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는 목사 아들을 둔 가정이 여럿 있다. 그 중 내가 가끔씩 만나 대화하는 가정은 셋이다. 한 가정은 장로와 권사 부부, 둘은 권사 부부 가정이다. 이 중 한 가정은 아들 둘이 다 목사가 되었고, 다른 두 가정은 한 아들만 목사가 되었다. 이들의 아들들이 목사가 되기 전과 후의 마음을 이들이 《장위교회 50년사》에 쓴 글과 나와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들은 처음에 아들이 목사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목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고, 교인들에게 절제와 모범을 보이는 신앙인으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아들이 평신도로 신앙생활 잘 하면서 살기를 바랐다. 한 권사님은 처녀 시절에 목회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 싫어서 청년 전도사의 사랑을 뿌리쳤다. 그런데 두 아들 목사의 어머니가 되었다면서 하나님의 뜻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이들의 아들들은 부모의 권유는 없었지만, 부모의 신앙생활에서 보고 배운 것이 목사가 될 결심을 하는 바탕이 되었다. 형제 목사의 아버지는 아들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까지 주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회에 나가 예배드리게 하였다. 또 다른 한 아버지는 교회의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고, 증개축 공사를 할 때에는 뒤처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여선교회 회장으로 교회 안의 일은 물론, 교회 밖에 나가 봉사하는 일도 열심히 하였다.

   K 목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교회에 갔다가 아버지를 따라 교육관 지하에서 벽에 묻은 콘크리트 자국을 긁어내는 일을 하였다. 또 교회 바닥에 떨어진 휴지 줍기, 교육관 바닥 청소, 넘어졌거나 삐뚤어진 의자 바로 세우기 등도 하였다. 그는 이런 일을 한 것이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과 같은 체험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고 한다.

   A 목사는 청년 시절에 지하 교육관에서 여러 분이 늘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매일 저녁에 와서 기도하다가 난로 옆에서 자고, 새벽기도를 드린 뒤에 귀가하는 권사님들도 보았다. 그는 금요기도회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고 하였다.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큰 소리로 부르짖어 기도하는 분이 있었다. 혼자 흐느끼다 일어서는 분, 한 시간 내내 찬양을 하는 분,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분도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B 목사는 고등학교 학생 때 학생부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교사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학생부 담당 교육목사는 학생들에게 제자훈련을 시켰다. 1년 넘게 매 주일 저녁 예배 후 교육관에서 밤 12시가 되도록 말씀을 가르치고 훈련하였다. 그 때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고, 앞으로 살아야 할 길을 찾았다고 한다.

   네 사람이 부모님의 적극적인 권유가 없었는데도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먼저 하나님의 선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믿음 생활을 보면서 받은 교훈, 그리고 담임목사님 또는 교육목사님의 기도와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바로 신학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일반대학을 다니다가 또는 졸업한 뒤에 신학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다.

   K 권사님 부부는 아들이 교회를 개척할 때 아들 내외가 거의 노숙자와 같은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건축기금에 보태기 위해 며느리가 상품 외판원 노릇을 하는 것도 알았다. 교회를 건축할 때에는 아들이 벽돌을 쌓고, 며느리가 리어카에 벽돌을 나르며 고생하는 모습도 보았다. 김 장로 부부는 아들 목사가 산골교회에 부임하여 산에서 낙석이 굴러 내릴 것 같은 길, 홍수로 패여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길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왕래하는 아들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장마철에는 사택의 축대가 무너질까 염려되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하였다. 아침과 저녁으로 연탄을 가는 아들 목사의 모습, 서재에 들어온 뱀을 잡지 못해 그대로 밤을 새운 며느리의 모습이 어른거려 괴로운 시절도 있었다.

   목사 부모는 아들이 개척교회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면서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래서 밤낮으로 하나님께 매달려 울부짖으며 기도하였다. 이러한 기도의 응답을 받아 아들들의 고난은 시나브로 해소되었다. 이들 중 한 목사는 경기도에서 목회에 가장 성공한 목사가 되었다. 젊은 세 목사 중 한 분은 자립교회를 담임하였고, 두 분은 교인이 늘어가고 있어 전과 같이 고생은 하지 않게 되었다.

   이들은 아들 목사가 초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 중심의 선한 목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물질과 명예가 믿음보다 앞서는 세태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나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목회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제 이들은 아들이 목사가 된 것을 가장 잘된 일이라며 자랑스럽게 여기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 나는 이분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기독교연합신문 제1700,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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