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재 2015. 5. 14. 20:40

    얼마 전에 말의 힘에 대해 실험한 결과를 적은 글을 읽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행한쉼표, 마침표(20149)에 실린 글인데,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실험한 내용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서울성수고등학교 권정은 선생님은 교실에 두 개의 유리병에 밥을 넣어놓고, 한쪽 에는 감사합니다.’, 다른 한쪽에는 짜증나!’를 써 놓았다. 두 개의 유리병을 교실 뒤에 놓고 학생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한쪽 병에는 고마워’, ‘사랑해’, ‘감사해등의 긍정적인 말을 하고, 다른 한쪽 병에는 미워’, ‘싫어’, ‘짜증나등의 부정적인 말을 하게 하였다. 3주 후에 그 결과를 본 선생님과 학생들은 모두 놀랐다. ‘감사합니다를 써 놓은 병의 밥에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 누룩곰팡이가 피어 있고, ‘짜증나를 써 놓은 병의 밥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이 실험 결과는 한국교육방송(EBS)이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소개하였는데, 학생들은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 국어과 교사인 최태림 선생님은 말의 힘을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 직접 실험을 하여서 보여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바나나 두 개를 골라 똑같은 모양의 플라스틱 통에 넣었다. 하나에는 예쁜아 사랑해’, 다른 하나에는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써서 붙였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예쁜아 사랑해가 적힌 바나나에는 사랑의 말을, ‘쓰레기 같은 놈이 적힌 바나나에는 나쁜 말을 해 주었다. 열흘 후에 보니, ‘쓰레기 같은 놈이 적힌 바나나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썩어 있는 반면, ‘예쁜아 사랑해가 적힌 바나나는 본연의 노란색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끼리 하는 말에는 힘이 있어 그 영향이 크다는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재배하는 농작물이나 화초, 사육하는 가축이나 애완동물과 대화하며 칭찬의 말을 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널리 알려진 일이 아닌가. 그러나 말의 힘이 무생물인 밥이나 바나나에도 미친다는 사실은 얼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실험 과정을 자세히 읽었다. 최 선생은 실험 대상으로 삼은 바나나를 고를 때 같은 송이에 붙은 것으로, 모양·익은 정도·껍질에 생긴 점의 개수까지 비슷한 것을 골랐다고 한다. 실험할 때에는 조건을 똑같이 하기 위해서 하루는 예쁜아 사랑해에게 먼저 말을 걸고, 다음 날에는 쓰레기 같은 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한다. ()를 재가면서 똑같은 시간 동안 말을 하였고, 채광 조건이나 바람, 습도도 똑같이 맞추었다고 한다. 이렇게 엄정한 조건 아래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정성을 다해 실험한 결과라면 믿지 않을 수 없다. 말의 힘을 믿지 않던 학생들도 실험이 끝난 뒤에는 말의 힘을 믿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리고 전학을 가는 학생에게 반 학생 전원이 다른 학교에 가서도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의 말을 써서 주었다고 한다.

 

   이 실험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생각하니, 말의 힘이 무생물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무생물에게까지 미치는 말의 힘이 감성을 지닌 사람에게는 더 큰 힘을 발휘할 것 아닌가! 옛사람들은 말에는 신령스런 힘이 있다.’언령관(言靈觀)’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관념이 마음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좋은 말만 골라서 하고, 상스러운 말이나 욕,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삼가도록 가르쳤다. , 자기가 이루고 싶은 일을 말로 표현하고,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에게 축복의 말을 하고, 덕담(德談)을 나누는 것도 이런 관념이 마음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말한 것은 이루어진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좋은 말은 입에 올리되 좋지 않은 말은 입에 올리지 말라는 경계의 뜻도 담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긍정적인 말을 하면 긍정적인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 그런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이런 속담은 말에 힘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속담들이다. ‘말이 마음이고, 마음이 말이다.’라는 말도 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좋은 말을 하면, 상대방도 나를 좋게 말할 것이다.

 

   성경에도 말에 관한 가르침이 있다. ‘나쁜 말은 입 밖에 내지 말고, 덕을 세우는 데에 필요한 말이 있으면 적절한 때에 해서 은혜가 되게’(에베소서 4:29) 해야 한다. ‘경우에 알맞은 말은 은쟁반에 담긴 금사과’(잠언 25:11)와 같이 아름답고 품격이 있다.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마태복음 15:11) 즉 말이다. 말은 사람을 깨끗하고 품위 있게 하기도 하고, 더럽히기도 한다. 말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마태복음 15:18)이므로, 먼저 마음을 가다듬고 깨끗이 해야 한다. 그래야 덕을 세우는 말, 분위기에 맞는 말, 좋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세기> 123절에는 너를 축복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복을 베풀고, 너를 저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복을 빌어주면 그 말대로 되지만, 저주의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저주를 내린다고 한다. 이것은 말에 따른 축복과 저주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축복을 받으려면,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을 축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말하거나 비판하는 말을 하지 말고, 불평의 말, 저주의 말 대신에 축복의 말을 하여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도 나를 위해 복을 빌어 줄 것이다.

 

   사람들은 말로 인하여 칭찬을 받거나 복을 받기도 하지만, 말을 잘못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꼬집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독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축복하는 말은 나에게 복으로 돌아온다. 말이 지닌 힘이 좋은 쪽으로 미치도록 다른 사람을 축복하는 말을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2015. 0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