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에 도로교통공단에서 보낸 운전면허 갱신 통지서를 받았다. 1979년 2월에 2종보통 운전면허증을 받은 뒤에 몇 차례 갱신을 하였다. 2종 면허 갱신 주기가 전에는 10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16년 11월에는 70세가 넘은 관계로 5년짜리 면허증을 받았다. 면허증을 꺼내어 보니, 유효기간이 금년 12월 31일까지이다. 통지서에는 ‘고령운전자 면허 갱신’이라는 말과 함께 준비물이 씌어 있다. 지난번까지와는 달리 ‘치매검사 결과지’, ‘건강검진 결과지’, ‘교통안전교육 이수증’을 준비하라고 하였다. 이 세 서류는 고령운전자 면허 갱신 여부를 판정하는 데에 필요한 서류인 것 같다.
통지서에 적힌 치매안심센터로 전화를 하니, 집에서 가까운 치매안심센터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래서 성동구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전화를 하니, 검사예약이 많아 금년 내에 검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금년 내에 운전면허 갱신 신청을 해야 한다고 사정을 하여 3주 후에 검사를 받기로 예약을 하였다. 예약 당일에 성동구 성수동의 공공복합청사 5층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 갔다. 치매검사를 받으러 오는 분들이 많았다. 이를 보면서 치매에 관해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내온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진단검사 대상이 되어 운전면허 갱신을 하지 못함을 물론, 감별검사를 받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였다.
검사실에 들어가니, 검사원(임상심리사?)은 생년월일과 주소, 학력을 물었다. 그리고 ‘오늘은 몇 월 며칠인가요?’, ‘이곳은 어디인가요?’ 등을 묻고 답하게 하였다. 그런 뒤에 긴 문장 따라 말하기, 조금 전에 말한 문장을 기억하여 말하기, 과일과 채소의 이름 말하기, 섞인 그림 찾기 등의 검사를 하였다. 기억력, 주의집중력, 언어능력, 계산능력, 시공간 감각 등을 알아보는 기초검사였다. 약 30분 동안 테스트한 뒤에 검사원은 ‘양호’ 판정을 하였다. 검사실 밖으로 나오니, 한 남자 어른이 선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여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함께 온 부인과 함께 풀이 죽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두 분의 모습을 보는 본 순간 나는 가슴이 짠하였다. 다른 방에서 검사를 하고 ‘양호’ 판정을 받은 아내와 함께 치매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왔다.
고령자 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 교육 예약을 하였다. 그런데 거리가 멀고, 시간도 맞지 않아 온라인 교육이 있는가 살펴보니, 도로교통공단 이러닝센터에서 하는 온라인 교육이 있었다. 그래서 교육장 예약을 취소하고, 온라인 교육을 신청하였다. 신청 즉시 시작할 수 있어서 교통법규와 안전 문제, 상황별 안전운전기법, 음주 및 약물 복용 직후 운전의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매우 유익한 내용을 짜임새 있고, 알기 쉽게 강의하였다. 밤 9시경에 시작하여 꼬박 두 시간 가량 수강하였다. 강의가 끝난 뒤에 교육이수증을 출력하여 인쇄하였다.
건강검진 결과지는 가지고 가지 않아도 인테넷으로 검색하여 확인한 뒤에 발급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면허 발급 업무를 하는 분들께 번거로움을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건강검진센터에 가서 작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왔다. 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기본검사 항목을 보니, 시력은 좌우 1.0과 1.5, 청력은 좌우 정상이라고 적혀 있다. 2종보통 면허는 좌우 둘 중 하나의 시력이 0.5 이상(1종면허는 한쪽이 0.8 이상, 다른 한쪽 0.5이상)이면 된다고 하고, 청력은 정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나는 성동경찰서 민원실로 가서 적성검사원서를 작성하고, 3주에 걸쳐 준비한 세 가지 서류와 사진을 수수료(13,000원)와 함께 제출하였다. 민원실 면허 담당자는 서류를 살펴보고 접수한 뒤에 접수증을 주면서, 2주 뒤에 면허증을 찾으러 오라고 하였다. 세 가지 서류를 준비하여 접수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여 가벼운 발걸음으로 민원실을 나왔다.
그동안 나는 75세가 넘었지만, 운전에 필요한 시력과 청력·기억력·주의집중력·언어능력·계산능력·시공간 감각, 교통법규 기억 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운전면허 갱신 통지서를 받던 날에는 모든 사람에게 치매검사 결과지, 건강검진 결과지, 교통안전교육 이수증을 제출하라는 것이 지나친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면허 갱신을 하기 위해 치매검사를 받고, 시력과 청력 및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이는 유익할 뿐더러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또 교통안전교육을 받으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주의와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고령운전자의 면허를 갱신할 때 세 가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라 하겠다.
접수증에 적힌 날짜 며칠 전에 면허증이 발급되었으니 찾으러 오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그 다음날 성동경찰서 민원실에 가서 새로 발급된 면허증을 받았다. 앞으로 3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고령자의 운전면허증은 건강하다는 증명서와도 같다. 내 또래의 지인 중에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사람이 여럿 있다 그런가 하면, 나이가 나보다 일곱 살이나 많은데도 운전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분도 있다. 그 분은 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제 나의 바람은 3년 뒤에도, 그 다음 3년 뒤에도 운전면허증을 받아 운전하는 것이다. 안전운전을 하면서 건강에 유의하면 이런 바람도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2021. 11. 25.) <성광일보, 2022. 2.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