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의 증여와 상속
얼마 전에 카톡으로 ‘3대 바보’에 관해 적은 글을 받았다. 그 중 하나는 노후 자금을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자식 눈치 보며 사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 글을 읽을 때 간접적으로 들은 한 지인의 사연이 떠올랐다. 그는 사업을 하는 아들이 이자를 쳐서 매월 드릴 터이니 돈을 꿔 달라고 사정하여 몇 차례에 걸쳐 은행에 넣어 두었던 돈을 모두 넘겨주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얼마 동안은 약속한 날짜에 꼬박꼬박 돈을 보냈다. 그래서 그는 노후자금 넘겨주기를 잘 하였다며 기뻐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제 날짜에 돈을 보낼 수 없게 되었다. 생활비가 없는 그는 노인 일자리를 찾아 이 일 저 일을 하며 고생스럽게 산다고 한다. 그가 노후 자금을 아들에게 모두 넘기지 않았다면 생활비가 없어 고통을 겪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은 자금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실패를 딛고 젊음의 용기와 패기로 극복하고 이겨냈을 것이다.
노인이 가진 돈을 자식들에게 생전에 증여하는 것이 좋은가, 죽은 뒤에 상속하는 것이 좋은가? 얼마 전에 TV 프로그램 「황금연못」에서 50여 명의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노후자금이나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좋은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남는 것을 상속받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놓고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나눠주는 것이 좋다는 사람은 자녀들이 필요로 할 때 나눠주어 힘을 펴게 해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은 노년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하고, 자녀들이 부모에게 관심을 갖게 하려면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 날 모인 사람들의 의견은 ‘생전의 증여’보다는 ‘사후의 상속’이 조금 더 많았다.
이 문제에 관해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옛날이야기 「나도 계집 있다」에 이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옛날에 한 농부가 섣달 그믐날 아들과 며느리가 떡을 하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점심때가 훨씬 지나 떡이 익자 아들과 며느리는 아이들을 불러 먹으면서 그에게는 떡을 가져오지 않았다. 뒤늦게 외출하였다가 돌아온 그의 아내가 아들과 며느리를 꾸짖은 뒤에 떡을 가져왔다. 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떡을 먹었다. 그 때 마침 아들이 방문 앞을 지나자 문을 열어젖히고, "너만 계집 있느냐! 나도 계집 있다!"라고 외쳤다. 명절이 지난 뒤에 그는 논과 밭을 모두 팔아 가지고 아내와 함께 멀리 떠났다. 농사지을 땅이 없어진 아들 내외는 빈궁한 생활을 하며 백방으로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다. 어렵사리 아버지를 찾은 아들이 용서를 빌며 돌아가자고 하였으나, 아버지는 거절한다. 3년이 지난 뒤에 그는 아들 내외와 아이들이 겨우 먹고 살 정도의 토지를 사서 주고, 나머지 재산은 마음대로 쓰면서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는 세 가지의 교훈적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첫째, 자녀는 부모에게 재산이 있어야 관심을 갖는다. 둘째, 자녀가 생활할 수 있는 만큼의 재산은 미리 나눠준다. 셋째, 남은 재산은 자기가 가지고 관리하면서 쓰다가 남으면 상속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와 같은 삶의 지혜를 옛날이야기 속에 숨겨 전하였다. 이를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노후의 생활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얼마 전에 60대 후반의 제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에서 은퇴한 아버지가 장성한 아들에게 자립정신을 강조하며 재산을 넘겨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이혼하자며 재산 분할을 요구하였다. 그 이유를 물으니, 아내는 재산을 분할 받아 아들에게 주려고 그런다고 하였다. 그는 아내의 뜻을 꺾을 수 없어 아들에게 노후 자금의 반을 넘겨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는 재산 증여에 대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이 다를 수 있음이 나타난다.
얼마 전에 남편을 여읜 지인이 이런 말을 하였다. 그의 남편은 자녀들에게 생전에 부모에게 의탁할 생각을 하지 말라며 자립정신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아들도 딸도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며 잘 살고 있다고 하였다. 자녀는 어린 시절부터 정신 교육을 제대로 하여 성인이 된 뒤에 자립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노부모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혼인하여 삼남매를 두었다. 그래서 내가 은퇴 후의 생활 계획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을 때에 모두 혼인을 하였다. 나는 내 형편에 맞게 도와주어서 그들이 인생을 출발함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해 주었다. 그 뒤에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조금씩 도와주었다. 나는 연금 받는 것이 있으니, 생활비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큰일이 생겼을 때에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돈만 조금 가지고 있으면 된다. 연금을 받으며 노후를 편안히 살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 (202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