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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자녀의 처신

의재 2026. 5. 11. 20:54

   세상 부모님들은 하는 일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 자녀는 부모가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일을 하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움에 기를 펴지 못한 채 움츠리고 지내게 된다. 목회자 자녀는 부모님이 하시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수준 높은 기대에 큰 부담을 느끼며 지내기도 한다.

   전에 무속 조사를 할 때 만났던 당시 59세 여자 무당은 신혼 때 신병을 앓아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 그런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 무당 딸이라는 놀림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면서 제발 무당 노릇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는 딸이 겪는 아픔을 생각하여 무당일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또 신병이 와서 죽을 지경이 되어 다시 무당 일을 하였다. 이렇게 무당일 폐업과 개업을 몇 차례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딸이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자기를 이해해 준다고 하였다. 무당을 우상 숭배의 화신으로 여겨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에서 겪은 그의 심적 갈등과 고통, 어린 딸에 대한 애절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자란 딸의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 역시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다.

   이에 비하여 목회자의 자녀는 부모가 하는 일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내가 아는 소도시 작은 교회 목사의 두 아들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많은 친구를 교회로 인도하였다. 두 아들의 전도로 교회학교 학생의 수가 늘어 가는 것을 본 목사는 교회학교 교육을 철저히 하면서 그들을 신앙적으로 잘 길렀다. 그들은 잘 자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하고, 취업하기도 하였다. 대학생과 취업한 청년들은 가끔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후배들에게 간식을 사주며 격려한다고 한다. 군에 입대한 청년은 군부대에서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생활을 잘 한다고 하니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다.

   이처럼 목회자 자녀 중에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하시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대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이는 부모님이 목회에 온정신을 쏟느라고 자녀에게 마음을 쓰지 못하거나, 권위적으로 대하며 경건한 생활을 강요하여 생긴 일일 것이다. 이런 경우 자녀는 반발하게 되고, 심하면 탈선하기도 한다. 그러면 자기 자녀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목회자가 무슨 낯으로 설교하느냐는 조롱을 받게 된다.

   전에 내가 가르친 대학 2학년 남학생은 캠퍼스 안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도 제1교시 강의에 지각하는 날이 많았다. 학우들의 말을 들으니, 그는 술 마시고 늦잠을 자는 날이 많아 지각한다고 하였다. 어떤 학우는 그가 목사 아들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며 비판적인 말을 하였다. 나는 그를 연구실로 불러 상담하였다.

   그는 시골교회 목사인 아버지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마음속에 가득하였다. 아버지가 교인들은 부드럽게 대하면서 자식들에게는 권위적으로 대하고, 무섭게 호통을 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저항심이 생겨 커졌고, 고등학교 때에는 반항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주일 아침에는 교인들을 만나는 게 싫어서 토요일 밤에 술을 마시고 몸이 아프다며 일어나지 않은 날도 있었다고 하였다.

   그의 말을 다 들은 뒤에 나는 우리 어머니가 시골교회 전도사로 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므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나는 지금도 내 언행이 어머니의 목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누를 끼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언행을 조심하며 살고 있다.” 나는 이 말을 한 뒤에 그에게 아버지를 이해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할 것과 아버지 목회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지언정 부담을 드리지는 말 것을 당부하였다. 나는 그로부터 교수님 말씀을 유념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에 기도하고 헤어졌다.

   그는 그 학기를 마친 뒤에 휴학하고 군에 입대하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복학한 그는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졸업하였다. 나는 그가 변화된 모습으로 졸업하는 것을 보면서 감사의 기도를 하였다. 지금 그는 훌륭한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기독교연합신문 제1809호, 2026.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