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튀르크 댐(Atatürk Baraji)
넴루트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7시 30분에 산르우르파로 향하였다. 버스가 1시간 남짓 달리니,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보였다. 가이드에게 강 이름을 물으니, 유프라테스 강이라고 하였다. 물줄기를 따라 20여 분을 달려 오전 9시 15분경에는 아타튀르크 댐의 쉼터에 도착하였다. 쉼터에는 댐의 완공을 기념하는 조각품이 서 있고, 그 안쪽에 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조망대가 있었다. 조망대에서 보니, 강물이 흐르는 산과 산 사이를 막은 높은 둑이 있고, 둑에 만들어 놓은 수문을 통해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곳이 유프라테스 강에 만든 아타튀르크 댐이다.
이 댐은 ‘남동부 아나톨리아 개발계획(Güneydoğu Anatolu Project)’에 의한 것이다. GAP는 관개시설(灌漑施設)과 수력발전시설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 물이 없던 계곡에 물고기가 가득한 호수가 생겼고, 먼지만 날리던 마을에 시장이 들어서고, 공장이 들어섰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엄청나게 큰 것이어서 9개의 도와 2개의 강(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22개의 댐이 계획되어 있는데, 그 중 17개가 2008년 이전에 이미 완공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2012년 무렵에는 19개의 수력발전소가 건설되어 터키 전력의 22%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타튀르크 댐은 1983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05년에 완공하였는데, 공사비가 약 300억 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이 댐은 터키 남동부 지역의 농업용수 확보와 전력 생산을 위해 건설한 것인데, 교통과 관광 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댐의 물은 둘레 7.5m, 길이 26.4km의 쌍둥이 우르파 터널을 통과하여 하란 평야와 주변 지역에 공급된다. 이 물은 이 지역의 식수난을 해결하고, 목화를 비롯한 농산물 재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이 댐 주위에 여러 개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여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은 옛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고, 지금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생명줄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이 댐이 건설되면 수력 발전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심하면 식수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걱정하였다. 그래서 두 나라는 이 댐의 건설을 반대하면서 국제적으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터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초당 500톤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높은 둑에는 ‘DSI’라고 쓴 영문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이 댐을 바라보면서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공사를 한 터키인의 추진력과 뚝심,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되 다른 나라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고 배려하는 터키인의 넓은 마음을 생각하였다. 아타튀르크 댐은 오래된 문화유적지도 아니고, 경관이 빼어난 곳도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토목기술이 배우 발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고, 터키인의 추진력과 뚝심, 남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 이 글은 2012년 8월 25일에 도서출판 '민속원'에서 간행한 <<터키 1000일의 체험>> 중 <터키 여행의 즐거움과 보람>에 실려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