 잘못한 일을 덮으려는 것도, 잘못한 일만을 확대하여 잘한 일을 폄훼(貶毁)하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 생각한다. ()은 공대로 인정하고 치하하면서 과()는 과대로 지적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나는 터키에 있을 때 전 국민이 아타튀르크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추앙(推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몹시 부러워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 국민이 추앙하는 대통령이 속히 나오기를 바라는데, 이 마음이 지나친 사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20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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