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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치는 마음

의재 2011. 7. 18. 17:55
   한국인 중에는 요즈음에도 신년 초가 되면 그 해의 운세를 알아보기 위하여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기도 하고, 점쟁이를 찾아가 일생의 운세와 함께 그해의 신수를 보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들은 신년 초가 아니더라도 일이 있을 때마다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하는데, 그 경우는 아주 다양하다. 점쟁이를 찾아가 앞일을 알아보는 것을 '점친다', '점본다', '문복(問卜)한다'고 하는데, 이를 '점복(占卜)'이라고 하기도 한다. 

  점복(占卜)이란 인간의 생활에 따르는 모든 조짐을 신비적인 방법으로 미리 알아내어 인간의 생활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생활에 따르는 모든 조짐'이라고 할 때의 '조짐'은 한 개인이나 가족 또는 집단의 과거, 현재, 미래의 길흉화복(吉凶禍福)에 대한 조짐을 말한다. 이러한 조짐을 미리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점복을 한다. 요즈음에 주로 행해지는 점복에는 신점(神占), 역리(易理)에 의한 점, 상점(相占), 몽점(夢占), 풍수점(風水占) 등이 있다. . 

  신점은 신이 내린 무당이 신의 영력(靈力)을 이용하여 점을 하는 것인데, 그 방법은 무당에 따라 다르다. 어떤 무당은 주문(呪文)을 외우며 방울을 흔들어 신을 부른 뒤에 신의 계시를 받아 점괘를 말하고, 어떤 무당은 주문을 외우며 엽전 7개를 두 손 안에 넣고 흔든 뒤에 엽전을 점상(占床) 위에 뿌려 엽전이 앉는 모양을 보고 점괘를 말한다. 어떤 무당은 점상 위의 쌀을 이용하여 점을 하고, 어떤 무당은 알이 큰 염주를 돌리며 신을 불러 신의 계시를 받기도 한다. 신점을 하는 무당들은 사람의 출생과 성장·혼인·자녀·부귀·건강과 질병·수명 등 인간의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정해지고, 그 뜻대로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점복을 통하여 신의 뜻을 알아보고, 신에게 기원하여 질병과 재난을 물리치고, 복을 받게 해 주려고 한다.

  역리에 의한 점은 역학에 관한 이론을 학습한 사람이 역리를 풀어서 하는 점이다. 역리를 학습한 사람을 흔히 '철학가(哲學家)', '역학가(易學家)', '역술인(易術人)'이라고 하는데, 이들 중에는 집안기도·산기도 등을 통하여 강신(降神) 체험을 한 사람도 있고, 강신 체험 없이 학습과 연구를 통하여 역리를 깨우친 사람도 있다. 강신 체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학습한 역학의 이론 위에 신의 계시가 겹침으로써 점의 적중률이 높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사람의 운명은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운명을 정하는 네 기둥 즉 사주(四柱)에 의해 정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주를 역리로 풀어서 정해진 운명을 미리 알아 좋은 일이 예정되어 있을 때에는 그에 순응하여 맞아들이고, 질병·재난이 있을 때에는 부적·독경(讀經)·기도·액막이·굿 등을 통하여 이를 예방하거나 물리쳐야 한다고 한다.

  상점에는 얼굴의 형상을 주로 보는 관상(觀相), 손의 모양과 손금을 주로 보는 수상(手相) 등이 있다. 상점은 관상과 수상을 공부한 사람이 보는데, 이들은 관상이나 수상뿐만 아니라 역리(易理)도 함께 공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관상이나 수상은 많은 사람의 관상과 수상을 보아서 얻은 경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적중률이 높다고 한다.

  몽점은 해몽(解夢)을 통해 조짐을 알아보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꿈을 꾼 사람이나 가족이 꿈을 풀이하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해몽가에게 해몽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해몽가는 신점을 하는 무당이나 역리점을 하는 역학가, 상점을 하는 관상가 등이 겸하는 경우가 많다.

  풍수점은 풍수설을 연구한 사람이 집터나 조상의 묏자리를 보고, 점을 치는 것이다. 풍수설을 연구한 사람은 집터나 조상의 묏자리가 그 사람과 맞으면 발복하여 모든 일이 잘 되고, 맞지 않을 때에는 재난을 당하게 되는데, 이사를 하거나 묏자리를 옮김으로써 재난을 물리침은 물론, 복을 받아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점복자를 찾아가 문복하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장사·사업·이사·매매·취업·소송 등을 하려고 할 때 그 일의 잘되고 못됨, 이로움과 해로움 등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점을 한다. 혼인을 하려고 할 때에는 배우자의 선택·택일 등을 잘 하기 위하여 점을 하고, 개인의 이름·상호(商號) 등을 새로 짓거나 이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기 위하여 점을 한다. 병이나 재난이 있을 때에는 그 원인과 처리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실물(失物)·가출자·도망자 등이 있을 때에는 그 행방을 알아보기 위하여 점쟁이를 찾는다. 또 자녀의 출산·건강·입학·입대 등을 알아보기 위하여, 집터나 묘지를 새로 선택하거나 이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기 위하여 점쟁이를 찾기도 한다.

  사람은 앞일을 알지 못하므로, 앞일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 궁금증은 사회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려우면 더해진다. 외환 위기와 함께 다가온 경제적 불황으로 실업자가 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금년 초에 점복자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를 말해 준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대인들이 점을 치는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점을 하는 점복자나 점복자를 찾아가 문복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식은 사람의 출생·건강·부귀·자녀·배우자·원만한 인간 관계 등 삶에 필요한 모든 사항들이 신의 뜻에 따라 결정되거나, 우주 운행의 이치에 따라 태어날 때 이미 정해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다. 사람의 운명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사주 팔자를 지나치게 믿지 말아야 한다.

  운명은 자기의 성격, 의지,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점을 하지 않는 것이 현대인이 취해야 할 가장 좋은 태도이다. 그러나 앞일이 궁금하여 점을 하였을 경우에는 그 점괘에 너무 마음을 쓰지 말아야 한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면, 그 점괘를 '자성예언(自成豫言)'의 자료로 삼아 그 일의 성취를 스스로 예언을 한 뒤에 그 일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나쁜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경우에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면 된다.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면, 실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좋지 않은 일이 있을지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이야기 중에 점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부지런히 일하며 살던 중년의 농부가 이름 있는 점쟁이를 찾아가 많은 돈을 내놓고 점을 해 달라고 하였다. 점쟁이는 그에게 '지금처럼 살면 노년에 누워서 먹을 팔자'라고 하였다. 그 사람은 그날부터 자기는 누워서 먹을 팔자이니,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놀기만 하였다. 농사철이 되어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니, 아내가 나서서 농사일을 하였으나, 일이 잘 되지 않았다. 몇 년을 그렇게 살고 보니, 그 사람은 살림이 어려워져 끼니를 걱정하게 되었다. 크게 깨달은 그는 다시 부지런히 일하여 살림을 일으킨 뒤에 편안한 노년을 보냈다고 한다.

  '금년 가을에 시집갈 것'이라는 점괘를 받은 노처녀가 있다면, 그 처녀는 그 날부터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서 모임에도 나가고, 남의 혼인 예식에도 다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의 소개로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전철이나 만원 버스 안에서 만난 사람이 좋은 인연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운명은 불변의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운명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농지개량 제181호(서울 : 농지개량조합연합회, 1999. 3)에 수록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