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巫俗)과 무교(巫敎
  무속(巫俗)은 민간 층에서 무(巫)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 현상으로, 민간신앙의 한 형태인데, 무교(巫敎)라고 하기도 한다. '무속'이란 말은 이를 민속의 하나로 보는 용어이고, 무교(巫敎)는 이를 종교의 하나로 보는 용어이다. 

  무속을 종교로 보는 견해가 적절한가는 무속이 종교의 기본 요건을 갖추었는가를 따져 보면 알 수 있다. 종교의 기본 요건은 교리(敎理), 사제자(司祭者), 신도(信徒)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는 불교의 교리를 적은 불경이 있고, 사제자인 승려가 있으며, 이를 믿고 따르는 많은 신도들이 있다. 기독교 역시 교리를 적은 성경이 있고, 사제자인 천주교의 신부나 개신교의 목사가 있고, 많은 기독교 신자가 있다. 이슬람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속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무속의 사제자는 우리가 흔히 '무당'이라고 하는 '무(巫)'인데, 현재 우리 나라에는 약 10만여 명의 무가 있다. 이들 무당에게는 1년에 한 번 정도 굿을 하고, 수시로 연락하며, 그들의 말을 믿고 따르면서 유대(紐帶)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당들은 이런 사람을 '단골손님' 또는 '신도'라고 한다. 단골손님의 수는 무당의 영적(靈的) 능력에 따라 다른데, 많으면 수백에서 수천 명, 적어도 수십 명의 단골손님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므로, 무속의 신도는 대단히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리는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관습(慣習) 또는 구전(口傳)으로 전해 오고 있다. 그래서 종교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 종교와 같은 체제를 갖춘 종교로 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민속학자들은 '무교'라 하지 않고 '무속'이라는 명칭을 흔히 쓴다.

        무(巫)의 성격과 구분
  흔히 '무당'이라고 부르는 무(巫)는 '신병(神病)'이라는 종교 체험을 통하여 신의 영력(靈力)을 흭득하여 신과 교통하는 신권자(神權者)로, 신의 영력에 의해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굿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민간 층의 종교적 지도자이다. 이들이 겪는 신병은 며칠씩 음식을 먹지 못하고, 몸이 (대개는 몸의 한쪽이) 아파 움직이지 못하고 며칠 또는 몇 달씩 누워 있으며, 꿈 또는 환상 속에서 신을 만난다. 이들의 병은 약으로는 고치지 못하고, 내림굿을 하여 신을 받아 모시고 무당이 되면 씻은 듯이 낫는다. 

  무는 종교 의식을 집행하는 사제자의 역할, 신도들의 병을 고치는 의사의 역할, 점으로 앞일을 알아맞히는 점복(占卜) 예언자(豫言者)의 역할을 하는 외에 예능 오락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앞의 세 가지는 모든 종교의 사제자가 갖는 기능이다. 그런데 뒤의 예능 오락적 기능은 한국 무당만이 지니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굿 구경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굿이 신과 인간을 즐겁게 하는 내용이 많음을 말해 준다. 

  한국의 무는 ①무당형, ②단골형, ③심방형, ④명두형으로 구분한다. 무당형은 타고난 무당이 아니라 사는 동안에 신병을 앓다가 강신(降神) 체험을 하고, 내림굿을 통하여 된 무당이다. 주로 중부 이북 지방에 분포되어 있다. 이들은 노래와 춤을 배워 정통 굿을 주관할 뿐만 아니라, 몸주로 모신 신의 영력에 의해 점복도 한다. 이들이 무당 노릇을 하다가 그만두면 또다시 신병을 앓아 고통을 받게 되므로, 한 번 강신하여 무당이 된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그만둘 수가 없다. 

  단골형은 혈통을 따라 대대로 사제권(司祭權)이 계승되어 인위적으로 된 세습무(世襲巫)이다. 주로 호남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단골들은 사제권에 의한 일정 지역의 관할권을 계승해 왔다. 단골의 관할 지역을 '단골판'이라 한다. 사제권은 아버지에서 큰아들로 계승되지만, 실제 단골 노릇은 그 아내가 한다. 그래서 굿의 진행이나 가무(歌舞)는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계승된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한테 노래와 춤을 배우고, 시집와서 시어머니를 따라 굿을 익히므로 굿은 잘 진행한다. 그러나 영력(靈力)이 약하여 점복은 하지 않는다. 이들은 무업(巫業)을 그만두어도 병이 나서 앓는 일이 없으므로, 무업을 그만두고, 자기가 단골이라는 사실을 속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단골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심방형은 단골형과 같이 무의 사제권이 혈통을 따라 대대로 계승되는 세습무이다. 이들은 무속에서 제도화된 일면을 보이면서, 영력을 중시하여 구체적인 신관(神觀)이 확립되어 있다. 이들은 가무로 굿을 주관할 뿐만 아니라, 무구(巫具)를 이용하여 점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제주도 지방에 분포되어 있다.

  명두형은 죽은 아이의 영혼이 강신(降神)하여 된 점복 전문의 점장이로, 가무(歌舞)에 의한 정통굿의 주관은 불가능한 무이다. 이들을 '명도', '명두'라고도 하고, '태주'라고 하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무당형의 무 중에 죽은 아이의 영혼이 내린 사람이 많아 ①의 무당형이 ④의 명두형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무는 대개 무당형이다. 그런데 그 숫자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친목단체인 경신연합회에 가입한 회원이 전국 151,236명이고, 서울에만 37,500명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그 세(勢)를 짐작할 수 있다.  
   
        무속의 신과 제의의 종류
  무속에서 신앙되는 신은 성주신·조상신·조왕신·삼신·업신과 같은 가신(家神), 산신·서낭신·당신·부군신과 같은 동신(洞神), 천신·칠성신·시준신·제석신·용신·장군신·군웅신·신장신·손님신·창부신 같은 외계신(外界神) 등 민간신앙에서 신앙되는 모든 신들이다.

  한국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무속 제의인 굿은 그 목적에 따라 무신제(巫神祭), 가제(家祭), 동제(洞祭)로 나눌 수 있다. 무신제는 무당 자신의 굿으로, 신이 내릴 때 하는 강신제(降神祭, 내림굿·신굿·명두굿이라고도 함)와 무의 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봄·가을에 주기적으로 하는 축신제(祝神祭, 꽂맞이굿·단풍맞이굿·진적굿·대택굿이라고도 함)가 있다.

  가제는 각 가정에서 가족의 안녕과 행운을 위해서 하는 제의로, 생전 제의(生前祭儀)와 사후 제의(死後祭儀)가 있다. 생전 제의는 주기적으로 하는 주기제(週期祭)와 수시로 하는 수시제(隨時祭)로 구분된다. 생전 제의로는 아들 낳기를 빌거나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비는 기자(祈子)·육아 기원(育兒祈願) 제의, 병 낫기를 기원하는 치병 기원(治病祈願) 제의, 혼인 축원 제의, 가옥 신축(또는 이사) 제의, 행운(幸運)·기풍(祈豊) 제의, 해상 안전·풍어(豊漁) 기원 제의 등이 있다. 사후 제의로는 장례를 치른 뒤에 하는 상가 정화 (喪家淨化) 제의,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망인 천도(亡人遷度) 제의,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영혼을 건져 저승으로 보내는 익사자 천도(溺死者遷度) 제의 등이 있다.

  동제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洞神)에게 해가 바뀔 때마다 봄·가을에 날을 잡아 올리는 주기적 제의이다. 내륙 지방에서는 제액(除厄)·기풍(祈豊) 제의가, 해안 지역에서는 제액·풍어 제의가 행하여진다.

        무속 제의의 구성
  무속 제의는 언어 위주의 '비손'과 행동 위주의 '굿'이 있다. 먼저, 비손의 절차를 간단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비손'은 제의를 올릴 사람이 무당을 찾아가 점을 치거나 상담하여 제일(祭日)을 잡는다. 날이 잡히면 제주(祭主, 제의를 올릴 사람)는 1∼3일 전에 출입문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펴서 부정(不淨)을 가리며, 음식을 가려먹고 언행을 삼간다. 제일이 되면 무당의 말에 따라 제물을 장만하여 간단한 제상을 차린다. 무당은 밤이 되면 정결한 옷을 입고 제상 앞에 앉아 부정을 친다. 그런 뒤에 제상으로 신을 청하여 모셔놓고, 제주의 소원을 비는 축원(祝願)을 한다. 축원이 끝나면 소지(燒紙, 종이를 태우며 소원을 비는 것)를 올리고, 밖으로 나가 뒤풀이를 하여 모여든 잡귀를 돌려보낸다. 이렇게 하여 비손이 끝난 뒤에도 제주는 3∼7일 간 출입이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삼가며 근신한다. 이것이 비손의 전 과정인데, 비손은 노래나 춤 없이 무당이 신과 마주 앉아 언어 위주의 축원으로 진행하므로 '앉은 굿'이라고 하기도 한다. 

  '굿' 역시 제의를 올릴 사람이 무당을 찾아가 점을 치거나 상담하여 제일(祭日)을 잡는다. 날이 잡히면 제주(祭主, 제의를 올릴 사람)는 1∼3일 전에 출입문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펴서 부정(不淨)을 가리며, 음식을 가려먹고 언행을 삼간다. 제일이 되면 무당의 말에 따라 제물을 장만하여 제상을 차린다. 무당은 밤이 되면 정결한 옷을 입고 제상 앞에 앉아 장고를 치며 부정굿 무가를 부르며 소지를 올리고 사방에 부정물을 뿌려 부정을 쳐낸다. 그 다음에는 각 신을 개별적으로 초청하여 그 신을 대접하면서 소원을 빈다. 소원을 빌 때에는 비손과는 달리 무당이 해당 신의 의복을 의미하는 무복(巫服)을 입고, 서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신의 동작을 흉내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신이 몸에 실리면, 무당은 신성(神聖)으로 몰입되어 자기를 잃고 신으로 화하여 황홀경(
惚境)에서 신의 말인 '공수'를 내린다. 이렇게 무당이 신과 하나가 된 뒤에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제주의 소원을 축원한다. 축원이 끝나면 소지(燒紙, 종이를 태우며 소원을 비는 것)를 올리고, 밖으로 나가 뒤풀이를 하여 모여든 잡귀를 돌려보낸다. 이렇게 하여 굿이 끝난 뒤에도 제주는 3∼7일 간 출입이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삼가며 근신한다. 그래서 굿은 '춤'과 '모의 동작', '공수'로 행동 위주의 형식이 된다. 이것은 강신무가 행하는 굿의 구성인데, 세습무의 굿은 '공수'가 없다. 그래서 공수 없이 무당이 신을 향해 일방적으로 기원하기만 한다.    

  이러한 무속 제의는 인간 존재의 영구 지속 욕구를 실현시키는 수단으로 행해진다. 이것은 존재를 영원한 것으로 보고, 영원한 존재가 미분적(未分的) 순환을 계속하며 지속된다는 '원본사고(原本思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무속의 신관(神觀), 우주관, 영혼관, 내세관 역시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속의 신관(神觀)
  무속의 신관은 다신적(多神的) 자연신관(自然神觀)이라 할 수 있다. 무속의 신은 자연신·인간신 모두 인격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분담된 직능 분야에 관해서는 무한한 능력을 지닌 전능한 존재자이며, 공포의 대상이 된다.

  무속의 신도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인은 인간의 삶과 죽음, 흥망(興亡), 화복(禍福), 질병 등의 운명 일체가 신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신에게 발원(發願)하여 복을 얻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 발원의 방법이 정신적이기보다는 물질적이어서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그 제물의 양과 질에 비례하는 신의 보살핌이 있다고 믿는 공리적(功利的) 신앙이다. 또 현실에서 복을 받으려는 현실기복(現實祈福) 신앙이다. 

  한국인은 유일신이 아니라 여러 신을 믿는다. 그런데 모든 것을 신의 뜻이라면서 신에게 많이 바치고, 잘 위하면 큰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신의 감응(感應)을 받아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신의 노여움을 사서 화를 당한다고 믿는다. 또, 점복을 통해 앞일을 미리 알아서 복을 맞이하고 화를 예방하려고 한다. 이것은 모두 무속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무속이 현대 한국인의 의식과 신앙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 Recent posts