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섬김의 전도
며칠 전 내 서재에 꽂혀 있던 《비전의 사람》(이재철 지음, 홍성사, 2005)을 다시 읽었다. 그중 일본의 나가노 미키(長尾卷)와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 목사의 사랑과 헌신적인 섬김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20세기 초에 나가노 미키는 목사 안수를 받은 직후에 일본 북쪽의 가나사와에 천막을 치고 개척교회를 설립하였다. 그는 아내와 아기만을 앉혀놓고 설교하며 열심히 전도하였다. 당시는 민간신앙이 뿌리 깊은 시기였으므로, 1년이 지나도록 한 사람의 교인도 얻지 못하였다. 그는 5년이 지나도록 단 한 사람의 교인도 얻지 못하였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내와 아이를 앉혀놓고 열심히 설교하였다.
어느 날 저녁 예배 시간에 한 청년이 천막을 젖히고 들어왔다. 그는 감격하여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설교하였다. 예배가 끝난 뒤에 청년과 함께 앉아 식사할 때 청년이 갑자기 ‘욱-’ 하더니 핏덩이를 토해냈다. 그는 폐병 환자인 그 청년이 쏟아놓은 핏덩이를 자기 손으로 치우고, 다시 상을 차린 뒤에 식사를 계속하였다.
그 청년은 유명 정치인의 사생아로 어린 시절부터 기를 펴지 못한 채 외롭게 자랐다. 우연히 복음을 접한 뒤로 새로운 빛과 희망을 느껴 신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신학교 재학 중 폐결핵이 발견되었다. 당시는 폐결핵이 불치병으로 인식되던 때였으므로, 완치한 뒤에 복학하는 조건으로 신학교에서 강제 휴학 처분을 당하였다. 다니던 교회로부터는 병이 낫기 전까지는 교회 출석을 삼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도 차츰 외면하였다.
그 청년은 폐병 환자인 자신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주는 크리스천을 만나 보기를 원했으나 전혀 만날 수 없었다. 깊은 영적 어둠에 빠진 청년은 예수도, 성경도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하였다. 자살을 결심한 그 청년은 나가노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자살하기 전에 그를 만나 보기로 하였다. 그도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대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 세상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나가노 목사는 그 청년을 자기 집에 데리고 살면서 가족처럼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주님의 은혜와 나가노 목사 부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에 청년은 폐결핵이 완치되었다. 청년은 신학교에 복학하여 졸업하고 목사가 된 뒤에 고베와 도쿄에서 많은 빈민을 위해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았다. 그가 선행으로 널리 알려진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이다.
가가와 목사는 빈민들이 변비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항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굳어진 변을 후벼내는 일을 수없이 하였고, 항문에 자기 입을 대고 차돌같이 굳어 있는 변을 침으로 녹여 빨아내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저는 배운 대로 합니다. 제 선생님은 제가 토해낸 폐결핵 핏덩이를 닦아 주셨습니다. 그분이 제게 해 주신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하였다.
가가와 목사는 중국으로 가서 중국의 빈민들을 위해서도 똑같은 삶을 살았다. 이에 감동한 장제스(장개석)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송미령) 여사가 그를 모셔다가 성경 공부를 하였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중국에 와 있던 일본 군인과 민간인 200만 명이 일본으로 돌아갈 때 다른 나라에 있던 일본인과는 달리 테러를 당하지 않고 귀국하였다. 이것은 가가와 목사의 희생과 봉사에 대해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던 장 총통이 ‘일본인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물자를 약탈하는 일을 금한다’라는 포고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실천한 두 분 목사님의 섬김과 봉사는 장 총통을 감동시켜 민족 구원의 결실을 가져왔다. 두 목사님은 사람들에게 섬김과 봉사 정신을 일깨웠고, 많은 일본인을 테러 없이 귀국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두 목사의 사랑과 섬김을 통한 전도 이야기에 나는 큰 감동을 느꼈다. 이분들과 같이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 희생, 봉사 정신을 지니고 살면서 전도하면 그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음도 깨닫게 해 주었다.
크리스천 중에는 전도하여 많은 사람을 교회로 이끈 사람도 있지만, 평생 한두 명밖에 전도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 수에 연연하지 말고 예수님의 사랑을 몸에 익혀 섬김과 봉사를 실천하면서 전도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독교연합신문 1830호(2026. 10.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