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전국을 펄펄 끓게 하는 가마솥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의 기온이 지난주에 38까지 올라갔고오늘과 내일은 39까지 올라 111년에 오는 최강 폭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서울의 경우 16일째 폭염이 계속되니, 밖에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힌다. 실내에서도 냉방기기가 없으면 견디기 어렵다. 낮에 올라간 기온은 밤이 되어도 떨어질 줄 몰라 열대야 현상이 8일째 계속되니, 잠을 제대로 이루기 어렵다. 이런 날씨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하니, 하루하루 지낼 일이 걱정이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환자가 2,000명을 넘었고, 사망한 사람도 27명이나 된다고 한다. 온힘을 기울여 기르던 가축과 어패류(魚貝類)가 떼죽음을 하고, 무와 배추의 작황도 나빠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폭염이 장기화하면, 사과 등의 과일도 피해가 우려된다고 한다.

 

  눈을 돌려 사회 현실을 보면, 정부가 내걸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비웃듯이 서민들의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물가는 오르기만 한다. 한국경제는 정부의 반기업적 정서와 최저임금 문제 등이 겹쳐 점점 나빠져서 북한도 비아냥거릴 만큼 위기상황이 되었다. 북한의 비핵화는 진전되지 않았는데, 비핵화가 다 된 듯이 앞서가는 말과 행동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병력 감축과 군비축소가 논의되어 군사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경제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사태의 본질에는 눈을 감은 채 엉뚱한 말만 하고 있으니,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고,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계속되는 더위와 싸우느라 힘들고, 이어지는 우울한 소식에 짜증이 나서 속이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때에 불현 듯 떠오르는 말은 다윗 왕의 반지에 새겼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다. 다윗 왕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와 궁중의 보석 세공사(細工師)에게 반지를 만들라고 하면서, “반지에는 내가 승전해 기쁨이 넘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하였다. 반지를 만든 세공사는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다가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솔로몬 왕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넣으라고 하였다. 다윗 왕은 흡족해 하면서 세공사에게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유대교 경전의 주석서인 <<미드라시(Midrash)>>에 나오는 이 말은 정반대의 두 가지 상황을 직관적으로 조합시킨 명언이다. 성공했거나 승리하였을 때 자만하지 말며, 실패하였거나 상황이 나쁠 때 낙심하지 말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어제 교회에서 만난 어른들께 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하고 인사를 건넸다. 한 분은 선풍기와 에어컨을 끼고 지낸다면서, “더워서 죽겠다고 하였다. 다른 한 분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고, 낮에는 실내에서 생활한다. 이 더위를 잘 이겨내고 가을을 맞으면, 더 건강해 질 것이라고 하였다. 계속되는 폭염을 자연현상으로 치부하고, 이를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이 분의 생활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 분은 더욱 건강해진 몸으로 시원한 가을을 맞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의 뜻과 통하는 고사성어(故事成語)로는 중국문헌 <<회남자(淮南子)>> <인생훈(人生訓)>에 나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를 들 수 있다. 중국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다.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하자, 그는 이것이 무슨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하였다. 몇 달 지난 뒤에 달아났던 말이 오랑캐의 준마(駿馬)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자, 노인은 이것이 무슨 화가 될는지 어찌 알겠소?” 하였다. 그의 아들이 그 좋은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이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하였다. 1년 뒤에 전쟁이 일어나자 변방의 장정들이 모두 싸움터에 나가 싸우다가 거의 다 전사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졌으므로 싸움터에 나가지 않아 무사하였다. 이것은 화가 복이 되고, 복이 변하여 화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고사(故事)이다.

 

  70대 중반의 나이에 들어 지난 일들을 돌아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고, 기쁘고 즐거운 일도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이겨내고 나면, 기쁘고 즐거운 일이 찾아왔다. 그 뒤에 다시 괴롭고 슬픈 일이 생겼고, 이를 견뎌내면 다시 기쁘고 보람된 일이 다가왔다. 이것은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 자만하지 않고, 실패하였거나 상황이 나쁠 때에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극복한 덕이라 생각한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를 겪으면서, 오늘 한국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보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과 새옹지마란 말을 되뇌어 본다. 며칠 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올 것이다. 우리의 경제가 좋아지고,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안보에 대한 불안 없이 평화를 누리면서 더욱 발전하는 날이 올 것이다. 눈앞의 일에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든든히 잡고 어려움을 이겨내야겠다. (2018. 08. 01) 

              <서울문단 제7호(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2018>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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