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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모임

의재 2023. 3. 9. 17:10

    몇 년 전부터 2주에 한 번씩 초등학교 동창들과 탁구 모임을 갖고 있다. 모임을 시작할 때에는 여러 명이었으나 차츰 줄어 네 명이 모이는 소모임이 되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건강 때문에 잘 나오지 않아 세 명만 모이는 날이 많다. 이 모임은 고향 친구들과 탁구를 할 수 있어서 좋고, 탁구 실력이 비슷하므로 게임을 할 때 아주 재미있다.

    네 명이 모일 때에는 두 사람씩 단식 게임을 한 뒤에 복식 게임을 한다. 그러나 세 명만 모일 때에는 두 사람은 게임을 하고, 한 사람은 심판을 본다. 심판을 보는 사람은 지는 사람이 나간 자리에 들어가서 게임을 한다. 두 시간 가량 즐겁게 운동을 한 뒤에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으며 담소하다가 헤어지곤 한다.

    충남 홍성군 갈산초등학교 수도권 동창 모임은 1995년에 결성되어 30여 명이 모였다. 몇 번 정기 모임을 가진 뒤에 고향 동창생들을 서울로 오게 하여 합동 모임을 가졌다. 그 날 38년 만에 처음 만나는 회원도 있어서 반가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다음 해에는 고향의 경관이 좋은 곳으로 가서 만났다. 이를 계기로 해마다 수도권과 고향을 번갈아 오가며 합동모임을 갖곤 하였다.

    이렇게 동창 모임을 계속하는 동안 세월이 흘러 회원들의 나이가 80이 넘었다. 그러자 건강이 좋지 않은 회원이 늘고, 세상을 떠나는 회원도 늘어갔다. 그래서 얼마 전에 공식적인 동창회 모임은 해체하였다. 지금은 동창회 해산을 아쉬워하는 회원 몇 사람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담소하곤 한다. 또 취미에 따라 탁구 모임, 동양화 연구 모임 등을 갖는다. 세 모임에 모두 참여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점심 모임과 탁구 모임에만 참여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탁구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때였으므로, 탁구를 익힐 기회가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된 뒤에 잠깐씩 몇 번 라켓을 잡아보았을 뿐이다. 교수가 된 뒤에는 강의하는 일 외에 연구 논문을 쓰고 저서를 펴내는 일에 몰두하느라 라켓을 잘아볼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회갑을 지낸 뒤에 아내의 권유로 탁구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회갑 이듬해인 2003년 2월에 나는 아내와 함께 탁구장에 갔다. 탁구 실력이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나보다 실력이 좋은 아내가 연습 상대가 되어 격려해 주는 바람에 용기를 내어 탁구대 앞에 서기 시작하였다. 며칠 뒤에 나는 아내의 권유대로 정식으로 회원 등록을 하고, 하루에 20분씩 지도를 받기 시작하였다. 쉐이크핸드 라켓을 라운드형으로 바꾸고, 기본자세부터 차근차근 익혔다. 지도를 맡은 분은 80년대에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황남숙 선생인데,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코치한테 렛슨을 받은 뒤에는 아내와 연습하곤 하였다.

    일주일에 두 번을 가겠다고 하였지만, 한 번밖에 못 가는 주도 있었고, 아예 못 가는 주도 있었다. 나와 아내의 건강 형편 때문에 몇 주씩 거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정이 허락되는 대로 탁구장에 가서 열심히 연습하였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보니, 기본자세도 어느 정도 몸에 익었고, 상대방의 자세에 따른 공의 움직임과 방향을 조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 가끔씩 아내와 게임을 하기도 하고, 교회에 가서 교인들과 게임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아내의 시력에 문제가 생겨 함께 탁구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고 보니, 탁구 실력도 많이 줄었다.

     몇 년 전에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탁구 이야기가 나와 탁구 모임을 갖기 시작하였다. 종로에 있는 탁구장에서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한 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탁구 연습실을 이용한다. 코로나 사태 때에는 이곳도 정부의 방침에 맞춰 연습실을 개방하기도 하고, 폐쇄하기도 하였다. 요즈음에는 쉬지 않고 문을 여니 다행스럽다. 나는 이 모임에 참여할 때마다 기쁘고 즐겁다. 80이 넘은 고향 친구들이 모여 탁구를 할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노년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고,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이 모임이 오래 계속될 수 있도록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2003.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